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코카콜라’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코카콜라만큼 잘 팔리는 음료가 있다. 바로 ‘프릿츠 콜라(Fritz kola)’다. 특히 어른들끼리 모였다 하면 바로 프릿츠 콜라를 찾는다고. 이곳에서 코카콜라는 어린이들이나 마시는 키즈 음료쯤으로 여겨진달까(아니다).
2019년 한 해 독일에서 판매된 프릿츠 콜라가 7,100만 병. 같은 기간 코카콜라는 7,400만 병, 펩시는 33만 병을 팔았다. 물론 이는 330ml의 유리병 판매기준으로만 잡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대단한 기록이 아닌가. 사실 프릿츠 콜라가 오직 유리병으로 팔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어떻게 ‘프릿츠 콜라’는 독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세계 브랜드들을 추격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오늘 마시즘은 어른들을 위한 콜라 ‘프릿츠 콜라’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을 위한 콜라를 만들어보자, 대학생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다
우리가 코카콜라보다 더 나은 콜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프릿츠 콜라는 2003년 두 명의 대학생으로부터 시작했다. 주인공은 독일 함부르크의 대학 기숙사에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던 울프 위거트와 로렌츠 햄플. 두 명의 친구는 어느 날 평소처럼 냉동 피자에 콜라를 먹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어른을 위한 콜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당시 어른들에게는 탄산음료는 너무 지나치게 달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건강에 좋은 탄산음료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들은 구글링을 하면서 다양한 원료를 조합해서 콜라를 만들어보고,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재료들은 전국의 약국을 수소문해서 구했다. 진짜 콜라가 되잖아?
문제는 돈이었다. 용돈을 모아 준비한 자본금은 고작 7,000만 유로(원화 923만 원 정도). 당장 로고를 디자인할 돈이 없어서 급한 대로 자신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 급조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 로고를 무려 19년 동안 쓰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겠지?)
이들은 수백 곳의 제조시설에 전화를 했지만 모두 거절을 당하고, 가까스로 독일 서부의 작은 양조장에서 콜라를 만들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훗날 전설이 될 프릿츠 콜라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설탕은 빼고(-), 카페인은 더하고(+)
피곤한 어른들은 카페인이 필요해
어떻게 콜라를 건강하게 만들까? 프릿츠 콜라는 건강한 재료, 그 중에서도 ‘신선한 레몬즙’에 주목을 했다. 당시 어른들에게는 ‘콜라 = 설탕 덩어리’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레몬즙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단맛을 줄이고 프레쉬한 상큼함을 살려서 콜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특별해질수는 없을까?
그래서 콜라에 ‘카페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더한다. 우리의 고객인 어른들은 늘 피곤하고 지쳐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언제나 좀비처럼 피곤에 쩔어있는 어른들을 위해 카페인이라는 묘약을 넣었다. 그것도 듬뿍!
다른 콜라는 10mg를 소심하게 넣을 때, 프릿츠 콜라는 25mg의 카페인을 왕창 넣으며 차별화를 꾀했다. 지금도 프릿츠 콜라의 라벨에는 ‘Vielviel Koffein’이라는 글자가 보일 텐데, 이것은 강력한 카페인이라는 뜻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에도 프릿츠 콜라를 마시면 눈이 번쩍 뜨였다. 덕분에 시험기간의 대학생이나,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는 야근러들에게 프릿츠 콜라는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쓰디쓴 커피보다는 달콤하고, 에너지 드링크보다는 훨씬 신선한 음료로 다가온 것이다.
마트는 OUT, 우리는 스트리트로 갑니다
아무데서나 살 수 없는 특별함
잘 만든 음료만큼 중요한 것은 ‘판매처’다. 예를 들면 같은 티셔츠라도 시장에 놓여있는 것과 백화점에 있는 것이 다르잖아? 그만큼 어디에서 파느냐는 제품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프릿츠 콜라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출전 전략을 취한다. 바로 펍이나 바, 레스토랑 등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가게들만 골라서 납품한 것이다. 기존 콜라들처럼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 길거리에 힙하고 작은 식당들을 공략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프릿츠 콜라에 호기심을 가졌다. 마치 일종의 희귀한 드래곤볼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했달까? 잘 나가는 식당들에서 프릿츠 콜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다른 가게 사장님들끼리도 서로 프릿츠 콜라를 들여놓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아무 곳에서나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희소성을 더하고, 갖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만약 프릿츠 콜라가 기존 콜라들처럼 마트나 편의점에 입점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기존 고객들은 익숙하게 즐겨먹던 코카콜라나 펩시를 포기하고 잘 모르는 신생 콜라로 옮겨 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릿츠 콜라는 단지 ‘무대’를 바꿈으로써 유리한 지위를 획득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달까?
본격 크래프트의 시대, 작은 것들의 반란
대학생들이 만든 브랜드는 어떻게 19년 만에 코카콜라의 뒤를 바짝 잇는 2등 콜라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에는 작고, 크래프트(craft)한 음료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니즈가 있다. 요즘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무조건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주 작은 브랜드에서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내 개성 가득한 다양한 라인업에 더욱 열광한다.
공장에서 ‘공방’으로의 이동이랄까? 예를 들면 더 이상 스타벅스에 가는 것이 힙하지 않고, 성수동이나 망원동 일대의 취향이 가득한 개인의 카페로 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곳에는 전 세계에서 똑같이 맛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아닌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소한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콜라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크래프트 소다에 대한 인기도 독일에 이어 일본, 미국처럼 다양한 국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맥주도 크래프트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탄산음료도 크래프트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 다양하고 색다른 탄산음료, 크래프트한 환타, 밀키스의 등장을 응원해본다.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몽스북, 2021.12.24
- Fritz-Kola-Gründer: “Wir hatten keine Angst davor, uns die Hände schmutzig zu machen”, GQ, 2021.12.8
- The two students who took on Coke and Pepsi, BBC News, Lorelei Mihala, 2020.8.17
- 독일 국민콜라의 특별한 레시피, 티타임즈, 김지현, 2020.11.12
- 코카콜라 보다 맛있다는 독일의 국민콜라 ‘프릿츠콜라’, BIZION, 이효림,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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