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이른 새벽 지하철로 출근한다. 생기 없는 사람들을 듬성듬성 싣고 지하철은 맥없이 구른다. 나는 매일 수면부족으로 역겨움을 참고 간신히 객차에 몸을 싣는다. 지하철 문은 아주 살며시 닫힌다. 그리고, 마지 못해 간다는 듯 천천히 출발한다. 잠에 덜 깬 사람들은 지하철을 따라 휘청거린다. 나는 그 안에서 최대한 의식을 놓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그 새벽엔 항상 졸음으로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러면 반드시 지하철은 내가 가야 하는 역에 선다. 그리고 나는 병원 정문으로 비적거리며 … [Read more...] about 그는 역이 아닌 다른 곳에 가려했었다
죽음에 관하여
1. 한 달 남았습니다.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담도암 말기였다.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경과는 대체로 두 가지로 갈리는데, 멀쩡히 삶을 영위하다가 갑자기 진행된 암이 발견되어 급하고 격한 투병 후에 죽어가는 경우와 적당한 초기에 발견되어서 몇 년간 배를 열고 닫으며 그때마다 혹여나 하는 희망과 역시나 하는 좌절을 겪으며 도로 꿰매진 배를 바라보고, 바뀌어가는 항암제와 항구토제와 기타 먹어야 하는 역한 약을 밥보다도 더 많이 삼키다가 결국 병원과 진행된 암에 시들어져 버리는 … [Read more...] about 죽음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