사회생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부정하기 어려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은 대부분 의도와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계획보다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때가 정말 한 가득이다.
야심 차게 첫 사업을 시작했다가 스스로의 부족함만 확인했던 일, 수영에 재미가 붙어 새벽반 등록해 놓고 석 달 동안 한 번도 안 간 일(10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시작!), 사업과 병행하느라 후회 가득이었던 MBA 졸업 직전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스승을 만난 일, 음악이 좋아서 탱고 시작했다가 인생 망칠까 봐 눈물을 머금고 그만둔 일, 페이스북 초기에 별생각 없이 콘텐츠를 업로드했는데 국내 DAU 1위를 기록해서 신이 났다가 다음 주에 바로 쓴맛 본 일 등, 정말 생각대로 된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의 나는 정말 ‘빈 컵’만 보는 좁은 시야의 사람이었다. 매일 이불킥을 했고,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
40대 전후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매일 스스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사업을 구상했고, 인생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들의 범위를 좁히고, 좋은 결과를 축적해서 타율을 높이는 비결을 체화하며 매일을 채웠다. 그랬더니 의도와는 다른 좋은 일이 한가득 오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좋은 일들이 쏟아지다시피 했다. (물론 어려운 일도 숨 쉴 때마다 따라오는 스타트업의 진흙탕 같은 현실도 여전하지만, 좋은 일을 바라볼수록 잘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매 순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 그 사실을 몰랐던 과거에는 넘어져서 아픈 무릎만 바라보며 인생의 돌부리에 짜증만 냈다. 지금은 툭툭 털고 일어나는 데 집중한다. 그게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날이면 가능한 일찍 자고 다음 날 일어나서 털어내려고 한다. 놀랍게도 다음 날이면 훨씬 쉬워진다.
우리에게 실수는 배울 지점을 알려주는 신호다. 그걸 모르고 실수 없는 인생을 만들려고 하다가 태풍에 맞서는 사람처럼 좌절만을 거듭했다. 이제는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실수를 동료로 만드는 마법의 질문이 있다. 이 일, 이 사람, 이 구조를 다시 바라보고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습관이 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몇 번이나 되새겼다.
무너지면 다시 시작하라.
그 진실을 바라볼 때, 인생을 부정적인 감정 속에 허비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생각대로만 되는 게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춤출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깊은 좌절의 순간에도,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힘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음의 여유를 잃고 실망감으로 하루하루를 채운다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원천인 ‘용기’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마음의 등불은 그때 가장 필요하다.
원문: 손종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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