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우리나라에서 밀크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카페 진정성’ 아닐까. 한국식 밀크티 유행의 진원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김포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해서 서울 한복판뿐 아니라 제주에까지 전국 6개 매장을 거느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밀크티는 한 달에 2만 병이 넘게 팔린다.
과연 카페 진정성은 무엇에 그렇게 진심이길래, 밀크티 하나만으로 전국 각지에 뻗어나갈 수 있었던 걸까? 재료와 제품에 얼마나 진심이길래?
카페 진정성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값’ 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카페 진정성의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진짜 재료 그대로로, 가장 맛있는 맛을 담아내는 카페 진정성입니다. 우리의 이름은 착한 원재료와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사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단어에서부터 상당한 신뢰감과 무게감이 느껴진다. 자칫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름이다. 얼마나 원재료와 제조과정에 진심이길래, 이름까지 ‘진정성’이라고 지을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시작은 소박하게
카페 진정성은 2015년 화곡동의 카페 타포초우(Tapochowoo)로부터 시작되.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던 카페를 김정온 대표가 야심 차게 물려받았지만,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됐다. 그러다 매장 근처에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가 들어오자 문을 닫고 만다.
하지만 김정온 대표는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메뉴 개발에 매진했다. 대부분의 카페가 편하게 시판 시럽을 사용할 때,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 중 가장 좋은 등급의 제품을 와인셀러에서 한 달 이상 숙성해 바닐라빈 시럽을 만들었다.
바닐라 라떼는 이렇게 어렵게 개발한 바닐라빈 시럽을 듬뿍 담았기 때문인지,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나름 효자상품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재료에 이미 ‘진정성’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비록 소수였지만, 응원해주는 팬들도 있었다. 타포초우를 닫을 때 그 팬들이 더 아쉬워하며 응원해줬다.
멋을 부리지 말고, 내 얘기 들어달라고 소리도 지르지 말고요. 대신 우리 자체가 멋있어야 하죠. 정말 좋은 재료를 쓰고,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고요.
카페 진정성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나왔어요. 멋 부리지 않고, 내가 하려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합성 첨가물을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겠다는 약속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김포로 자리를 옮겨 카페 진정성을 시작했다. 진짜 재료 그대로, 가장 맛있는 맛을 담아내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름에 진정성을 넣었다.
진정성은 그대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카페들이 우유 대신 전지분유를 써서 간편하게 밀크티를 만들 때, 카페 진정성은 직접 만든 연유와 신선한 우유를 썼다. 밀크티 한 잔 만드는 데 24시간이 걸려도 냉침과 숙성을 거쳐 향을 살렸다. 매장을 찾아와 맛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재료에 담긴 진정성을 느꼈고, 돌아갈 때 밀크티를 한 병씩 사 가기 시작했다.
대화는 끈끈하게
김정온 대표는 카페 진정성의 인기 비결을 고객과의 ‘대화’라고 말한다.
대화를 나누다가 손님이 ‘어 바닐라라떼 진짜 맛있네?’라고 하실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 라떼의 바닐라 시럽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바닐라빈 중에 제일 좋은 등급으로 사 온 다음에 제가 저 와인셀러에서 한 달 동안 숙성했어요. 저 셀러 지금 보셔도 돼요.’ 혹은 ‘지금 눈 시뻘건 게 어제 새벽 네 시까지 그 시럽 만들어서 그래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했어요.
「‘진정성’이라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카페 진정성’」 #2, 위쿡
화곡동에서 작은 카페를 하던 시절부터 고객과의 대화는 그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좋은 무기였고,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작업은 투명할 정도로 철저하게
밀크티로 큰 인기를 얻자 여기저기서 입점 요청이 왔다. 몇 개의 지점이 더 생겼고, 관리해야 할 곳도 늘어났다. 매장을 확장하고 공장을 돌리면서 사업은 커져 갔지만, 뭔가 예전 같지 않았다. 과거에는 손님에게 드리는 한 잔, 한 잔마다 엄청난 정성과 공을 들였지만, 이제는 단순히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처럼 변했다고 느꼈다.
