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실험(시도, 시행착오)을 자주 하는 게 좋다. 실험을 자주 하는 것도 요령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라는 것이다. 즉 성패를 빨리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들이 몇 개 있다. 첫째로 자신의 검진이나 치료에 대한 확인 과정의 사이클이 느린 의사들은, 업력이 길어져도 실력이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틀렸다면 생각을 수정했을 것이고, 생각이 맞았다면 강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답을 얻는데 수년 내지는 수십 년이 걸리거나 때로는 영원히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학습을 해낼 수 없다.
그래서 CT 등을 검진하는 의사는 학습 정지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과거에 이미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기적으로 실험할 경우 실력이 빨리 는다고 한다. 학습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는 좋은 사례다.
또 다른 예시가 있다. 브라질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배출하는 이유가 ‘풋살’이라는 이야기다. 풋살은 작은 실내 운동장에서 적은 수의 선수가 작은 공으로 경기하는 미니어처 축구로, 최근 전 세계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풋살은 공을 잡고, 드리블하고, 골을 넣는 횟수가 축구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더 빨리, 더 많이 시행착오를 하니 실력을 키우기 좋은 것이다.
꽤 많은 브라질 축구 선수들이 축구장에서 축구를 해본 적 없이 선수로 데뷔한다고 한다. 풋살 선수들 출신이다.
마찬가지로 유튜버들이 좋은 콘텐츠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책의 저자나 강연자 대비 피드백이 빠르기 때문이다. 어떨 땐 10분 만에 콘텐츠를 생각해 내서 30분 만에 올리고, 그로부터 또 30분이 지나면 아이디어의 흥행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그날 밤 침대에 들며 즉각적으로 반성하고 새로운 시도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다 또 벌떡 일어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이런 빠른 사이클이야말로 학습에 너무나 중요하다.
2.
인생 전반에 빠른 사이클을 활용한 학습 이론을 접목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학생은 시험을 본 다음 1주일 혹은 1개월이 지나서 답지를 받는다. 이런 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즉석에서 구두로 퀴즈를 보는 게 좋다.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참여를 유도하며 즉시 상을 준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답을 맞히려고 기를 쓰고, 집에 돌아가며 그 답안에 대해 곱씹게 마련이다. 골든벨을 보면서 얻은 지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회사도 당연하다. 월급 제도와, 연말 인사철 같은 제도들이 과연 팀원들의 학습에 최적인지 생각해 볼 만하다. 빠른 도전, 빠른 실패, 빠른 성공. 이런 것을 장려하기 위한 시스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의 목적이 분명하고 강렬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3.
빠른 실험의 가장 좋은 효과는 역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눈앞의 살아 숨 쉬는 인간이 효용을 느끼는 모습을 목격할 때, 사람은 강렬한 동기부여를 느낀다. 그래서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상하고 맞춤화하게 된다. 그럴수록 실험의 목적은 분명해진다.
달리 말하면 15년쯤 후 누군가 읽을지 모를 논문이나 책을 쓰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나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을 때 월등히 동기부여가 되고, 더 또렷한 정신으로 글을 쓰게 된다. 피드백과 내 이해관계가 명료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더 크게 생각해 볼 여지도 생긴다. “이런 편지 쓰는 법을 시리즈로 나누어서 블로그에 써 보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몇천, 몇만의 조회수가 나오지는 않을까? 그러면 강연을 하나 만들어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으려나? 더 나아가 회사를 차릴 수도 있지 않으려나? 청년 재벌이 되지는 않을까? 이렇게, 같은 실험에 대해서도 내 인생에 있어 더 크고 중요한 혜택을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하면 동기 부여는 더 높아진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동기 부여가 높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행동에 100만 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인사철이나 이직 시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백만 원 대의 승부처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작은 행동도 몇억, 몇십억의 잠재적 가치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니 허투루 일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
이렇게 잠재적 가치가 높고, 나한테도 와닿는 일을 하다 보면 실패를 많이 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워진다. 한 번만 성공하면 모두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동기부여도 된다.
4.
마찬가지로 한 가지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 한 연구를 보자. 도자기를 만드는 수업에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학생의 절반에게는 ‘최대한 도자기를 많이 만들어 봐라’라고 주문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어라’라고 주문했다.
학기가 끝났을 때, 최고의 점수를 받은 도자기들은 대체로 도자기를 많이 만든 학생들에게서 나왔다. 실패도 많이 하고 시도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연히 실력이 높게 향상되었다. 반면 너무 오랫동안 한 도자기를 붙잡고 있었던 친구들은 크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 시간을 끌면 실패의 비용이 높아진다. 유튜브 하나를 만들더라도 하룻밤 사이에 제작한 것과, 3개월 동안 만든 것은 실패의 비용이 다르다. 3개월짜리는 실패했을 때 유튜브를 그만둬야 할 정도로 큰 위험을 짊어지게 된다. 이런 실패조차 무조건 많이 하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묵직한 패배감을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성과는 투입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고객(혹은 시청자)의 만족도는 굉장히 어려운 함수다. 이를 생각한다면 가볍게 많이 만드는 것이 낫다. 3개월이 지났을 때 여러 가지 감이라도 생겼을 테니까.
그러니 실패의 비용을 줄이자. 실패는 즉각적으로 내 행동을 수정해서 개선할 기회를 준다. 한 번의 시도에 전 재산을 걸어 버리거나 인생을 걸어 버린다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만 하며 산다면, 결과적으로 어떤 시행착오도 학습도 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신사업에 사운을 걸어야 하는 순간은 되도록 오지 않아야 한다. 몇 달씩 기획하고 있는 것도 매우 큰 부담이 된다. 그러니 작게 자주 시도하며 구성원들을 지켜 주고 장려하는 구조로 가는 게 좋다.
원문: 두물머리 천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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