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열린 유로 2020의 주인공은 선수도, 경기 결과도 아닌 ‘코카콜라’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월 15일 포르투갈팀의 주장 호날두가 참여한 사전회견장에서다. 그는 자리에 앉아 책상에 놓인 대회 스폰서인 코카콜라 2병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코카콜라 두병을 화면 밖으로 멀리 밀어냈다. 그리고 물병을 들고 말했다.
아구아(Agua, 물)!
이것은 마치 삼겹살집 텔레비전에서 ‘꼬마돼지 베이브’를 트는 것. 마라톤 대회에서 ‘힐리스’를 타고 문워크를 하는 것. 미국 나사(NASA)에 침입하여 ‘지구평평설’을 주장하며 당신들은 포토샵 합성의 대가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일 정도만이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음료계의 호사꾼(?) 마시즘이 이걸 놓칠 수 없지.
오늘은 호날두가 치워버린 코카-콜라, 아니 나비효과에 대한 이야기다.
호날두가 쏘아 올린 콜라패싱 챌린지
호날두는 누구인가. 축구계에 있어서 정말 대단한 선수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우리형’이라고까지 불리는 선수다(비록 만나러 한국에 왔을 때 출전하지 않아 형에서 날강ㄷ가 되었지만). 몸 관리에 철저해서 탄산음료, 커피를 일체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킨더초콜릿은 빼고. 잘생긴 얼굴과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지고 일수가방을 들고 다녀 팬들의 빈축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
이렇듯 경기장 밖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한 남자 호날두는 일생일대의 기행 목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화면을 보던 팬들, 선수, 감독, 주최사, 후원사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아니 왜??
호날두의 자기 관리에는 (킨더초콜릿을 빼고) 자비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 물을 마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뒤이어 포그바는 다른 후원사인 하이네켄의 무알콜 맥주를 책상 아래에 내려놨다(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 무슬림이었기 때문이다). 로카텔리는 코카콜라를 옆으로 치우고 하이네켄 상표를 뒤로 돌렸다. 스포츠 마케팅계에서 전설인 코카콜라와 하이네켄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뜻밖의 챌린지, 코카콜라 나한테 연락해줘요
호날두의 콜라 패싱은 뜻대로 이뤄졌을까? 그것은 아니다. 다른 선수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코카콜라를 좋아하는지 인증을 하는 뜻밖의 챌린지가 벌어졌다. 러시아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능숙하게 코카콜라의 병을 따서 마셨고, 스코틀랜드의 앤드류 로버트슨은 인터뷰를 마친 후 뭔가 깜빡 잊었다는 제스처와 함께 콜라병을 주머니에 챙겨 나나 웃음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야르몰렌코는 코카콜라와 하이네켄을 끌어모으며 “코카콜라와 하이네켄 다 좋으니 연락 주세요”라고 웃었고, 이에 질세라 벨기에의 루카쿠는 하이네켄은 치웠는데, “코카콜라 락네이션(그가 속한 힙합소속사)으로 연락 주세요”라고 말했다. 본 경기보다 기자회견장에서 코카콜라에 대해 선수와 감독이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더 궁금해진 이상한 시리즈가 된 것이다.
화면 밖의 온라인 세계는 이미 ‘호날두와 코카콜라’로 각종 밈을 쏟아냈다. 처음에는 호날두가 ‘수년 전에는 코카콜라와 KFC 광고를 하지 않았느냐’라며 비판을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호날두의 경기 모습에 코카콜라를 합성하고, 호날두를 막기 위해 선수들이 모두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까지(호날두는 독일에 진 것이 아니라 코카콜라에 진 것이다) 그려 넣어 상황을 풍자했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호우 형이 한 번 더 해낸 것이다.
이런 떡밥을 기업들이 놓칠 수 없지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접착제 회사인 페비콜(Fevicol)은 사전회견장과 비슷한 배경에 자사의 본드 제품을 얹어놓아 이런 카피를 던졌다.
병이 움직이거나, 떨어지지 않습니다(Na bottle hategi, na valuation ghategi)
이케아 캐나다는 한술 더 떠 ‘크리스티아누’라는 물병을 출시했다. 일명 호날두 물병인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스폰서로 참가한 코카콜라는 갑작스럽게 경기의 중심이 되었다. 호날두가 화면 밖으로 코카콜라를 치우자 주가가 4조 5,000억원이 사라졌다는 뉴스와 함께.
호날두가 정말로 열어버린 것은
물론 주가에 관한 뉴스는 약간의 호들갑이 들어간 내용이다. 이미 다른 회사들의 증시도 하락세에 있었고, 코카콜라 같은 월클 브랜드에 4조 5천억(전체 총액의 1.6% 정도라 한다)은 회사의 명운이 걸려있는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기존의 스포츠 마케팅 아래에서는 있지 않았던, 선수들의 소신 발언과 행동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단순히 ‘후원사’라는 사실만으로 제품의 장점이 부각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단순히 노출되는 것 외에도 소비자들에게 보여야 하는 이유를 전달해야 한다. 오랜 시간 스포츠(특히 축구) 스폰서에 힘을 줬던 코카콜라와 하이네켄을 비롯한 브랜드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호날두는 포문을 열었고, 결국 웃음과 밈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다음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측하지 못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콜라 치워’ 호날두 제스처에 코카콜라 주가 급락…”시가 총액 4조가 증발, OSEN, 조선일보, 2021.6.16
- ‘호날두가 쏘아 올린 공’…伊선수, 콜라-맥주 패싱에 동참, 박지원, 인터풋볼, 2021.6.17
- [유레카] 호날두와 코카콜라, 김금, 한겨레, 2021.6.20
- UEFA, 유로 2020 ‘후원사 음료 치우기’ 자제 당부, 김재형, YTN, 2021.6.18
콜라에 대한 루카쿠의 입장 “우리 힙합 소속사와 콜라보 어때?”, 김정용, 풋볼리스트, 2021.6.18 - 포르투갈-독일전 숨은 승자는 코카콜라?…조롱짤 화제, 윤진만, 스포츠조선, 2021.6.20
- 호날두, 코카콜라 노쇼는 가식적…”과거 정크푸드 광고를 몇 개나 했는데”, 이인환, OSEN, 2021.6.18
- 2021년에 벌어진 ‘유로2020’에 숨은 경제학, 김회권, 주간조선, 2021.6.20
‘콜라 대신 물, 단돈 1835원’…크리스티아누 물병 출시, 조용운, 스포탈코리아, 2021.6.23 - 트렌드가 된 ‘호날두 풍자하기’…”코카콜라 최고, 연락 주세요”, 안영준, 뉴스1, 202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