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매우 부지런한 곤충입니다. 아침 일찍 꿀과 꽃가루를 모으러 나갔다가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옵니다. 꽃은 일 년 내내 피지 않고, 비행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때가 되면 최대한 먹이를 구해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해졌죠.
그런데 꿀벌에게는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곤충 중에서는 시력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꿀벌 역시 작은 눈이 여러 개 모인 겹눈 구조를 지니고 있어 어두운 상황에는 잘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해상도나 시야 문제는 여러 개의 겹눈을 배치해서 해결한다 쳐도, 기본적으로 빛을 받는 눈 한 개는 매우 작아서 빛을 많이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밤에는 꽃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아침 일찍 꽃을 찾아 나서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과학자들은 RFID를 이용해 꿀벌이 벌집을 나서는 시간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여러 요인이 꿀벌이 집을 나서는 시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예상 못 했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몸집이 큰 꿀벌이 집을 빨리 나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유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이것이 꿀벌의 시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모두 작은 크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큰 꿀벌이 눈이 큰 만큼 시력이 더 우수합니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 밝기와 꿀벌의 이동 역시 조사했는데, 10 룩스 (lux) 이하의 어두운 환경에서는 벌집을 나서는 꿀벌이 거의 없다가 밝아질수록 큰 벌들이 먼저 먹이를 찾아 나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했는데, 꿀벌의 세계에서는 눈이 좋은 큰 꿀벌이 먼저 나가서 꿀과 꽃가루를 먼저 따오는 셈입니다. 물론 모든 꿀과 꽃가루는 꿀벌 군체가 공유하기 때문에 큰 꿀벌이 특별한 이득을 취하는 건 없습니다. 꿀벌의 행동이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위험도와 이익을 철저하게 고려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래도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재미있는 사실임에는 분명합니다.
참고
- PHYS.ORG
- Katie Hall et al. Onset of morning activity in bumblebee foragers under natural low light conditions, Ecology and Evolution (2021). DOI: 10.1002/ece3.7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