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그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
전국의 카페를 탐색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사람들이 선택하는 음료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빠르게 카페인을 수혈해야 하는 이들은 30초 만에 제조가 되는 ‘아.아’를 선택한다.
반면 창가에 앉아 따사로운 오후의 햇볕을 쬐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로 ‘밀크티’처럼 따뜻한 음료를 즐기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더라고?
그래, 밀크티를 마시면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 걸지도 몰라!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은 누구나 꿈꾸는 여유를 위한 밀크티 3종이다.
1. 한국 사람의 첫 밀크티, 데자와
대다수 한국인이 처음 만나는 밀크티. 장장 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자와다. 아직 커피도 자리 잡지 않았던 시기에, 머나먼 영국 문화였던 밀크티를 한국에 소개했던 장본인. 차 문화 자체가 생소했던 나라에 밀크티에 대한 맛의 기준을 세워준 녀석이랄까?
문제는 데자와가 솔의눈, 실론티와 함께 편의점 호불호 음료 3대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난생처음 데자와를 맛보고 평생 밀크티 자체를 거부하는 피해자들(?)도 생겼다. 데자와 특유의 홍차 향과 미끌거리는 질감을 낯설어하는 것이다.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포인트가 좋아서 데자와만 마신다. 그게 나다.
무엇보다도 데자와의 미덕은 ‘캔’에 담겼다는 사실이다. 캔은 냉,온장 겸용이 가능하다. 특히 쌀쌀한 아침 편의점 온장고에서 꺼낸 따뜻한 캔자와(a.k.a. 따자와)는 붕어빵과 자웅을 가린다. 학교나 직장까지 손난로로 들고가다가 도착하면 캔을 따서 마시는 쾌감이 강렬하다. 아직 그 매력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이번 겨울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2. 밀크티의 근본은 우유 아닙니까, 서울우유 살롱밀크티
밀크티란 무엇인가. 우유(milk)와 차(tea)를 최적의 비율로 섞은 퓨전음료다. 그만큼 좋은 우유와 좋은 차가 있어야 맛있는 밀크티가 탄생한다. 그중에서도 이 녀석은 ‘우유’에 집중했다. 서울우유의 ‘살롱밀크티’다.
기존 데자와에서 아쉽다고 하는 사람들은 데자와에서 프림이나 분유스러운 맛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마치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는데(그게 매력이다). 하지만 ‘살롱밀크티’는 그 한계를 진짜 우유로 극복했다. 바로 서울우유에서 만든 우유를 사용해서 부드러움이 도드라지는 밀크티 맛을 냈다.
심지어 우유 팩에 담아서 더욱 밀크티맛 ‘우유’라는 정체성을 살렸다. 평소에 진하지 않고 고소한 타입의 밀크티를 즐겼다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물론 홍차나 밀크티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마일드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순한 맛 밀크티를 찾는다면 살롱밀크티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3. 티하우스 출신의 밀크티의 등장, 실론티 X 티하우스나니 살구밀크티
하지만 밀크티는 이제 데자와로만 만날 수 있는 희귀한 음료가 아니다. 거리에는 밀크티를 파는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그중에서 ‘티하우스 나니’는 티소믈리에가 직접 만든 아이스 수제 밀크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실론티를 만나버렸다. 바로 실론티와 티하우스 나니가 콜라보한 ‘살구밀크티’다.
이곳은 살구뿐만 아니라 베르가못, 레몬, 복숭아 등등 티소믈리에가 직접 만든 수제 밀크티들이 배스킨라빈스처럼 모여있는 곳이다. 심지어 시향 및 시음까지 해줘서 인생 밀크티를 찾아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살구 밀크티를 어디서든 맛볼 수 있도록 출시되었다.
카페에서 편의점으로 이동하며 달라진 점. 그것은 언제든 편하게 먹고 여닫을 수 있도록 페트병에 담겼다. 문제는 사자마자 3입 컷으로 다 마셔버려서 뚜껑이 필요 없다는 게 문제지만. 달달한 살구 향이 느껴지는 색다른 밀크티가 마시고 싶다면, 여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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