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동차 회사 직원인 나는 임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직영 사업소를 주로 이용한다. 직영 사업소는 제작사가 책임을 지는 만큼 정품을 취급하고, 공임도 단가가 정해져 있어 비싸긴 하지만 믿을 수 있다. 직원 할인을 받으면 비용적인 측면에도 큰 부담이 없어서 스스로는 괜찮은 정비사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주변 지인들이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찾을 카카센터가 없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 있다. 그간 조언해 드린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을 만족하는 정비사의 기준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신기술을 파악하고 적용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자동차 주인이 정비사를 필요로 할 때는 두 가지 경우다. 고장이나 사고가 나서 수리가 필요한 때와,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정비 점검을 받아야 할 때다. 고객 입장에서 좋은 정비사라면 문제 되는 상황을 잘 찾아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숨은 문제를 찾으려면 꼼꼼히 차를 잘 살펴봐야 하고, 추천하는 부품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덧붙여 비싸지 않고 공임도 되도록 저렴했으면 좋겠다. 서비스는 믿을 수 있고 좋아야 하는 데 돈은 덜 들어야 하는 이 두 조건 사이에 답이 있다.
사람이 아프면 무엇 때문에 아픈지 잘 알아야 고칠 수 있듯이, 차도 문제가 생기면 어디가 문제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법적으로 차량 내부 정보를 표준 자동차 통신에 포함하도록 정해 두었다. 그래서 자동차 진단기를 이용하면 예전보다 체계적으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ADAS 같은 최신 기술들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정비사분들도 공부하고 진단기를 업데이트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노력을 해야만 제대로 수리할 수 있다. 이런 장치들을 이용해서 진단하고 설명해 주시는 정비사분의 말씀이 훨씬 믿음이 갈 것이다.
2. 무조건적인 교환보다, 자동차의 현재 상태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장이든 일반 정비든 비용을 아끼려면 불필요한 교환은 피해야 한다. 유저 매뉴얼에 보면 엔진 오일이나 점화 플러그 같은 소모품들의 교환 주기가 잘 나와 있는데, 수리소에 가기 전 내 차의 나이와 이력을 보고 어떤 부품이 바꿔야 할 시기인지 파악하고 가자. 제대로 된 정비사라면 정해진 교환 주기에 도달한 부품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잘 점검한 후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사용한 후 언제 체크하는 게 좋을지 알려줄 것이다.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교체를 권하기보다는, 앞 뒤 위치를 바꾸는 등 오래 탈 수 있는 방법을 권하는 게 좋다. 소모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태도를 보면 정비사가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인지, 고객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수리소에 가기 전에 내 차의 나이와 이력을 보고 어떤 부품이 바꿀 만한 시기 인가 미리 알아 두고 가 보자. 제대로 된 정비사라면 정해진 교환 주기에 도달한 부품들을 무조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잘 점검해 보고, 아직 상태가 괜찮고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사용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음번에 마일리지 어느 정도 되면 그때 다시 체크해 보자고 계획을 알려 줄 것이다. 타이어는 교체 없이 앞 뒤 위치를 바꾼다든가 하는 오래 탈 수 있는 방법을 권하면 더 좋다. 소모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태도를 보면 정비사가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는지 고객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는 분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나 고장이 나서 수리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은 정품, 카피한 부품, 중고 부품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도 다르다. 가령 범퍼만 해도, 어떤 사람은 색깔을 꼭 맞춰서 말끔하게 수리받기를 원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외관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저렴하게 처리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런데 가끔, ‘무조건 이런 걸 써야 한다’고 강요하는 카센터를 만나게 된다. 그런 곳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선택에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좋은 정비사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여러 옵션과 그에 따르는 장단점을 잘 설명해주고 고객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차에 들어갈 부품을 직접 보여주고, 웬만한 제품은 다 인터넷에서 검색이 되니 시장 상황을 알아보고 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분이 좋다.
3. 그래도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마냥 비전문가인 고객의 의견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믿고 의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엔진·핸들·브레이크 같은 안전 관련 부품이 문제가 있을 경우 수리 여부에 대한 본인의 의견이 명확해야 한다. 작은 누유도 일반 정비에서 꼼꼼히 챙겨 보고, 주행 시의 이상한 거동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명확하고 단호하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전문가로서 정비사가 꼭 해주어야 하는 일이다. 정비를 맡기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니까.
마무리하며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정비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믿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정비를 받으면서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한번 물어보자.
제 차가 이제 4만인데 타이어 갈아야 할까요?
지금 이야기해 주신 부품은 조금 비싼 것 같은데, 싼 제품을 추천해 주실 수는 없나요?
엔진 오일 교환하실 때 누유되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셨나요?
꼭 정품을 써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는지 보면, ‘호구’를 속여먹을 생각으로 가득한 비양심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 차처럼 잘 챙겨주는 분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기대에 맞게 책임감을 지닌 분을 만났다면, 부품은 원하는 수준 안에서 정하더라도 공임은 되도록 과하게 흥정하지 않기를 권한다. 조금 더 주는 대신, 자잘한 점검을 부탁하고 평소 불편했던 것과 주의해야 할 점, 다음번 정비 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는 게 이득이다. 자신의 헌신을 박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좋은 마음이 갈 리가 없다. 신뢰라는 것도 결국 주고받는 것이니까.
원문: 이정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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