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큰 식물이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초(seagrass)는 육지 식물이 백악기인 1억~7000만 년 전 다시 바다로 들어가 적응한 해양 식물로, 해조류(seaweed)와 달리 종자식물이며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다만 꽃 자체는 작아서 잘 보기 어려우며, 열매나 식물 자체의 형태 또한 오랜 세월 바다에 적응해 육지 식물과 상당히 다릅니다.
이 해초류 중 하나인 포시도니아 오스트랄리스(Posidonia australis)는 얕은 바다에서 대량으로 군집을 이루는 해초입니다. 리본 모양의 입을 지녀 ‘리본 잡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연구팀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샤크 만(Shark Bay)에 서식하는 포시도니아 오스트랄리스 군집의 DNA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도시급 면적에 해당하는 200㎢의 포시도니아가 모두 하나의 클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8,000개의 유전자 조사 결과로 이 식물 군집이 단일 뿌리에서 생성된 하나의 개체라는 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뿌리와 줄기를 이어 나가면서 하나의 단일 클론 군집을 이루는 경우는 식물에서 드물지 않지만, 그 규모 면에서 샤크 만의 포시도니아 군집은 이제까지 알려진 모든 경우를 능가합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거대한 단일 클론 군집이 형성되기까지 4500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증식한 도시 면적의 군집이 하나의 세포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각 세포들은 수천 년 동안 축적된 미세한 돌연변이를 그 후손 세포들에게 남겼습니다. 하나의 세포가 이렇게 여러 번 오랜 세월 분열하며 암이나 이상한 세포 없이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관점에서 정말 놀라운 일로,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거대 클론 군집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샤크 만의 가혹한 환경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보기 드물게 17도에서 30도 사이를 오가는 수온, 심한 염도 변화, 일조량 변화 등을 보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개체 하나가 무한 증식을 거듭해 지금의 크기를 이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참고
- PHYS.ORG
- 위키피디아
- Jane M. Edgeloe et al, Extensive polyploid clonality was a successful strategy for seagrass to expand into a newly submerged environmen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2). DOI: 10.1098/rspb.202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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