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몇몇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공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어떤 자기계발서는 성공을 위해서 무조건 남들보다 10배나 100배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일에도 저녁이나 밤에 계속 자기만의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자기를 따르면 성공한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이 참으로 많다.
그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성공’에 ‘가정의 돌봄’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가령 주말은 더 큰 성공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지, 가족과 나들이를 가거나 취미를 배우거나 집안을 가꾸는 등 삶의 내부적인 평화에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별로 없다. 그렇기에 이 책들은 적어도 미혼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전업주부를 하며 희생하는 배우자를 전제하고 있다.
자신은 밤낮없이 학문에 몰두하고, 사업 성공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술 창작을 위해 몸이 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10배, 100배씩 더 노력하라고 한다. 이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무언가를 빼먹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무언가’야말로 삶에서 가장 값지거나 소중한 것일 수도 있다. 이웃이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 어린아이 시절에 즐기던 것 같은 놀이, 과거와 현재를 매만지는 여러 방식 말이다.
달리 말하면, 이 자기계발서들은 성공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는 나머지 필연적으로 ‘삶의 불균형’을 유도한다. 혹은 이런 불균형은 최후에 어떤 성공을 거두면 모두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령 업계 1위가 되면 1,000억쯤 번다든지, 매달 1억 정도가 자동으로 입금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들의 속삭임은 지상천국이 멀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종교와 흡사한 데가 있다. 차이점은, 물질적 성공을 신봉한다는 점뿐이다 .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삶의 총체성’을 회복하는 일과 관련된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모든 걸 파괴하며 질주하는 도파민 전차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으며 멈춰 세우고, 스스로를 돌보게 하는 자기계발서가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그게 돈일 수 있다. 이웃일 수도 있다. 내면의 꿈이나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그 균형을 끊임없이 묻게 하는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내가 하나 확신하는 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나 지상천국은 없다는 것이다. 삶에는 여러 성취나 성공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매우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삶에서 단 하나의 성공만이 너무도 중요하여서,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성공은 없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돈도 지상천국을 열어주지 않는다. 인기가 모든 걸 해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는 그런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망가지거나 붕괴한 삶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중요한 건 우리 마음을 끊임없이 다독이면서 삶에 대한 생생한 의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기 계발’이다. 1등이 되기 위해 소시오패스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거나,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잊어가는 자기 계발이라면 안 하는 것이 낫다.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삶을 사랑하는 기술’이다. 그것으로 삶의 균형과 이로움에 기여하는 자기 계발이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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