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자막만 봐도 떨리는,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울리는 그 작품. <스타워즈>는 지구인들의 마음속에 우주란 도대체 어떤 곳일까…라는 꿈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타고난 집돌이 마시즘 역시 스타워즈 시리즈를 챙겨보며 ‘역시 이불 밖의 우주는 위험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지구에서 태어난 게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우주적 시점에서 ‘지구’ 역시 머나먼 은하일 뿐이고, 외계인 입장에서는 지구가 살기 힘든 곳일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한 사진에서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밀양에 불시착한 은하제국의 특수보병 ‘스톰트루퍼’가 농사 귀신이 되어버린 이 사진 말이다. 미안하다. 지구살이. 아니 한국살이가 좀 힘들지?
은하제국의 스톰트루퍼가 밀양에서는 스토미?
스타워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하얀색 마스크 ‘스톰트루퍼’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생긴 것은 대림바스 화장실 변기처럼 생겼지만 다스베이더가 있는 은하제국의 어엿한 정예 군대다. 비록 칼을 든 주인공 무리에게 총 한 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깍두기 썰리듯 당하는 반전 매력을 지녔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톰트루퍼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은하제국이 다스리는 별이 700만 개 이상이고, 거기에 각각 파견되어 근무를 해야 할 스톰트루퍼의 수를 생각했을 때. 한두 명 정도는 탈영 아니 지구에 떨어져도 이상한 게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곳이 말이 통하지 않는 시골이었고. 스페이스 오페라인 스타워즈 속 캐릭터는 〈전원일기〉 내지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훈훈한 마을이야기 속으로 빠져버렸다. 거 스톰트루퍼가 제국에서 얼마나 날렸을지는 몰라도, 밀양에서는 한 낱 귀여운 스토미(스톰트루퍼+귀요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까지가 스톰탁주 전설의 시작이다.
외계인 인생의 2막, 막걸리를 빚는 술도가가 되다
스톰트루퍼가 콜라보… 아니 발을 디딘 곳은 ‘밀양클래식술도가’다.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었다. 양조장 자체는 100년에 가까운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독특한 점이 있다면 양조장 전체에 클래식 음악이 틀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스톰트루퍼까지 꼈다고?
아무튼 우리의 스톰트루퍼의 막걸리 빚기 스토리는 스타워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주를 누비면서 강력함을 보여주는 군인들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있다니. 어찌 안 사줄 수가 있겠는가.
마시즘도 그런 마음에서 샀다. 밀양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막든 막걸리라니. 맛이 너무 궁금하잖아?
스톰탁주를 시켰는데, 스톰공 어찌하여 목만…
장인이 만든 막걸리에는 언제나 만든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병부터 뚜껑, 잔까지 본인 얼굴로 도배를 해놓은 막걸리는 ‘스톰탁주’가 처음일 것이다. 잘 만들어진 스톰트루퍼의 헬멧을 돌리는 게 조금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막걸리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라고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맛이다. 스톰탁주는 우주인의 입맛에 맞는 막걸리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톰탁주는 독특한 맛은 아니다. 가볍고 깔끔하면서도 단맛이 은은하게 도는 제법 마시기 좋은 막걸리의 맛을 내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도 막걸리를 만들어야 하는 스톰트루퍼의 고민이 들어갔을 것이다. 독특한 맛을 냈다가는 ‘어디 막걸리도 모르는 게’라는 소리를 들으며 한국인의 ‘막걸리부심’에 대해 밤이 새도록 들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스톰탁주의 맛은 기본에 충실하다. 심지어 막걸리를 잘 모르고 처음 마셔보는 사람, 외국인 아니 외계인까지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매니아들에게는 심심할 수 있어도 이 스톰탁주의 목표가 ‘막걸리로 우주 정복’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충실한 기본이 탄탄한 맛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강한 막걸리의 맛을 원한다면 6도짜리가 아닌 17도짜리 프리미엄 패키지를 사는 것도 추천을 드린다. 모쪼록 스톰형님의 인생 2막이 성공적으로 끝난 탁주 한 잔을 같이 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구에 불시착한 스톰트루퍼를 응원하며
그 거대한 은하제국의 스톰트루퍼가 한국에만 떨어졌을 리가 없다. 다른 나라에도 스톰트루퍼들은 불시착을 하곤 했으며 각자의 생업을 위해 일을 시작하였다. 영국에 떨어진 스톰트루퍼들은 막걸리가 아닌 맥주를 만들어 ‘오리지널 스톰트루퍼 맥주(Original Stormtrooper Beer)’라는 제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오직 디즈니의 눈이 도사리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스톰트루퍼의 디자인 저작권 분쟁에서 영국의 아인스워스(이곳은 스톰트루퍼 헬멧의 대량생산을 맡았던 회사다)가 승소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너무 건조하니까. 어쨌건 스톰트루퍼는 어디에나, 여러분의 곁에 존재한다.
추억에 젖어 스톰탁주를 마시다가 스톰트루퍼 형님들의 지구살이를 돌아본다. 모쪼록 머나먼 우주의 행성 지구에서 먹고사니즘을 실천하는 스톰형들이 술 빚는 인생으로 다시 대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겔)포스가 함께하길.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