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 더 블록〉 남궁민 편을 봤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남궁민이 TV에서 우연히 공채 개그맨&탈랜트 모집 공고를 보고 어머니께 ‘나 이거 지원해 볼까?’라고 말했다 한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비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내가 내 아들을 잘 아는데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라서 우리와는 달라.
그래도 정 아쉬우면 연습 삼아 나가보라고 했고, 남궁민은 결국 떨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모든 연기 시험에 떨어지는 불운이 계속됐다고 한다. 마치 어머니의 예언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남궁민은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게나 찾아 헤맸던 ‘재미있는 일’, 연기를 찾아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단역을 전전하면서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다. 그렇게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 남궁민은 ‘믿고 보는 배우’ ‘연기 천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출처: tvN
남궁민 배우의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어쩌면 우리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의 진짜 가치를 잘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던 남궁민 어머니와 같은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주 먼 훗날에야 결국 성공한 사람들이 처음에 들었을 ‘너는 안돼’,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리가’, ‘너는 가능성만 있고 성과는 없잖아’, ‘그런 능력은 타고나는 거야’ 등등의 말들을 가까이에서 얼마나 많이 해왔을까. 본인만 알 수 있는 고민의 깊이, 잠재력의 크기도 잘 모르면서 참 쉽게 상처를 줬을까 싶다.
사실 나조차도 이런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 사람이 저걸 할 수 있을까?’, ‘애는 쓰겠지만 설마 할 수 있겠어?’, ‘이 정도만 해도 참 다행이지’ 등등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상대를 의심하고 능력치를 얕잡아 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급격하게 성장해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를 몇 차례 목격한 이후로는 사람에 대한 단정적인 평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란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들을 관찰해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고 지속적으로 해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참 고단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역마저도 주인공 연기를 하는 것마냥 신나하며 즐겼던 남궁민 배우처럼 오래 지치지 않고 하고 있었다. 그런 지속성은 결국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가능성을 무조건 가까운 데에서 인정받으려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생각과 능력들을 노출해 보자. 그래야 가까워서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나의 진가를 알아 봐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나의 지인들은 현미경으로만 보느라 몰랐던 것들을, 망원경을 들고 조망하며 나의 가치를 찾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인정받을 기회를 안팎으로 부지런히 내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SNS, 블로그 등 온라인 채널의 활동은 나를 가장 넓은 범위로 지속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런 검증이 정확하려면 꾸준히 해나가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재미에서 나오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힘은 의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재미와 의미를 느끼면서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재능 아닐까 싶다. 그게 천부적인 것이든, 발견되는 것이든 상관없다. 남궁민 배우가 그랬던 것처럼.
원문: 우현수의 브런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