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스미토모(住友)생명보험은 일본 기업 2만 6,000여 곳의 대표에게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를 설문했다. 그 결과에서 현존하는 경영자 중 1위로 나타난 사람은 결핵에 걸려 생사를 오갈 정도로 허약한 몸과 중학교와 대입을 재수할 정도로 평범한 두뇌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낸 이나모리 가즈오였다.
그는 시골 출신의 설움과 지방대 스펙의 한계를 직장 생활 내내 느끼며 해외 이주를 고려하기도 했고, 야근 수당이 회사에 부담되니 주간에 생산성 있게 일하자고 주장했다가 따돌림과 암습을 당하기도 했으며,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당시로는 3D 기술에 가까웠던 세라믹 분야의 연구에 대한 몰입으로 이겨냈다.
가까스로 입사한 중소기업에서 동네 제일, 잘해야 교토 제일이 되기를 목표로 교토세라믹으로 설립한 교세라는 50년 연속 흑자를 내며 세계 100대 글로벌기업이 되었고, 한국의 SK텔레콤과 유사한 KDDI를 설립하여 수도권을 양보하고 지방 중심으로 키우기도 했으며, 2010년 79세의 나이에 직원 3명만 데리고 전혀 모르던 항공산업에 뛰어들어 JAL을 부도 위기에서 세계 최고의 실적을 거두는 항공사로 만들기도 했다.
‘전 사원들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발전에 공헌하는 것’을 회사 이념으로 정하고, 갖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경영인들이 존경하는 경영인이자 헌신과 이타의 리더(그는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해 교토상을 제정하고 3개 이상의 재단법인을 설립했으며 퇴직금까지 기부했다.)인 그는 일과 인생의 성과를 나타내는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일과 인생의 결과=사고방식×열의×능력
능력(재능)
누구나 김연아,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으므로 타고난 능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노력하는 재능이나 사람을 저절로 부르는 인품도 사실 능력에 포함될 수 있지만 주로 성과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부분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이나모리 가즈오에 따르면 ‘능력’은 지능과 운동 신경 또는 건강, 경제적인 조건 등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인 자질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능력은 각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받은 재능으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능력은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로 표기할 수 있다.
열의(태도)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볼 때 관대한 항목은 성실함이다. 하지만 기준을 갖추면 날 것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관리자라면 신입사원을 면접할 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면 좋다. 당신은 정말 성실한가?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장 생활할 때부터 약 20년간 새벽 4시경까지 연구에 몰두하고 퇴근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는 주당 100시간씩 일하면 40시간 걸리는 사람이 2년 걸릴 일을 10개월 만에 완수할 수 있으므로 주당 80-100시간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런 버핏은 사람을 평가할 때 1) 성실, 2) 에너지, 3) 지능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첫째가 없다면 뒤의 두 가지 때문에 죽는다고 말한다. 성실하지 않다면 차라리 게으르고 우둔한 쪽이 더 낫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10세 무렵부터 89세인 지금까지 하루에 500페이지를 읽을 정도(그의 업무 대부분은 자료를 읽고 생각하는 것이다)이고, 그의 후계자 토드 콤스는 하루에 12시간을 읽는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열의’는 능력과는 달리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자세로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다. 이 역시 능력처럼 개인 차이가 있으며, 열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0점에서 누가 보아도 열의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평가받는 100점까지 점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즈오의 견해다. 하지만 위 성실함의 항목에서 봤듯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삶을 사느냐는 결국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열의 점수에 솔직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방식
위 내용을 반영해보면 열의가 보통보다 높아 90점이지만 타고난 재능은 평범해 50점이라면 결과로 5,400점을 얻는다. 이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사고방식’이다. 사고방식은 아주 독특한 항목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과 인생의 결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며, ‘-100점∼ +100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유일하게 마이너스의 값이 허용되는 것이다.
- 고생과 남을 탓하지 않고, 일과 삶을 사랑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긍정적인 ‘플러스 사고방식‘을,
- 세상과 일상에 부정적이고 남을 탓하고 시기하며, 주어진 자신의 일조차 만족하지 못하면서, 노력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속여서라도 성과만을 노리는 사람은 ‘마이너스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된다. 능력 50점에 열의가 90점인 사람이 50점 정도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성공 방정식의 계산 결과는 22만 5,000점이 된다. 반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사고방식, 예를 들어서 -10점 정도라도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결과는 -5만 4,000점이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위 워런 버핏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더 놀랍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집중도 잘되고, 열심히 해도 덜 힘들거나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취업을 하면 회사의 필요를 고려해서 채용과 배치가 될 것이고, 창업을 하면 고객의 니즈에 따라 배치되지 않으면 망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삶에서 성취를 이룬 인물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세상이 원하는 것을 먼저 채운다. 그러다 보면 역량과 자산이 축적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저절로 할 때가 많다. 우리가 가진 사고방식(가치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해석한다. 신기하게도 어떤 일이라도 불평불만을 갖고 억지로 하면 일에도 성과가 나지 않고 짜증이 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성과도 나지 않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반면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도 다르게 보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27세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필리핀에서 온 버지니아 아주엘라(Virginia Azuela)는 고졸의 무경력자였기 때문에 진로가 거의 막혀 있었다. 그런데 호텔 청소부로 일하면서 수첩에 객실 고객들의 습관과 특징을 모두 기록하며 품질경영 교육 기억을 더듬어 실천했고, 고객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고객의 수건이나 신문 취향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침대보 정리하는 방법을 회사에 제안해서 리츠 칼턴 호텔 전체의 방식을 개선했다.
그는 사내 아이디어 제안은 물론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며 본인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서비스 품질을 개선했고, 호텔산업 직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파이브 스타(five star)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역량을 바탕으로 리츠 칼턴은 미국을 대표하는 ‘말콤 볼드리지 대상(생산성)’을 받았다.
사람은 보통 비슷하다. 남들과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열의’를 곱하면 타고난 개인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 보통의 노력은 이러한 열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는 활동이다.
그런데 이 모두를 뒤집을 정도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고방식’이다. 사고방식은 인생을 살아가는 각도와 시야를 결정하기 때문에 긍정적 사고는 더 높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지만,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능력 있고 열의가 강할수록 더 파괴적인 결과를 만든다. 세상이란 흐름에 나를 맞춰가면 즐거운 여행이지만, 내 기준으로 세상을 아무리 노려봐도 햇빛은 눈부실 뿐이다.
앞서 나왔던 리츠 칼턴 호텔의 아주엘라에게는 다음의 질문이 주어졌다.
당신은 이민자에 영어도 뛰어나지 않았고, 리츠 칼턴 호텔에 오기까지 청소부 일만 20년 이상 수행했습니다. 본인에게 남다른 특별한 성공 요인이 있습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별로 내세울 만한 게 없습니다. 단지 저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원문: 손종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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