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일을 참 잘해.
회사에서 이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하는 습관’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말하는 방식에도 특징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엔 일을 잘 못하던 사람도 이런 말하기 습관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점차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습관 말하기를 소개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신도 당장 말투부터 바꾸어 싶어질지도 모른다.
1.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질문
어느 회의에서 ‘애자일 조직문화’를 전사적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실무자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우리회사와 유사 업종 30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25개 기업이 애자일을 도입한 후 업무 효율과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도 도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고 이후 어떤 질문들을 할까?
그 30개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죠?” / “우리가 그들과 유사한가요?” / “나머지 5개는 왜 실패했나요?”
대부분의 질문은 보고자가 제시한 내용이 맞고 틀린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빠져 있다.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성과를 낸 회사도 있지 않나요?
이 질문이야말로 애자일 도입과 성과 향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다. 만약 애자일을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성과를 낸 회사가 많이 있다면 애당초 애자일 도입과 업무 성과는 인과관계 자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존재하는 것에는 집중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는 쉽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시성 편향(visibility bias)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가능성은 간과하는 인지적 오류이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지금 논의에서 빠진 요소는 없을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말로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 질문 하나가 팀의 사고 수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2.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하기
일 잘하는 사람들이 칭찬을 받았을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팀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도움을 실제로 받았든, 받지 않았든 관계없다. 이 말이 목적은 공을 위로 올리는 것이다. 기업 교육에서 만난 수많은 임원들이 후배들에게 비법을 한 가지만 알려 줘야 할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조직 내에서 빨리 성장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직속 상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를 성공시킨다는 것이 뭘까? 나의 팀장이 상무님께 또는 본부장님께 인정받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더 실행해서 보고할 만한 것은 없을까?’,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만한 것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업무를 성숙시킨다.

칭찬을 받은 뒤에는, 이렇게 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팀장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셔서 그럴 수 있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이 지시하신 걸 잘 따랐을 뿐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전략적 언어습관이다.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 욕구를 타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인정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3. “한번 해보겠습니다”: 기회를 잡는 말하기
일을 잘하는 사람의 마지막 특징이 있다면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 그럴듯한 일이 있지만, 반면에 ‘내가 이런 걸 하려고 그 많은 돈을 들여서 대학을 졸업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신입사원들은 “저는 상품 기획하러 왔습니다.”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오타를 체크하고, 단체메일을 보내고, 비품 운반하는 등의 일은 너무 단순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그것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다. ‘이 일이 팀에 도움이 되고, 조직에 필요한 일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 “한번 해보겠습니다” 라는 말로 대답한다.

일이 낯설고, 어려워 보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을 때 일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일은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기회다’라는 성장 마인드셋으로 말한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마치며
일잘하는 사람의 말하기 습관을 정리하면 이렇다.
- “우리가 빼먹은 게 뭐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질문한다.
- “팀장님 덕분입니다” 공을 나누는 말로 신뢰를 쌓고 기회를 만든다.
-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려움보다 성장을 선택한다.
말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국 평가도 달라진다. 아직 일에 자신이 없다면, 우선 말하는 습관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원문: 장철우의 브런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