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사실 국민학교를 다녔…) 시절 잠시 육상을 했다. 처음엔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를 했고, 나중엔 800미터 장거리 달리기를 했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 나가 내 차례를 기다리며 출발 라인에 대기할 때면 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800미터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는 출발 라인에서 그렇게까지 떨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단거리 경주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마라톤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는가? 이 관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나 마인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0미터 경기는 출발할 때 이미 몸통 한 두 개가 차이 나기 시작하면 종반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출발에 목숨을 건다. (4년간 힘들게 준비한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인한 실격으로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하지만 마라톤은 출발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끝까지 자기 페이스대로 가다가 생각한 작전을 펼치면 된다. 오히려 완주할 체력이 필요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인생을 단거리 경기라 생각하면 몸에 늘 잔뜩 힘이 들어간다. 금방 결과를 볼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가진 힘을 한 번에 쏟아 넣고 싶다 보니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수들은 100미터를 한 호흡에 뛰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면 갈수록 인생은 자꾸 조금씩 엇나간다. 주변에 관계하는 사람들도 과도하게 들어간 힘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그러면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생각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알다시피 인생은 어차피 문제의 연속이다. 어떻게 생각한다 해도 문제 자체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마라톤의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이 빨리 나가는 게 보이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내 페이스를 무너뜨리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그리고 결국 그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오버페이스를 해서 중도에 주저앉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인생을 단거리 경기로 생각하며 초 집중으로 혼신의 힘을 불어넣으며 살든, 마라톤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든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다른 사람이 어떤지보다 내가 준비한 전략을 지키는 것, 당장은 그게 뒤쳐져 보일지라도 내 속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인생이란 경기를 완주하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바라기는 인생을 조금 길게 봐도 좋겠다. 단숨에 한 호흡에 끝나는 단거리 경기가 아니라, 중반에든 종반에든 충분히 역전의 기회가 있는 마라톤으로 말이다. 그리고 순위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둘 수 있다면 마라톤 구간의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완주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원문: Peter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