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존경받기를 포기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내 생각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타인들로부터 존경받고자 해야 한다. 존경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거만한 일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지켜주는 면이 분명히 있다. 존경받기를 포기하면 대개 미움을 받게 된다.
타인들의 존경 따위 무시해 버리고, 내 마음대로 살면서 나의 잘남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존재 자체가 폭력이 된다. 대개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은 나이나 지위, 권력이 늘어난다. 때론 나이 그 자체가 일상생활의 권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존경받기를 포기하고 제멋대로 사는 순간, 그의 권력은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어느 타인에게 폭력이 된다.
우리가 타인에게 존경받고자 한다는 건,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본다는 뜻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지 조심한다는 뜻도 된다. 그러면 그에게 예의 바르게 말하기도 하고, 그가 보는 나의 인성이나 말, 정신에 신경 쓰기도 한다. 나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그에게 ‘존경받는 나’를 그려보게 된다. 그러면서 품위와 예의, 타인에 대한 존중이랄 것을 유지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타인에게 존경받기를 포기하면,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린다. 서로의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사라지면, 그다음에 오는 것은 이익과 계산뿐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에게만 아첨하고, 계산기를 두드려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할 때만 잘하게 된다. 그리고 곧 모든 사람들이 그의 그런 태도에 대해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당신과 나 사이에 오가는 존경을 버리는 순간, 나에게는 정말 인간다운 관계가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돈과 실력만 충분하면 모두가 나를 우러러 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렇듯 내 주변에도 아첨하는 사람들만 남을 뿐이다. 그들은 겨울철 부서지는 낙엽처럼 인생에서 사라질 날들만 기다리고 있는 관계들이다.
어떻게 보면, 남는 건 존경뿐이다. 내가 타인들로부터 받았던, 진심 어린 존중과 어떤 감사함이 합쳐진 감정과 태도가 곧 존경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타인들에게 보낸 존경들만이 남는다. 당신의 성취, 애씀, 배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같은 것들에 보낸 존경이 결국 그의 마음에 남는 내가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는 건 존경의 관계이자, 존경의 연대, 그리고 존경의 커뮤니티라고 말이다. 이는 과거에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수직적 관계와 서열, 권력과 상하관계에 정면으로 맞서는 관계의 방식이기도 하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