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유류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다리가 몸통에 수직으로 달려 있어 걷거나 뛰는 데 유리할 뿐 아니라 큰 몸집을 지탱할 때도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이미 공룡시대인 중생대에 완성된 특징입니다.
하지만 사실 3억 년에 걸친 포유류 진화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포유류가 네 발로 서서 걸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포유류의 오랜 조상들은 현재 도마뱀처럼 몸통 양쪽에 다리가 달려 있는 형태로 걷기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피터 비숍 박사와 스테파니 피어스 교수 (Dr. Peter Bishop, a postdoctoral fellow, and senior author Professor Stephanie Pierce)는 현생 포유류부터 3억 년 전 살았던 포유류의 아득한 선조까지 대표적 생물의 골격을 바탕으로 생기계적 모델링 (biomechanical modeling) 기법을 적용해 움직임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포유류는 2억 9천 만 년 전 거대한 돛을 지닌 채 지상 생태계의 정점에 선 반룡류인 디메트로돈 (Dimetrodon)부터 35g에 불과한 크기의 트라이아스기 후기 수궁류인 메가조스투로돈 (Megazostrodon), 태반 포유류와 유대류를 포함한 수아강 (therian)에 속한 역사적 포유류 등 다양했습니다.
화석의 골격을 디지털화한 후, 뒷다리 근골격계의 디지털 생체역학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로 사지가 다양한 방향으로 지면에 힘을 가하는 능력을 계산했습니다. / 출처: 피터 비숍
그 결과 직립 자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진화하진 않았습니다. 완전한 직립 구조는 생각보다 더 이후에 진화했습니다.
흔히 포유류형 파충류로 불리는 원시적 그룹인 수궁류의 경우 상당히 혼재된 양상을 보였습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 공룡이 육상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종이 되면서 수궁류는 오히려 다시 기는 게 유리한 자세로 진화해 생태계의 틈새를 노렸습니다. 현재와 같은 포유류의 수직 직립은 수아강이 진화한 다음에야 일반적인 형태가 됐습니다.

직립한 자세는 육상 생활에 더 적합합니다. 때문에 중생대에 이를 진화시킨 포유류의 조상은 신생대에 생태계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친 셈이 됐습니다. 늦지 않게 진화한 것입니다.
물론 포유류가 지구 생태계의 주인공이 된 것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우연한 기회 덕분이었지만,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회는 미리 준비한 자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연계에서도 통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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