매장을 확장하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장사는 잘되었지만, 대량 판매가 이뤄지면서 진정성을 시작했을 때의 핵심이 잊히기 시작한 것이었죠. 진심으로 정성껏 만든 제품을 전하고자 했는데, 매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그런 마음이 과거처럼 손님에게 전달되지 않았어요.
- 「천천히 덖고 갈고 마시고…’진정성’ 듬뿍 담긴 카페」, 매일경제
관리가 되지 않는 매장 때문에 고객의 불만이 쌓였다. 전체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것이 우려되자 매장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백화점 매장은 매출은 잘 나와도 카페 진정성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정리했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접점을 줄이고, 진정성이 깊게 느껴지는 공간을 새로 기획했다. 매장을 정리하면서 새로 출발한 김포의 ‘카페 진정성 기점’ 1층에는 커피 볶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로스팅실이 있고, 2층에는 빵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베이킹 실이 있다. 과거 작은 동네 카페에서도 그랬듯이, 모든 작업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고집스럽게 작업공간을 오픈하는 것은 그들의 진정성을 고객들이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다.
로컬에 대한 진정성까지?
카페 진정성은 김포 안쪽에 깊숙이 자리했기에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김포의 자랑이 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기반으로 로컬에서 자신들의 진정성을 발휘하려고 한다. 바로 김포파주인삼농협센터 1층에서 김포의 로컬푸드 삼(蔘)을 활용한 카페를 새로 개점한 것이다.
카페 이름은 삼 SAAM이에요. 카페 진정성이 낸 매장이라고 간판에 적어 넣었습니다.
김포 특산물인 인삼·수삼·홍삼을 활용해서 카페 진정성 3대 인기 메뉴를 풀어낼 거예요. 바닐라빈 라떼 시럽에 인삼을 함께 넣어 숙성시킨 ‘인삼 바닐라빈 라떼’, 홍차를 냉침한 밀크티에 홍삼진액과 가루를 넣은 ‘홍삼 밀크티’, 밀크쉐이크에 수삼을 넣은 ‘정말 착한 수삼 쉐이크’.
카페 진정성이 촉매가 되어, 충남 공주의 카페에서는 밤을 활용한 메뉴가 개발되고 경북 문경의 카페에서는 사과를 활용하는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그린다.
그런데… 진정성한테는 진정성이 다일까?
카페 진정성의 성공 요인이 ‘진정성’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김정온 대표가 화곡동에서는 진정성이 없었고 김포에서 갑자기 진정성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언제나 메뉴 개발에 매진하는 사람이었고, 고객과 한마디 더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카페 진정성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진정성만큼 중요한 것은 사실 ‘꾸준함’ 아닐까?
지금은 카페 진정성이 밀크티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초기에는 바닐라빈을 이용한 라떼와 밀크쉐이크가 인기가 좋았다. 직접 만든 자몽청을 사용한 자몽에이드도 많이 팔렸다. 그러다가 대박 난 메뉴가 밀크티일 뿐이다.
바닐라빈도, 자몽에이드도, 밀크티도 모두 진정성을 가득 담아 시간과 정성을 쏟아 만들었던 아이템이다. 바닐라빈에는 진정성을 적게 담았기에 안 터졌고, 밀크티에 진정성을 더 담았기에 대박이 난 것은 아니다.
만약 김정온 대표가 첫 카페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에게 진 데 상심해서 메뉴 개발이고 뭐고 다 포기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카페 진정성이 김포로 가지 않고 그대로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빠르게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도 카페 진정성이 지금까지 나름의 색을 분명히 내고 있는 것은 진정성만큼이나 꾸준함을 계속 지켜온 결과는 아닐까.
원문: 경욱의 브런치
참고자료
- 「2018 공유프랜차이즈컨퍼런스)카페 진정성 김정온 대표」, 공유프랜차이즈포럼
- 「카페 진정성 : 손님을 향한 진정성, 위기가 기회로 찾아왔다」, 롱블랙
- 「천천히 덖고 갈고 마시고…’진정성’ 듬뿍담긴 카페」, 매일경제
- 「카페 진정성, 이름의 무게를 즐기는 브랜드」, 위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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