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주변의 출입 금지 지역은 인간 대신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 된 상태입니다. 방사선이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야생 동식물에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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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사능이 야생 동식물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16년부터 이 지역의 생태계를 조사한 과학자팀은 2600㎢에 달하는 체르노빌 제한 구역과 제한 구역 밖의 연못 12곳에서 200마리의 동부 나무 개구리(Eastern tree frog) 표본을 수집해 조사했습니다.
동부 나무 개구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다리가 세 쌍이 되거나 눈이 세 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색이 검게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건 똑같은 데 색상만 변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멜라닌 색소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멜라닌은 자외선 같은 이온화 방사선(ionized radiation)에서 몸을 보호하는 색소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연못이 방사선 물질에 오염된 경우, 이온화 방사선은 태양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물에서도 오게 됩니다. 따라서 몸 전체에 멜라닌 색소가 많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1986년 방사선 유출 이후 30년 만에 10세대 이상 고방사선 환경에 적응한 제한 구역의 개구리들은, 제한 구역 밖의 개구리보다 43.6% 정도 더 검게 변했으며 방사선 수치가 높은 환경에서 더 검게 변했습니다. 이는 진화의 방향이 어떤 쪽으로 일어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방사선 수치가 높은 오염 지역에서 온갖 기괴한 돌연변이들이 태어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돌연변이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후손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고방사선 환경에서 유리한 형질은 후손으로 전달되고 강화됩니다. 결국 방사선 내성 개구리가 진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검은 개구리는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백 년 후엔 방사선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내려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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