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수십 개의 독특한 마실 거리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무대다. 메뉴만 잘 고른다면 세계 각 지역의 마실 거리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의 공간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커피 아인슈페너(Einspänner)를 우리 동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메뉴의 인생 카페를 찾아가지?
영국에서 프랑스, 일본과 홍콩까지: 밀크티로 세계여행하기
인생카페를 수집하는 전 국민 카페프로젝트 #withmap. 두 번째 주자는 ‘밀크티(Milk tea)’다. 홍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고소하고도 쌉싸래한 조합. 밀크티 하면 영국을 쉽게 떠올리기도 하지만, 일본식 로열 밀크티나 홍콩의 쩐주나이차(珍珠奶茶) 등 나라별로 마시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그리고 이 모든 세계의 밀크티들은 가까운 동네에서 만날 수 있다.
영국식 클래식 밀크티, 헤르만의 정원
시작은 밀크티의 나라 ‘영국’이다. 서촌 골목길의 이층 카페 ‘헤르만의 정원’에는 영국식 클래식 밀크티를 맛볼 수 있다. 단순히 완성된 밀크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티테이블’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매력적이다. 우아하게 차려진 차와 다과를 내려보면 다급했던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영국식 밀크티를 마신 처음은 놀랄 수 있다. 생각보다 맛이 심심하기 때문이다. 보다 일상적인 음료면서, 디저트와 함께 즐기기 때문에 홍차를 진하게 우리지 않는다고 한다.
클래식 밀크티 세트는 홍차와 우유가 따로 나온다. 여기에서 홍차를 먼저 넣느냐, 우유를 먼저 넣느냐의 조합과 비교를 해볼 수 있다. 실제 영국에서 이뤄지는 ‘부먹논쟁’ 같은 것으로 소설가 조지 오웰은 ‘완벽한 홍차 한잔’이라는 에세이에서 ‘우유가 먼저’라고 천명을 했다. 영국왕립화학협회는 ‘홍차가 먼저’라고 반박했지만.
헤르만의 정원
- 추천 : 이것이 정말 클래식한 영국의 밀크티구나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62
예술품 같은 크림브륄레 밀크티, 꼬앙드파리
다음은 프랑스 ‘파리’다. 송파구에 있는 ‘꼬앙드파리’는 서울시 파리구라고 불릴 만큼 파리 감성이 가득 느껴지는 공간이다.
주택가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무대에 들어가는 기분마저 든다. 인테리어 곳곳에 마치 파리 여행을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꼬앙드파리 안에 방문한 손님들마저도 동네 주민이라기보다 파리지앵 같은 느낌이 든다랄까?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크림브륄레 밀크티’다. 프랑스의 디저트 크림브륄레(Crème brûlée)의 토치를 사용한 크림을 밀크티 위에 얹은 것. 밀크티 위를 스푼으로 톡톡 깨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마셨을 때 입안에 도는 바삭하고 달콤한 식감마저 사랑스럽다.
꼬앙드파리
- 추천 : 사랑스러운 프랑스 영화의 느낌을 가게와 메뉴에 담았다
- 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마천로7길 18 1층
애프터눈 티 세트, 티앙팡 오후의 홍차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겠다. 이대 앞 ‘티앙팡 오후의 홍차’는 영국식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전 세계의 밀크티 메뉴를 다루고 있다. 영국식부터, 인도식, 일본식까지 밀크티 메뉴판으로 두툼한 책자를 만들 정도로 역사와 전문성이 깊다.
마시즘에서 시킨 것은 2층짜리 ‘애프터눈 티 세트’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스콘이다. 스콘은 잼과 크림이 함께 나온다. 영국에서는 이것마저도 잼을 먼저 바르는 사람과 크림을 먼저 바르는 사람으로 논쟁이 있을 정도다. 확실한 것은 달콤한 스콘과 (약간은 심심한) 밀크티의 조합은 굉장히 잘 어울린다.
