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발레. 취미 운동을 고민하는 이들의 단골 후보다. 멀찍이서 이 운동 상상하면 둘 다 ‘유연성’ 위주의 운동으로 보이니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게 부지기수다. 안 그래도 발레를 10년 정도 배우고 요가원에 갔을 때 주변 요기니들과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했다.
발레를 하니깐 요가도 금방 잘할 거야.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요가를 오래 배운 친구들이 호기롭게 발레를 배우러 왔다가 쓰는 근육과 분위기가 정말 달라 기진맥진했다. 두 운동은 전혀 다른 운동이다. 두 유연성을 늘리고 바른 자세를 갖고 싶어 두 운동을 고민하고 있다면, 두 운동의 결정적인 차이 네 가지를 정리해봤다.
1. 정확하게 따라 해야 하는 자세가 있느냐, 아니냐
발레 스튜디오만 10년을 다니다, 요가원에서 제일 먼저 느낀 차이점은 거울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울의 유무는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는 동작이 있느냐 아니냐’로 설명된다.
요가 수련 중 선생님의 단골 멘트는 ‘옳고 그름은 없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늘리면 됩니다’이다. 후굴 자세, 아기 자세 등 요가 동작들이 있지만 각도, 늘어남이 선생님이나 옆사람과 똑같아야 한다기보다는 자신을 기준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운동이다.
반면 발레 스튜디오는 거울이 필수다. 발레는 정확한 포즈를 요하고 눈빛, 손끝, 발끝 몸의 작은 요소들의 각도를 맞춰야 한다. 몸의 가장 아름다운 라인을 표현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계속 거울을 보면서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야 하고, ‘정답’이라 할 수 있는 자세도 따로 있다.
또한 발레는 군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각도가 조금만 틀리거나 자세가 차이가 나면 그대로 ‘옥의 티’가 된다. 이 때문에 하나의 정답 같은 자세를 미묘하게 수정해가면서 완성품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레, 나를 기준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균형을 맞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가를 추천한다.
2. 근육을 풀어주느냐, 조이느냐
발레를 하면 근육이 단단해지고, 요가를 하면 뭉친 근육이 부드러워진다. 근육의 발달이 다른 이유는 운동의 기본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요가는 두 발을 11자로 놓아서 편안하게 서 있으면 된다. 반면, 발레의 기본 동작인 ‘턴아웃’은 두 발을 ㅡㅡ자로 두고 속근육을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힘을 주는 자세를 한다. 턴아웃 자세를 하기 위해서는 머리끝에서부터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까지 굉장히 많은 힘을 줘야 한다.
요가 선생님은 수련을 시작하면서 ‘온몸에 힘을 풀면서 편하게 서주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발레선생님들은 ‘양발 끝에 힘을 주고, 엉덩이는 꽉 조이고, 머리끝까지 쭉 끌어당기세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근력을 향상하고 싶다면 발레를, 강도 높은 운동 등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싶다면 요가를 추천한다.
3. 마음 수양이냐, 예술이냐
요가 수련은 눈을 감으면서 시작한다. 발레는 눈감는 순간 끝난다.
대중적으로 ‘운동’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두 활동은 하면 할수록 요가는 ‘마음수련’, 발레는 ‘예술’의 영역임을 깨닫는다. 우선 요가는 눈을 감고 몸을 움직이면서 내면의 나를 어루만져야 한다. 하지만 발레는 거울을 통해서 최고로 멋있는 라인을 선보이는 예술 활동이다. 또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맞춰서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활동이다 보니, 운동을 넘어 춤을 추어야 한다.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말처럼, 발레 선생님들 대부분은 몸이 항상 아프다. 중력을 거스르는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정강이든 무릎이든 부상과 통증을 달고 산다. 그런데도 아름다움에 매료돼 내 몸을 늘리고 더 높이 날고 싶어서 계속 발레를 한다. 반면, 요가하면서 몸이 아픈 선생님은 보지 못했다. 무리해서 움직이기보다는 수련의 일종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요가는 다른 사람들과 동작이 좀 틀리거나 음악에 맞추지 못해도 내가 내면을 가다듬었다면 개운한 운동이다. 반면 발레는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과 동작을 완벽히 일치시켜야 한다. 그래서 음악의 선율에 맞게 춤을 췄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엄청나다.
4. 흘러가느냐, 저항하느냐
요가는 동양에서, 발레는 서양에서 싹튼 활동이다. 그래서 각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다. 요가가 자연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면, 발레는 중력을 거스르고 이 저항을 통해 날아오른다.
요가는 태양이 솟아올라 동물들이 편하게 지내다가 다시 지는 자연의 순리를 담고 있다. 그래서 ‘태양 경배 자세’, 강아지를 형상화한 ‘견상 자세’, 땅으로 돌아가는 ‘아사나 자세’가 있다. 모두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동작이다. 변화에 마음을 집중하면 된다.
반면 발레는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이다. 날아오르는 새, 나비 그리고 공기의 저항을 이용한 턴, 점프 동작들이 그렇다. 취미 발레를 하더라도 1년 이상 배우면 토슈즈를 신는데, 이는 신발이 아니라 더 잘 날아오르기 위한 기구에 가깝다. 그 기구를 몸에 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모두 악 소리를 내면서 걷지를 못한다. 근데 이를 신고 뛰기까지 해야 한다. 더 높이.
요가에서도 선생님들이 어느 정도 고통을 참고 유지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발레의 참고 버티는 고통이 갑절은 된다. 게다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멈춰버리면 음악의 박자가 꼬이면서 작품을 망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면 요가는 못 참겠으면 내려오면 된다. 그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마치며
발레와 요가 모두 신체를 움직여서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이다. 요가는 그중 내면을, 발레는 외면을 단련하는 것에 가깝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정신수양과 마음 수양이 동시에 된다. 단편적으로 설명하긴 했지만, 발레를 통한 극한 고통을 체험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뇌가 맑아지는 것을 매번 경험한다. 그 매력 때문에 11년 이상 발레를 지속해오고 있다.
요가도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과한 운동을 즐겨하는 탓에 한달에 한두 번은 요가원에 가서 몸을 풀어주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면 발레와는 차원이 다른 차분함과 진정을 받는다.
3~6개월 정도 운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몸의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발레를 더욱 추천해주고 싶다. 정확한 자세가 있는 만큼 체형 교정이 빠르다. 게다가 발레의 기본 동작인 턴아웃·플리에 자세는 스쿼트와 비슷한데, 이를 무한 반복하기 때문에 하체를 튼튼하게 기를 수 있다. 요가도 꾸준히 1년 정도 지속하면 근육과 지구력이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요가가 됐든, 발레가 됐든 오늘부터, 당장이라도 어느 것이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운동 유연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트레칭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추면 좋다.
원문: 배추도사의 브런치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