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곧 도입한다고 해서 화제인 비행기 내 무선인터넷 사용기를 올리려 합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싱가포르 SQ008 편으로 LA를 향하며, 글을 비행기에서 쓰고 있습니다.
원래 일을 하려고 했으나 앞 좌석 승객분께서 뒤로 많이 좌석을 꺾으셔서 노트북으로는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기내 인플라이트 엔터테인먼트(InFlight Entertainment, 비행기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찾아보다가 디스플레이 우측 상단에 연결(Connectivity)이라는 항목이 있더군요. 혹시 태평양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맞더군요. 1만 피트 항공이 되면 위성과 연결되어 크리스월드(Krisworld, 싱가포르 항공의 멤버십 이름)라는 SSID가 보입니다.
1. 미래의 인플라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와이파이!
크리스월드에 접속한다고 바로 일반 인터넷이 되는 것은 아니고 보통 외부에서 유로 SSID에 접속하는 것처럼 포탈만 이용 가능합니다. 크리스월드에만 접속을 해도 현재 위치와 남은 비행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도 말이지요.
화면에 바로 보이는 건 반가운, 그러면서도 아득한 비행이 9시간 19분 남았다는 메시지. 남은 거리도 확인해보았습니다. 하단의 ‘인플라이트 와이파이’를 클릭하면 바로 인터넷 결제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일반 문자나 멀티미디어 문자를 지원하는 GSM 로밍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듀티프리 샵도 책으로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모바일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고객의 사용 패턴을 면밀히 분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모바일 쇼핑의 경험이 스크린보다 편리하니깐 말이죠.
크리스 월드 사이트 맵의 첫 번째는 무선 인터넷(Go Online)입니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아래와 같이 전 세계 중계를 하는 프리미엄 채널 라이브 방송도 시청 가능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제 본격적인 유료 결제를 해보겠습니다. 미국의 델타, 젯블루 같은 항공사들은 미국 내륙 이동 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만 이런 국제 항공에서는 대부분 유료로 제공됩니다.
1시간에 12달러로 약 1만 4,000원 수준. 3시간이면 16.98달러로 19,000원 수준입니다. 넷플릭스 2달 치 요금이지만 너무나도 확인해보고 싶어서 결제해보았습니다.
전 세계 1위 인플라이트 시스템을 공급하는 파나소닉에서 무선 와이파이 시스템을 공급합니다. 여러분, 일본 업체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나소닉은 Vehicle Infortainment 분야 1위 업체고 이 분야 매출만 4조 가까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마켓 셰어는 70% 정도고요.
2.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라이브까지 전혀 문제없어
결제했으니 뭔가 사용해야겠지요? 접속하자마자 알림 창에 불이 납니다. 페북 댓글, 카카오톡 정신이 없네요. 첫 느낌은 ‘해외 로밍보다 빠르네?’였습니다. 바로 테스트해봐야겠죠.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fast.com으로 속도 체크를 했습니다. 8메가 수준이 나오네요.
8메가면 넷플릭스, 아마존, 유튜브 영상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속도입니다. 그럼 유튜브는 잘 나올까요? 말도 안 될 정도로 잘 나옵니다. 아무도 안 써서 빠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료 결제의 허들은 존재하기에 많은 사람이 쓰지는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영상은 생각보다 잘 나옵니다. HD 수준으로 나오는 듯합니다. 무작위로 영상을 시청하고 캡처해봤습니다.
혹시 라이브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체 테스트를 한번 돌려보고 도라이브로 도안구 기자님과 서준석 피디님에게 알렸습니다. 지금 태평양 상공이라고 말이죠.
페북 메신저로 3자 영상 통화를, 그것도 라이브를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순간적으로 스트리밍이 끊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위성 인터넷 특성상 다운로드가 업로드보다 무척이나 빨라 영상 스트리밍에 더 적합할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비행기 와이파이 시대, 무엇이 겁나나요?
최근 유나이티드 항공 이슈처럼 비행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알 수가 없었죠. 유나이티드 항공사 이슈도 탑승객들의 촬영 영상이 없었다면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비행기에서 슈퍼 갑질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페북이나 유튜브로 바로 공유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도안구 기자님은 이런 걱정을 하시더군요. 출장자들 비행기에서 일 더 하게 생겼다고… 앗, 정말 그렇군요. 하지만 이코노미에서는 앞사람이 좌석을 최대한 젖힌 상태에서는 노트북을 열기 어렵습니다. 비즈니스면 모르겠지만요.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OTT 업체들도 오프라인 뷰잉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같은 곳에서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영상이 아닌 자기가 보던 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즐길 수 있죠. 저도 출장 전 이렇게 볼 영화들을 잔뜩 다운로드하여 다니곤 했습니다.
인플라이트 엔터를 위협하는 플레이어들 때문에 파나소닉도 아래처럼 UX에 신경 쓰곤 있지만, 와이파이 서비스를 대부분의 고객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부분 또한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은 환경에서 영상 스트리밍을 높은 수준으로 제공하려면 HEVC, VP9과 같은 코덱을 지원해야 하고, 그렇게 인코딩해서 스트리밍해야 합니다. 압축률이 좋아져서 낮은 속도에서도 높은 화질을 즐길 수 있죠.
해외 출장이나 여행 시 한국 국제선만 이용하지 마시고, 다른 항공사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아나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Joha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