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책, 뉴욕 타임스 58주 베스트셀러,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미국 독자를 사로잡은 책. 책 앞에 붙은 수식어는 차고 넘칠 지경이었지만,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책 『모스크바의 신사』를 직접 집어 드는 일은 어째 없었을 것 같다. 우선은 양장본 책이 너무 두꺼웠고(소설은 700페이지다), 에이모 토올스라는 저자의 이름은 생소했으며, 특히 미국 작가가 2016년에 러시아 혁명 이후 몰락한 구시대 귀족의 삶을 그렸다는 게 영 못 미덥기만 했다. 누가 … [Read more...] about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네, 제가 바로 길치입니다
고백한다. 나는 길치다. 우스운 선언문처럼 쓸 필요도 없는 게 이미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길치인 것도 잘 안다. 심지어 아주 전형적인 유형의 길치여서, 길이라고는 1도 모르면서 포부도 당당하게 늘 앞서가는 길치다. 누가 바른 방향으로 데려가면 얌전히 따라갈 것이지 맨날 ‘저쪽이 맞는 것 같은데?’ 하고 종알거리며 고집을 부리는 길치이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목적지를 찍고 가다 보면 가야 할 길에 대한 엄청난 확신과 묘한 안정감이 생기는데, 문제는 그게 아무 때나 그냥, 틀린 길에서도 마구 … [Read more...] about 네, 제가 바로 길치입니다
오늘만큼은 제주로 퇴근합니다
평일 저녁. 괜한 눈치를 보며 조금 일찍 사무실을 빠져나와 공항으로 가는 길. 약간 들뜬 마음에 발걸음이 바쁘다.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힘든 하루였지만 그래도 오늘은, 제주로 퇴근한다고. 마음이 번다하고 어지러울 때마다 전부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그럴 것. 나는 언젠가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기보다 콕 집어 ‘제주로’ 떠나고 싶은 순간이 많아졌다. 서울에서 머지않은 거리, 그럼에도 공항에 가서 수속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데서도 … [Read more...] about 오늘만큼은 제주로 퇴근합니다
아빠들은 생율만 깎아놓고 생색을 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금방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다시 추석. 이번에는 유난히 빠르긴 하지만 하여간 날씨로만 보자면 완연히 추석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추석이 벌써 네 번째지만 여전히 차례 준비가 빠진 추석은 영 명절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냥 평소보다 조금 긴 주말 같달까. 종교나 집안에 따라 애초에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많겠다만,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제사와 차례를 지내 온 내게는 명절이란 꼭 차례와 동의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건대 내가 그걸 그리워한다는 뜻은 … [Read more...] about 아빠들은 생율만 깎아놓고 생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