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가방 속에는 항상 작은 장바구니와 텀블러가 있어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포장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죠. 장을 볼 때 비닐에 포장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것, 카페에서 주문하며 준비한 텀블러를 내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답니다.
장 볼 때마다 나오는 비닐·플라스틱 포장 용기들이 신경 쓰인다면, 오늘 소개할 이곳에서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지향하는 곳, 마르쉐 채소시장에 초대합니다.
마르쉐@는 농부들이 소중하게 길러낸 채소들을 한 자리에 놓고 판매하는 작은 시장이에요. 프랑스어로 ‘마르쉐’는 시장이라는 뜻인데, 그 단어 뒤에 전치사 ‘at’을 더해 ‘어디에서든 열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이곳에서 운영하는 농부 시장과 채소 시장은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그리고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거의 매주 혜화, 성수, 을지로, 서교 등에서 시장이 열린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시장이니, 장바구니를 챙겨 오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예요. 토마토처럼 알이 작은 과일들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장바구니 이외에 다회용기를 따로 챙겨 오는 것이 좋아요. 깜빡하고 장바구니나 용기를 챙기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시장 한켠에는 필요에 따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받은 신문지와 쇼핑백, 아이스팩 등을 준비해 뒀어요.
이날 시장에선 토마토, 양상추, 딸기, 밀싹,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각종 차 등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시들거나 무른 것 없이, 농장에서 막 수확한 것처럼 싱싱했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생산자와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에선 농사를 지은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더 믿음이 가는 느낌이랄까요?
채소를 사기 위해 부스 앞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이 채소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뿌듯함과 행복이 가득했어요. 채소를 봉투에 담아 건네고, 그것을 건네받는 손길에서는 애정이 느껴졌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곳은, 돈과 물건의 교환만이 이루어지는 기존의 시장이나 마트와는 확연히 달랐어요.
채소뿐 아니라,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담아 놓은 여러 먹거리들도 구입할 수 있었답니다. 잼이나 스프레드, 빵과 쿠키, 주스 등을 만나볼 수 있었죠.
비건 먹거리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비건 식생활을 지향하는 이들은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비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선선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장바구니에 담긴 방울토마토를 슥 닦아 맛봤어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었죠.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것. 마르쉐 채소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채소 시장이 궁금하다면! 장바구니를 챙겨 마르쉐 시장으로 오세요. 건강하고 맛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이번 달의 일정은 마르쉐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원문: 소매넣기의 브런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