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진을 찍을 때 아래의 작업 과정을 고집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 사진을 JPG/RAW 파일로 동시에 찍은 다음
- 빠르게 프리뷰 가능한 JPG로 셀렉하고
- 이를 기반으로 버려야 할 RAW파일만 역셀렉해서 삭제한 다음
- 종국에는 셀렉에 사용한 jpg도 삭제하고 RAW파일을 보정해 최종 jpg를 뽑아낸다.
이러한 과정은 얼핏 프리뷰가 빠른 jpg의 특성과 보정 폭이 넓은 RAW의 장점만을 골라낸 합리적 프로세스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쓸데없이 용량을 낭비하고, 번거로운 작업 과정이 추가되는 한편, 자칫 지우면 안 되는 사진을 지워버리게 되는 실수를 범할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저도 초창기(20년 전ㅋ)에는 RAW의 느린 프리뷰 속도 등으로 인해 JPG/RAW를 동시 촬영한 후 언급한 프로세스대로 작업했습니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선택한 JPG와 동일한 이름의 RAW만 남기는 배치 파일을 만든다든가, 토탈 커맨드를 활용해 파일을 관리한다든가 하는 등등의 뻘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즈음부터는 그냥 RAW 파일로만 촬영하는 습관이 굳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즈음부터 SSD가 본격 보급되면서 관련 알고리즘의 속도가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PC의 속도는 충분히 빨라졌고, 그 덕에 RAW파일도 쉽게 프리뷰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카메라 회사의 독자적 포맷 때문에 죽어도 프리뷰 속도가 안 나온다면, DNG변환을 하는 것도 방법의 파나구요.
DNG로 바꾸면 카메라 제조사에 상관없이 어도비 브릿지 등의 SW에서 광속 프리뷰가 가능해집니다. 컨버트 자체도 굉장히 빠릅니다. 수천 장의 RAW 파일이라고 해도, 커피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만 있다면 변환이 완료됩니다. 변환 시 파일명을 촬영 일자 시간이나 변환 일자 시간으로 바꾸어 관리의 용이성을 크게 높일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릿지 같은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 RAW 파일을 보면서 사진을 셀렉하되, 보고 즉시 지우는 게 아니라 중요도 랭크를 0~5점까지 먹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정해야 할 사진은 4, 5점을 매기고 삭제해야 할 사진은 0.1점을 매기고, 보정은 안 하지만 보관은 하고 싶다면 2, 3점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후 소팅을 활용해 지울 사진은 한꺼번에 지우고, 보정할 사진은 한꺼번에 보정하면 됩니다. (저는 보정도 프리셋과 액션을 활용하거나, 아예 작정하고 드롭릿을 활용해서 RAW 보정과 JPG 변환, JPG 보정까지 한 방에 끝내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요)
이 별점은 EXIF 표준 규격에도 들어가 있기에, 해당 사진에 체크해 두면 맥, 윈도우, 포토샵, 탐색기, 파인더, 브릿지 등 거의 모든 어플리케이션에서 유효합니다.
안 그래도 보정 스타일에 따라 PSD, PSB, XMP 등의 추가 파일이 사진마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판국인데 거기에 원본 JPG와 RAW까지 일일이 따로 관리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사진이 몇 장 안 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디지털로 수십만 장을 다루는데 거기에서 파생되는 파일이 따따블로 생겨난다면 용량에서도 그렇고, 관리 면에서도 그렇고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다만, 사진을 셀렉하는 주체가 촬영자 본인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겁니다. 컨펌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JPG와 RAW 촬영을 병행해야 하지요. 이 경우에는 파일명으로 골라내는 앱이나 배치 파일을 통해 극복하면 됩니다.
원문: 마루토스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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