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란 신인 걸그룹이 화제라고 해서 한번 찾아봤다. 걸그룹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 팀은 잘 될 수밖에 없다. 경영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 시장에 경쟁자가 없는 포지션이면서
- 고객의 수요가 있고
- 그것을 충족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신사업이나 창업 아이디어의 거의 대부분은 성공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의 체크 포인트가 스타트업 경영 전략 코칭 시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이기도 하다.
역사를 바꾼 자들은 모두 ‘이전에 없던 음악’을 했다
혁신에 관한 기업 사례는 뭐 넘치도록 많으니 음악의 사례를 들어보자.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면, 엄청난 성공을 한 분기점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것이 창조될 때 나타났다.
17세기 서양음악의 사조였던 바로크(Baroque)는 지금 들으면 완전히 고전 음악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괴이하고 충격적이었다. 어원인 barroco도 ‘찌그러진(괴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진주’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음악과 비교하면 충분히 혁신적이다. 중세 종교 음악과 바로크 음악의 차이는, 미술에 있어서 구상화와 추상화의 거리 정도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
비틀즈(Beatles)도 그렇다. 당대와 후대에 가장 인기 있던 밴드여서 영국 문화와 팝 음악을 상징하게 된 것만은 아니다. 로큰롤에서 시작하여 록, 팝, 하드록, 사이키델릭,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포크, 재즈, 컨트리, 스카 등 대중 음악의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같은 빅뱅을 일으킨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한다. 9집 화이트 앨범(1968) 하나에만 위 장르가 다 들어있다.
오늘날 한 앨범에 댄스, 발라드, 알앤비, 재즈, 록, 힙합, 시티팝 다 넣을 수 있는 가수가 있나? 뒤에 나올 서태지 외에는 이러한 다양성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
비슷한 기여를 한 뮤지션을 뽑자면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즈 데이비스가 있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나는 음악을 네다섯 번 정도 바꿔 놨지요.
그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서 비밥, 하드밥, 쿨, 퓨전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사조를 창조시켰다. 일반인들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미술로 따지면 미니멀리즘을 그리던 화가가 갑자기 극사실주의를 만들다가 액션 페인팅 기법을 창조한 수준이다.
한때 그의 밴드에서 건반 연주자였던 이 시대의 리빙 레전드 허비 행콕의 대표곡 2개를 뽑아볼까. 재즈 스탠다드인 〈Chameleon(또는 Cantaloupe Island)〉과 83년에 발표한 〈Rock it〉이 있다. 나는 처음에 동명이인이라 생각했다. 그는 정통파 컨템포러리 재즈 연주가이지만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신디사이저와 전자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뮤지션이다. 그런 만큼 〈Rock it〉은 80년대 브레이크 댄서들의 음악으로 유명했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 스탠다드 재즈 뮤지션이 만든 전자음악은 그때도 지금도 정말 충격적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 대중 음악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준 가수를 나는 서태지라고 생각한다. 이후 세대인 HOT, 룰라, 원더걸스 등등은 애초에 비교가 안 된다. 이전 세대인 조용필, 나훈아 등은 인기는 더 많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음악적 임팩트와 다양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난 알아요〉가 1위를 한 1992년에 유행한 노래는 김국환의 〈타타타〉, 양수경의 〈사랑은 차가운 유혹〉 등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중가요계의 역사는 〈난 알아요〉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이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이전까지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이었다. 이후 서태지는 교육(〈교실이데아〉)이나 통일(〈발해를 꿈꾸며〉), 가출(〈컴백홈〉)과 같은 소재의 다양성을 선보였다. 장르 또한 힙합, 메탈, 발라드, 펑크 등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것은 표절 시비를 떠나 그 시도만으로도 위대하다고 평가한다.
‘나음’이 아닌 ‘다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위 사례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팬들도 모르고 있던 그들이 좋아할 트렌드를 발견하여,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선보여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독식한다.
이는 세탁기, 에어컨, PC, 스마트폰 같은 인류의 삶을 바꾼 상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은 대칭적 경쟁 구도였다. 전자제품으로 치면 같은 기능과 컨셉의 제품들이 스펙 경쟁만 하는 방식이다. 더 예쁜 외모, 더 좋은 몸매, 더 어린 나이, 더 큰 키, 더 강렬한 컨셉, 그리고 비슷한 장르…. 이런 패러다임에 팬들은 지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청량한 노래를 엄청나게 힙한 스타일로 리드하니 열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건 기획의 승리다.
차별화의 기본 원칙은 ‘나음보다 다름’이다.〈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등장하는 첫 번째 법칙이 ‘선도자의 법칙’이다. 경영학에서는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다들 머리로는 알면서도 실행을 못 한다.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하던 업계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뉴진스 짱짱.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이 필자의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