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예뻐졌다고, 연애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글쎄요. 그건 아니고요. 생판 러닝 모르고 살던 사람들을 이 세계로 이끄는 러닝 페이서(단체 러닝에서 선두를 맡아 팀을 속도를 주도하는 사람)를 맡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남도 좋아해 주면 얼마나 삶에 생기가 도는지.
근데 매주 이 좋은 거에 온몸의 고통을 호소하며 러닝의 세계에서 떠나가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친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한 몇 가지 팁이 있었는데, 그 4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꼭 사야 할 단 하나의 장비, 러닝화
러닝화는 과학이다. 처음 러닝을 하러 온 사람들 중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개 ‘운동화’로 포괄되는 신발을 신고 있다. 일반 3~5만 원짜리 범용적인 운동화를 신고 와서 뛰는 사람도 있고, 반스를 신고 오는 사람도 있다. 대개 1분 이상 뛰면 발목과 무릎이 아프고, 다음날 온몸이 아프다. 러닝할 때에는 반드시 러닝화를 신어야 하는 이유다.
뜀박질을 하면 발에 온몸의 체중이 3배 이상 가해진다. 그래서 충격을 받쳐줄 러닝화를 꼭 사야 한다. 적어도 10~18만 원짜리 신발을 추천하며 나이키, 아디다스, 올 버즈, 아식스 등 직접 신어보는 게 좋다. 매장 직원에게 신체의 약한 부위를 설명하며 자신에게 알맞은 신발을 추천받기 위해서다.
요즘 러닝화도 15만 원을 훌쩍 넘어서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 잘 사두면 1년 넘게 매일 신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속력으로 달려도 무릎이나 발목이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더 빨리 뛸 수도 있다.
2. 혼자서 이게 뭐 하는 거지 싶다면, 러닝 크루에 오세요
을지로에서 일하던 시절, 야근을 하러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청춘의 향기가 나서 되돌아봤던 적이 있다. 그러자 여러 무리가 ‘파이팅’을 외치며 러닝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와, 정말 혈기가 넘치는구나 싶었다.
시간이 흘러 혼자 러닝을 시도하던 어느 날, ‘도대체 러닝이 뭐란 말인가’, ‘혼자 하니깐 걷게 되네’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 무리가 생각났다. 시청에서 그 무리가 나타났을 때 쫓아가서 뭐 하는 데냐고 물어봤다. 그 조직이 바로 ‘러닝 크루’다.
서울에는 크고 작은 러닝 크루가 100여 개가 넘게 있다. 러닝 초보자들이 많은 언타런, 긱스 러닝 크루, 91년생 러닝 모임인 뛰꼬양, 잠실지역만 뛰는 JSRC 등 연령, 위치, 러닝 수준에 따라 고를 수 있다. 특히 초보자 러닝 크루는 처음 러닝을 하는 분들에게 기초지식부터 알려주고 함께 뛰어 주기까지 한다. 그 외에도 러닝 자세, 준비운동, 대회 전 함께 연습 등 러닝을 위한 사소하고 중요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혼자서는 5km도 힘든데 함께 뛰면 어느새 완주를 하고 있다. 매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뛰니 근육과 심폐력, 그리고 건강한 관계가 적금처럼 쌓인다.
3. 매주 혼자서 ‘러닝 앱’을 활용해 뛰어보기
매주 한 번만이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30분 정도 뛰어봐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하면 결국엔 걷게 된다. 그래서 런데이 앱의 ’30분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강추한다. 이 프로그램은 8번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누구든 30분 동안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걷고 뛰고를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나레이션을 하는 ‘런총각’이 바른 자세나 호흡법을 알려주고, 러닝을 지속할 수 있게 동기가 부여되는 말을 실시간으로 해준다. 인스타그램 러닝 초보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는데, 나도 따라하면서 점점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4. 근력운동 병행하기
모든 운동 시, 근육이 있으면 수월하다. 특히 러닝은 전신 운동이다. 하체와 코어 위주 근력이 발달해있으면 다음 날 회복이 빠르고, 뛸 때도 호흡이 덜 가쁘다.
나는 매일 근력운동을 F45로 하고 있는데, 한 달 정도 만에 근육량이 확 늘었다는 걸 러닝 기록을 보고 알았다.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러닝 속도가 20초 이상 빨라졌고, 근육 피로가 없어졌다. 러닝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전신의 충격을 허리·무릎·발목이 받는데, 근육이 강화돼 있으면 충격이 덜해서 속도는 늘고 가벼이 뛸 수 있다.
5. 대회를 신청해, 목표를 갖고 꾸준히 연습하기
뭐든 시험일이 정해져야 벼락치기라도 한다. 러닝도 마차가지다. 대회에 등록하면 바짝 운동하면서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 실력을 차치하고라도 5km, 10km 마라톤에 도전해보라는 이유는, 마라톤 대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러너들의 활기찬 기운 때문이다.
아침 8시부터 몸을 풀고 9시에 대회를 시작해서 1시간 내내 우르르 뛰고, 10시밖에 안 됐는데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성취감은 대회를 참가해야지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이것저것 러닝에 도움 되는 보조제들을 받아보기도 하고, 생애 첫 메달을 쥐고, 난생처음 보는 러너들이 서로 응원을 건네는 일은 협동심, 의지력을 높인다.
코로나도 풀렸고, 매달, 거의 매주 크고 작은 마라톤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단풍이 아름다운 춘천마라톤, 서울의 구석구석을 내 발로 뛸 수 있는 JTBC마라톤이 열린다고 하니 확인해보고 훈련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대회 당일 그냥 뛰다 걷다 하기만 해도 된다!
러닝 전도사이기도 하지만, 뛰면서도 ‘내가 미쳤지 이걸 왜 시작했을까’, ‘걸어도 되는데 왜 이 고생?’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외에도 수많은 운동을 해봤지만, 그래도 러닝은 끝내고 나면 뭐든 다 해낼 거 같은 마음을 갖게 하는 운동이다.
긴 장거리 여행을 갔을 때 바이오리듬을 맞추기 위해서도 항상 모닝 러닝을 했고, 커리어에서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남산을 마구 뛰었다. 러닝은 돈 하나 쓰지 않고 내 몸을 마구 움직여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운동이다.
너무 더워서 혼자선 못 뛰겠다고요? 그럼 오늘 같이 운동화 조여 매고 같이 뛰는 거, 오케이? 러닝 크루 게스트 참가 오케이!
원문: 배추도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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