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동심이 있다. 내게는 그중에 하나가 콜라다. 어린 시절부터 콜라를 먹고 싶어서 치킨과 피자를 시켰지만, 부모님께 꾸중을 들어 숨어서 마셔야 했던 콜라. 그런데 어른을 위한 콜라가 나왔다고?
오늘의 마시즘은 크래프트 콜라에 대한 이야기다.
크래프트 콜라가 뭔데?
맥주계에 수제맥주(크래프트 맥주, Craft Beer)가 있다면, 청량음료에는 크래프트 소다(Craft Soda)가 있다. 취향이 다변화되고 소비자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특별한 콜라를 마시고 싶은 욕구가 발현된 것일까?
크래프트 소다는 보다 자연적인 상태에 가까운, 태초의 콜라를 모방한다. 초창기 코카콜라는 약국에서 과일, 허브 등의 자연적인 재료를 가지고 만든 수제 시럽을 탄산수에 섞어서 판매했다. 최근의 크래프트 소다는 이러한 과거의 제조방식을 현대식으로 재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크래프트 소다란 인공 첨가물 대신에 천연재료를 위주로 사용하고,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방식으로 제조하는 수제 콜라를 말한다. 일종의 디지털 음원 대신에 LP판을 찾아 듣는 움직임과 비슷하달까?
전 세계에 크래프트 소다의 붐을 일으킨 일본 크래프트 콜라를 알아보자.
즉석라면? 아니, 즉석콜라의 시대입니다: 이요시 크래프트 콜라
일본 최초의 크래프트 콜라 전문점. ‘이요시(いよし)’다. 처음에는 콜라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도쿄에 매장을 2곳 이상 세운 사람은 바로 이요시의 대표 고바야시 다카히데. 2018년, 그는 한약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한약 제조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크래프트 콜라를 만들었다.
이요시에서 콜라를 마시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님이 주문을 하면, 즉석해서 시럽과 탄산수를 조합해서 테이크아웃 콜라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배합해서 만들어주는 크래프트 콜라는 마치 카페 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정성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크래프트 콜라는 분명히 일반 시판 시럽과 탄산수를 섞는 개념과는 다소 다르다. 그가 직접 만든 비법 레시피로 달여서 만든 수제 콜라 시럽이기 때문이다. 한약재료를 베이스로 넛맥, 계피 등 수십 가지의 향신료와 감귤류를 더해서 ‘마법의 시럽’ 레시피를 완성했다. 콜라의 맛을 보면 마치 와인처럼 탑노트, 미들노트, 라스트 노트처럼 매 단계마다 다양한 향을 내면서 레이어를 쌓아간다고. 이처럼 다양한 향이 섬세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색다른 미각의 경험을 준다는 것이 크래프트 콜라의 매력이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나만의 레시피를 창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요시의 크래프트 콜라를 즐기는 방법은 일반적인 탄산수 외에도 다양하다. 콜라 시럽을 소량의 우유에 섞어 마시면 콜라라떼가 되고, 따뜻한 와인에 섞어 마시면 핫 와인이 된다. 시럽의 주재료가 다양한 향신료와 시트러스한 계열의 향기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크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기대가 되는 조합이다.
이 밖에도 사용자의 마음에 따라서 수백 수천 가지의 레시피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레고처럼 내 맘대로 조립하는 재미가 있는 음료랄까?
토바토바 콜라부터 키하다 콜라까지, 콜라로 만드는 지역 브랜딩
그런가 하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지역만의 특별한 크래프트 콜라를 만드는 곳도 있다. 마치 서울 하면 ‘아리수’, 제주도는 ‘삼다수’가 생각나는 것처럼, 일종의 지역을 브랜딩하는 굿즈의 개념이랄까? 일본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로컬의 크래프트 콜라의 수준도 상당하다.
우선 ‘토바토바 콜라(Toba Toba Cola)’는 가고시마현의 특산품으로 만든 보태니컬 크래프트 콜라다. 섬에서 자라나는 귤이나 패션후르츠 등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활용했다. 크기나 얼룩 등의 문제로 출하 기준을 맞추지 못해 버려지는 B급 농산품을 이용해서 콜라를 만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치현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감귤을 활용해 감귤이 특화된 ‘고치 크래프트 콜라(Kochi Craft Cola)’를 만들었고, 나라현은 일본의 전통 약초를 재해석해 ‘키하다 콜라(Kigada Cola)’를 만들었다. 마치 와인에서 포도가 자라나는 주변 환경, 즉 ‘떼루아’가 와인의 맛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수제로 시럽을 만드는 크래프트 소다 역시, 해당 지역만의 정체성을 담아내어서 색다른 브랜딩으로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찾아서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이 풍족했던 시절을 살아온 MZ 세대는 이제 누구보다 특별함을 찾는다. 와인이 대중화되니 내추럴 와인을 외치고, 라거 맥주가 일반적이었던 시절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매력의 크래프트 맥주를 찾는다. 모두에게나 똑같은 콜라보다는, 나만의 레시피로 특별하게 마실 수 있는 크래프트 소다를 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콜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미각적인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콜라 한 잔까지도 개인화되는 시대. 과연 크래프트 콜라는 변두리의 문화가 아닌, 주류의 문화로 넘어설 수 있을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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