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인생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느끼게 되면 그 인생은 적어도 불행하진 않다. 그런데 내가 누구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게 누구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가령 누군가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 보이고 싶을 것이다. 부모에게 인정받거나, 남편 혹은 아내에게 사랑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자녀에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마음을 충족하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증명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가족에게‘만’ 사랑받았을 때 인정 욕구에 목마른 사람들도 존재한다. 사회적 성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들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고 싶어 한다. 회사에서 일에 진심인 동료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라 여긴다.
사회적 성취의 범위도 각기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쓸모 있는 인재가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누군가는 연봉이 인상되고 남들보다 빨리 승진해도 만족하지 않는다. 회사라는 범주를 넘어 국가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서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가령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가수가 단지 더 큰돈을 벌기 위해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그 내면에는 국제무대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는 ‘대중’이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고자 한다. 우주로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은 사업가를 두고 그 누구도 “틀렸다”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생긴 그릇의 모양이 다른 것이다.
자신이 누구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만약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단아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 사회적 압력이 심한 직업을 가졌다고 가정해보자. 에너지가 분산되기 때문에 행복해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반대로 밖으로 분출하는 에너지가 강한 사람은 아무리 남편이나 부인에게 사랑받는다 한들 자신의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없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과 현실이 다를 때 발생한다. 회사 내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A는 승진이 좌절되자 갑자기 주식 투자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자신의 능력과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해소되지 못한 탓이다. 취업준비생 B는 취업이 어려워지자 주변에 자꾸 소개팅을 해달라고 한다. 취업과 소개팅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 선택받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은 동일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못한 C는 사회적 성취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커리어 개발을 중요시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애정 문제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릇의 크기가 다른 것이 아니라 모양이 다른 것이다. 설령 누가 더 큰 그릇을 가졌다 한들, 내 그릇을 가득 채웠을 때 만족감이 가장 높아진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에서의 역할은 자신의 결핍과 연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구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지 스스로 잘 아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제 그릇을 채우는데 에너지를 쏟으면 된다.
세상은 점차 ‘돈’이 최상의 가치인 것처럼 변해가지만, 그 안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는 모두의 욕망이 녹아 있다. 만약 돈을 더 갖는 것이 인생 목표라면 남을 돕는 활동이나 ‘기부’ 같은 행위를 설명할 수 없다. 이미 충분한 돈을 가졌음에도 계속해서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나누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가진 돈의 액수와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는 사람은 결코 불행해질 수 없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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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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