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톰 크루즈의 비행기는 어떤 거지?
- 「톰 크루즈 “영화 ‘탑건: 매버릭’ 속 비행기, 사실 내 것”」(2022.06.23 조선비즈)
역시 덕 중의 덕은 양덕… 이기는 한데, 메인 기체인 F/A-18 슈퍼호넷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을 법하다. 기사가 의미하는 비행기는 톰 형 소유의 머스탱을 뜻한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P-51 머스탱이다.
영화의 메인 기체인 F/A-18 슈퍼호넷은 대당 6,740만 달러(약 880억 원)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미 해군 항모전단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멀티플 전투기이기도 하다. 이를 개인이 소유하게 할 리가 만무하다.
〈탑 건〉에 등장하는 기체, 무기에 대한 디테일은 나무위키에 암약하는 밀덕들이 이미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궁금하다면 해당 문서를 참고하자.
2.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의 비밀
톰 형뿐만 아니라, 파일럿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모두 직접 초음속 전투기에 타고 촬영한 게 큰 화제를 일으켰다. 배우들이 직접 조종한 것은 아니고, 현역 파일럿이 조종하는 복좌형 슈퍼호넷의 뒷좌석에서 연기한 것이다. 실제 파일럿은 CG로 지웠고.
이 과정에서 톰 형은 영화의 현실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본인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이 실제로 비행하는 전투기에서 촬영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전투기의 중력 가속도를 견뎌내는 모습을 꼭 담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3개월간 하드 트레이닝을 시켰다(!) 처음에는 단발 프롭기 세스나172로 비행기 조종하는 맛을 보여주고, 곡예비행에 주로 쓰이는 Extra300에 태워 초고속 비행의 쓴맛(중력가속도)를 보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체코제 제트훈련기 L-39 알바트로스로 초음속 비행 적응 훈련을 했다. 그 후에 F/A-18에 태웠으니, 배우들이 실감 나는 연기를 할 수 있던 것이다.
3. 발전한 카메라, 공중전 장면의 신기원을 찍다
전편도 공중전 장면이 생생해서 찬사를 받았는데, 속편은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다. 도그 파이팅을 하느라 전투기가 온갖 기동을 하는데, 휙휙 회전하는 조종석 내부의 모습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전편의 경우 카메라맨이 후방 좌석에 탑승해서 짐벌 카메라로 흔들림을 최소화하며 촬영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짐벌 카메라의 성능이 떨어져 고속 회전 기동하는 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속편에서는 대폭 업그레이드된 짐벌 카메라(L-39 Cinejet)를 사용해서 카메라의 흔들림을 훨씬 줄였다. 덕분에 공중전을 다룬 영화의 신기원을 이뤘다.
배우들은 복좌형 슈퍼호넷 뒷자리에서 연기했다. 이때 앞좌석에 앉은 실제 조종사의 어깨에 견착식 카메라로 배우의 정면을 찍고, 뒷좌석에 4대의 카메라를 별도로 설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했다. 전편과 달리 카메라맨 없이 배우가 뒷좌석에서 혼자 카메라를 보며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감독은 배우에게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고.
4. 미 공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전편을 상영할 때, 전투기가 슝슝 멋있게 날아다니다 보니 공군 영화인 줄 알고 공군 입대 지원자가 늘어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미국 개봉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미 공군이 작심하고 ‘물 들어온다 노 저어라’를 시전했다. 〈탑건: 매버릭〉 상영 전 광고 시간에 아예 1분짜리 공군 홍보 영상을 넣은 것이다.
“지구의 70%는 바다, 30%는 육지, 그러나 하늘은 모두 공군의 것이다”는 간지 작렬 멘트로 시작함
여기에 F-22 랩터부터 시작해서 ‘검은 가오리’로 불리는 B-2 폭격기까지 공군 주력기를 줄줄이 등장시킨다. 마치 “해군 니들은 이런 거 없지? 메롱” 하는 초딩 느낌이랄까.
미 공군과 해군은 늘 현재진행형으로 초딩스럽다. 예를 들어 해군이 “우리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뜨고 내린다”라고 자랑하면, 공군은 “뭐 하러 그러냐, 공중급유기로 중간 급유 받으면 되는데”라고 맞받아치는 식.
참고로 미 해군은 별도의 공중급유기를 운용하지 않고 F/A-18을 이용해 동일 기종 공중 급유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 급유기인 MQ-25를 개발 중.
마치며
아무튼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봤다. 전편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해서 오마주로 끝나서, 나 같은 올드팬들에게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남들은 다 F-14 톰캣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가와사키 GPZ-900R에 꽂혔다. 크흑.
참, ‘구스’의 아들로 나오는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대위는 영화 〈위플래쉬〉에서 주인공인 드러머 역할을 맡았던 마일스 텔러다. 잘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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