티앙팡 오후의 홍차에서는 영국식 밀크티 외에도 다른 밀크티를 경험할 수 있다. 홍차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보온덮개까지 맞추는 정성을 보면 우리가 마시는 밀크티의 유서 깊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티앙팡 오후의 홍차
- 추천 : 영국에 가야만 먹을 것 같았던 애프터눈 티 세트가 이곳에
-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2가길 19
장미모양의 우유얼음 밀크티, 티하우스 나니
이번에는 ‘일본’으로 간다. 우리에게 친숙한 ‘로열 밀크티’를 마시기 위해 중랑구의 ‘티하우스 나니’에 방문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달리 구석구석에 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질 수 있다. 티소믈리에님이 직접 운영하시기에 밀크티와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듣는 즐거움도 있다.
이곳에서 마신 밀크티는 ‘로열 밀크티’ 그것도 장미꽃 모양의 우유 얼음을 띄운 ‘아이스 수제 밀크티’다. 영국식 밀크티와 로열 밀크티가 다른 점은 찻잎과 우유를 함께 넣고 끓인 것이다. 때문에 맛과 향이 강하게 나는 것이 특징이다.
티하우스 나니에서는 로열 밀크티에 여러 가지 향미를 블랜딩했다. 복숭아부터, 레몬, 캐러멜, 패션후르츠와 체리 등의 밀크티의 부드러움을 더욱 향긋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할까?
티하우스 나니
- 추천 : 우아한 모든 로열 밀크티가 이곳에, 밀크티계의 베스킨라빈스?
- 주소 : 서울특별시 중랑구 용마산로117길 26
말차 테린느와 함께하는 밀크티, 카페 키이로
혜화역 ‘카페 키이로’에는 밀크티와 잘 어울리는 일본식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우유 거품이 눈처럼 쌓여있는 로열 밀크티는 거품의 부드러움을 강조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밀크티의 맛은 진한 아쌈의 향미가 느껴진다고 할까? 아인슈페너를 밀크티로 재해석한 느낌이 드는 메뉴였다.
이곳의 매력은 무엇보다 꾸덕한 ‘말차 테린느’다. 테린느는 프랑스의 조리도구(직사각형 모양의 그릇)를 말하는데, 일본에서 이 그릇에 넣어 만든 디저트를 ‘테린느’라고 부르고 있다. 꾸덕하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카페 키이로는 말차 테린느가 대표적인 디저트다. 심심한 영국식 밀크티에 달콤한 스콘이 어울렸다면, 맛이 진한 로열 밀크티는 달지 않은 말차 테린느와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따뜻한 밀크티와 단쓴단쓴한 말차 테린느의 조합은 마치 크리스마스 같다랄까?
카페 키이로
- 추천 : 말차 테린느와 로열 밀크티의 완벽한 조화
- 주소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6길 41-3
참기름병에 담아낸 홍콩 밀크티, 틸리셔스
마지막은 ‘홍콩’이다. 마포구에 위치한 ‘틸리셔스(본점은 대전에 있다)’는 홍콩 밀크티를 참기름병에 담아내어 판매하는 곳이다. 그동안 많은 카페들이 밀크티를 보틀(병)에 넣어 판매하곤 했지만, 이토록 기억에 남는 밀크티 보틀은 없었던 듯하다.
틸리셔스에서 판매하는 홍콩 밀크티는 라이트 버전과 다크 버전이 있다. 홍콩식 밀크티의 제대로 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다크 버전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동안의 밀크티가 한 상 가득 차려져 자리에서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면, 틸리셔스의 홍콩 밀크티는 병을 들고 길거리에 나가서 바깥을 즐기며 마시고 싶은 감성을 준다.
틸리셔스
- 추천 : 홍콩 거리 감성의 레트로 밀크티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30-32
당신이 기억하는 인생 밀크티 카페는 어디인가요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밀크티 맛집 카페를 하나쯤 알고 있기 마련이다. 지난 아인슈페너 편에서 제보해주신 카페들을 기반으로 ‘아인슈페너 지도’를 만들고 있는 마시즘. 이번에는 밀크티 맛집 제보를 부탁드린다.
좋은 카페는 함께 가야 하니까. 단순한 상호명도 좋고, 구구절절한 TMI나 고해성사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지금 떠오르는 밀크티 카페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시라.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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