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정말 좋은 것이다. 실패와 성공 사이에 의도적으로 실패를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실패는 내 능력치를 벗어난 도전을 했을 때 나타난다. 아마도 한계치까지 노력하고 바둥거렸으리라. 그리고 힘이 풀려 짧든 길든 지쳐버렸으리라.
그 후에는 곰곰히, 진지하게 생각을 시작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을 해내면 될까, 부족한 게 있었던가. 패하고 마주한 상황에선 배울 교자재가 정말 많다. 허튼 조언들이 아니라 실질인 교자재가 생겨난다. 그전까지의 정답은 모두 탁상공론이었던 것이다.
‘진짜 증거’를 온몸으로 체감한 사람만이 ‘진짜 스승’을 만난다. 진짜 스승은 내 안에 있는 그 모든 줏어 듣고 줏어 읽은 지식의 편린들이다. 그들이 비로소 의미를 지니며 새로운 길들을 안내한다. 미세한 튜닝이 가능해지고, 생각의 군살은 거침없이 도려낼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물론, 일거에 한계를 뛰어넘진 못한다. 높은 목표에 도전할수록 더 그렇다. 생각의 군살은 우리가 실패하는 비결이어서, 그 살을 깎고 깎아야 사라진다. 실패를 해야만 그것을 깎아낼 교훈이 생겨난다.
물론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큰 실패나, 아무렇지도 않은 실패는 의미가 퇴색된다.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안 한 경우도 존재한다 (아까 거의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럴 땐 얻는 게 없기도 하다.
그러나, 한 시간이라도 집념 어리게 투자했다면 실패할 때 많이 아프다. 쓴 글이나 코드나 피피티를 날렸을 때처럼. 그러나 그 실패들이 가장 좋은 교자재가 된다. 게임이었다면 게임 오버가 될 때마다 레벨이 오르는 격일 것이다.
그렇기에 실패는 정말로 단 것이다. 실패를 직시하고 뼈저린 반성들을 해나갈 수만 있다면 그러하다. 어차피 군살이 없어지려면 치뤄야 할 값이다. 하루빨리 값을 치루는 걸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해야 한다.
지금 실패 비슷한 것으로 바둥거리고 있다면, 오히려 힘을 내어 정면돌파하자. 실패를 돌파한 레코드야말로 최고의 트랙 레코드가 아닐까. 물론, 성공 다음으로.
원문: 두물머리 천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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