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를 5잔 마시는 평범한 한국인(?)인 에디터. 요즘 내 인생의 즐거움은 새로운 커피를 찾아 전국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다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바로 커피에 진심인 카페일수록 ‘차(Tea)’와 비슷한 커피를 지향한다는 것. 예를 들면 찻잎처럼 하나의 원두에서 다양한 향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고급으로 치고, 심지어는 차와 커피를 섞어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커피뿐만이 아니더라고? 오늘의 마시즘은 ‘섞어먹기’의 끝판왕, 차에 대한 이야기다.
1. 누구나 홍차소주를 만들 수 있어, 홍차소주
누구나 이것만 있다면 바텐더가 될 수 있다. 어떤 소주든지 고급스러운 홍차소주로 만들어주는 만능 ‘홍차토닉’이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키(KEY)와 협업을 해 특별히 ‘키-이즈백’이라는 별명을 달고 출시됐다. 그가 한 방송에 출연해 본인만의 시크릿 레시피로 홍차와 소주를 타마신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어 결국 콜라보까지 이어졌다.
마시는 방법은 간단하다. 홍차토닉과 소주를 2:1 또는 1:1 비율로 섞어서 마시면 된다. 향긋한 홍차가 소주의 쓴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굉장히 산뜻한 느낌으로 마무리가 된다. 기본적으로 달달하기 때문에 평소에 소주를 잘 못 먹는 사람들(a.k.a 알쓰)도 누구나 거부감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다. 기존에는 홍차티백을 물에 우리고, 따로 토닉워터와 소주를 섞어야해 무척 번거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홍차토닉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홍차소주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홍차토닉의 미덕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술 없이 단독으로 마시면 그 자체로 향긋한 홍차에이드가 된다. 특별한 날에는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소주를 위스키로 바꿔보자. 홍차토닉에 위스키를 더하면 그 유명한 ‘얼그레이 하이볼’이 10초만에 만들어진다. 꽤 근사해서 깜짝 놀랄걸?
2. 기름진 홍콩음식에는 홍차맥주, 호우섬 홍차 IPA
홍차소주는 있지만, 홍차맥주는 없… 그게 왜 있어?!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국내에서도 홍차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 바로 홍콩식 음식점 ‘호우섬’이다. 이 곳에 가면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호우섬 홍차 IPA’를 마실 수 있다. 부산에서 유명한 브루어리 ‘고릴라 브루잉’와 함께 협업을 해서 홍콩음식에 잘 어울리는 홍차맥주를 만들었다.
처음 만나는 홍차맥주의 맛은 어떨까? 맛을 보니 처음에는 홍차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서, 끝맛은 깔끔한 본연의 맥주가 느껴진다. 베르가못 홍차라서 그런지 약간 귤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게 또 IPA 맥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대체로 기름진 홍콩음식과 홍차 맥주를 함께 마시면, 느끼한 요리의 맛을 눌러주면서 다음 접시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홍차 소주의 인기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언젠가 홍차맥주도 편의점 버전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3. 홍차 어디까지 마셔봤니? 공차 얼그레이 카페라떼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차를 전국적으로 소개하는 곳이 있다면, 이 곳이 아닐까? 차 전문 프랜차이즈 카페 ‘공차’에 가면 ‘얼그레이 카페라떼’를 주문할 수 있다. 기존 얼그레이 밀크티에 커피를 추가해 더욱 향긋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음료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커피와 얼그레이 홍차를 둘 다 섞었다? 이건 안 좋아할 수가 없지!
얼그레이 카페라떼는 말 그대로 커피 맛과 홍차 향을 번갈아가면서 느낄 수 있다. 기존의 카페라떼가 조금은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이었다면, 여기에 얼그레이 홍차가 멋드러진 향을 덧입혀주는 느낌이랄까? 고전음악을 요즘 느낌으로 리믹스한 음원을 듣는 것처럼 오히려 세련된 맛이 느껴진다.
더 독특하게 먹고 싶다면, 공차의 치트키인 타피오카 펄을 추가하면 된다.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더해져서 아쉽지 않게 마실 수 있다. 차와 커피의 만남, 이 조합은 역시 될놈될 조합이었어.
4. 콜라에도 차를 섞는다, 말차콜라
이번에는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볼까? 일본에 가면 ‘말차콜라’가 있다. 콜라에 말차(쉽게 말하면 녹차의 진한 버전)를 섞었다. 일본 사람들이 말차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콜라에 섞어버린 것인데, 생각보다 이 조합이 꽤 괜찮다.
콜라에 체리를 섞거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말차를 섞은 콜라의 맛은 어떠냐고? 이것은 산뜻한 풀내음이 나면서 마치 ‘맥콜’처럼 구수한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이런건 소수의 말차 과몰입자들만 마시는거 아니냐고? 나름 그렇지 않다. 꽤나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코카콜라에서는 녹차콜라인 ‘코카콜라 플러스 그린티’, 펩시는 ‘시소 콜라’를 이미 출시한 적이 있다. 이대로라면 어쩌면 한국에서도 홍차콜라, 녹차콜라를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5. 소주도 바꿔버리는 발효 매직, 콤부차주
홍차, 말차만 섞는 것 아니냐고? 아니, 심지어 콤부차도 소주에 섞어서 마신다. 콤부차는 차를 발효해서 자연적으로 생긴 탄산을 즐기는 일종의 ‘스파클링 티’다. 톡톡 튀는 탄산이 경쾌한 느낌을 주면서, 특유의 쿰쿰한 발효 향내가 매력적인 친구다. 그런데 이것을 소주에 섞는다니?
콤부차주를 만들기 위해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레모나처럼) 분말 형태로 나오는 가루형 콤부차를 준비한다. 그리고 이것을 소주에 그대로 솔솔 뿌려 먹는 것이다. 단, 콤부차가 섞이면서 탄산이 생기기 때문에 1잔은 미리 마신 다음에 공간을 비워두고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준비물도 가벼우면서, 빠르고 쉽게 ‘콤부차주’를 완성할 수 있다.
‘다이어트 하려고 샀던 콤부차를 몽땅 소주에 타먹었다’는 여러 간증의 후기가 보장하는 레시피인만큼, 믿어봐도 좋다. 맛도 맛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화를 도와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왜냐고? 그만큼 안주를 더 많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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