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이 대기업을 제쳤습니다
‘동네 빵집’ 성심당이 작년 연 매출 1,243억 원, 영업이익 315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뒀다고 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 브랜드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죠. 무엇보다 로컬 브랜드가 영업이익 규모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을 모두 제쳤다는 것이 특히 화제였습니다.
물론 프랜차이즈와 직영점이라는 사업 구조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보다 성심당이 돈을 더 벌었다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작년 파리바게뜨의 전체 총매출은 무려 2.6조 원에 달하고, 이보다는 못하지만 뚜레쥬르 역시 7,400억 이상을 기록하였죠. 매장당 평균 이익률이 10%라고만 잡아도 성심당의 이익 규모를 충분히 능가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심당이 거둔 성과는 정말 놀라운 수준입니다. 빵을 판매하는 성심당의 매장은 총 6개이고, 이중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죠. 이는 곧 매장당 2~300억 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파리바게뜨의 매장당 평균 매출이 7.5억 원이고, 뚜레쥬르는 5.7억 원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이 비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성심당의 성공을 만들었을까요? 우리에게는 흔히 ‘성심당의 원가율이 매우 높은 편이고, 다만 박리다매 형태로 정말 많이 팔기 때문에 운영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재무제표는 이와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실 원가율이 정말 높다면, 작년에 기록한 25.3%라는 영업이익률이 절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성심당의 호실적은 생각보다 마진은 높고, 비용은 덜 쓴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재무제표 기준으로 추정해 본 성심당의 매출 대비 원재료비 비중은 30% 초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빵값을 소폭 인상한 영향인지, 오히려 1%p가량 하락하기도 했고요. 이는 같은 기준으로 구한 26% 내외의 프랜차이즈보다는 분명 높은 수준이긴 합니다만, 30% 중반인 군산의 이성당이나 무려 40% 이상을 보이는 부산의 옵스에 비해선 낮은 수준입니다. 단지 좋은 재료를 써서 고객이 성심당 빵을 가성비 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란 건데요.
사실 성심당의 진정한 저력은 숙련된 내부 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심당은 빵만큼이나 중소기업답지 않은 복지로 유명한데요. 최근 3년 동안은 인당 평균 급여 인상률도 20% 이상일 정도입니다. 계속 직원들의 처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건데요. 덕분에 퇴사율을 낮게 유지하여 오랜 기간 근무한 인원들이 많다고 하며, 이들은 그 어느 경쟁사보다 뛰어난 생산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인건비는 기본적으로 고정비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나면 단위당 비용은 떨어지게 되는데요. 오직 대전 내 출점만 고집하며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점당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는데 인당 생산성은 높다 보니, 최소한의 증원만으로 이를 커버하면서 매출 대비 고정비 비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늘어난 매출 규모는 재료 구매도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변동비 역시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는데요. 최근 가장 히트한 대표 상품인 성심당 ‘딸기시루’만 하더라도 직계약한 농장 두 곳에서 딸기를 ‘밭떼기’를 통해 몽땅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매출은 성장하는 가운데, 운영 효율 개선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영업 이익이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약간의 번뜩임이 가미된다면
다만 최근 성심당의 행보에서도 살짝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성심당의 창업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책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보면 생각보다 성심당이 힙한 곳이었다는 점에 놀라게 됩니다. 임영진 대표는 일본까지 가서 선진적인 제빵 기술을 배워왔고요. 최초의 베이커리 식당, 케익부띠끄 등을 선도적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밸런타인 이벤트 등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고요. 덕분에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성심당은 분명 기본에 충실하지만,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과거보다 덜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지만 로컬을 중심으로 성장한 프릳츠나 모모스커피 같은 브랜드들이 이를 활발히 활용하는 반면, 성심당은 확실히 소극적이기도 하고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이거든요.
팔로워 수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성심당 공식 계정의 팔로워 수는 3.2만 명으로 다소 명성에 비해선 아쉬운 수준입니다. 반면 프릳츠는 10.4만, 모모스커피는 5.4만의 팔로워를 보유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이고요.
물론 지금의 성심당을 만든 건 이러한 번뜩임보다는 나눔의 가치, 로컬의 정체성을 지켜온 진정성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말 더 오래오래 성심당이 계속 이러한 가치를 지켜가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성심당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과거처럼 트렌드까지 선도하는 좋은 브랜드로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라봅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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