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이 보급화의 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도 벌써 15년~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0년도에는 세계적으로 천만 대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량의 DSLR 카메라가 판매되며 장밋빛 미래가 약속된 듯 보였지만 뛰어난 광학적 성능을 지닌 카메라를 내장한 스마트폰의 보급과, 올림푸스가 막을 열고 소니가 개척한 미러리스의 보급으로 DSLR의 판매량은 해가 갈수록 주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실제로 일본 내 통계를 봅시다. 풀 프레임 한정으로 2018년 여름~가을을 기점으로 드디어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이 DSLR 카메라를 넘어섰습니다. 이 시점에서 좀 냉정하게 과연 미래의 승자가 누가 될지를 생각해봅시다. 의외로 답은 간단히 나옵니다. DSLR에 남은 몇몇 기술적 문제점은 아마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해결되지 않을 부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 결과 초점을 위해 구도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설사 800만 원짜리 최고급형 DSLR을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말이예요. 미러와 펜타프리즘의 존재로 인한 무게, 부피를 한도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광학식 뷰파인더의 측거 영역 확대 불가능 및 정확성 향상도 그렇고 미러의 물리적 존재로 인한 연사속도의 제약, 블랙아웃의 존재, 라이브 뷰에 의지하지 않는 무음 셔터 불가능 등등… 이미 SLR 카메라의 역사가 30년 이상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반면 미러리스에 남은 기술적 문제점 대부분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부분 해결될 거에요. 애초에 DSLR에서 불가능한 몇몇을 해결하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이었기때문에 DSLR에 있던 문제 상당수가 이미 미러리스에선 해결되었죠. 앞으로 남은 문제들도 차근차근 해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렌즈? 더 다양하게 찍어내면 됩니다. 배터리? 대용량 내지는 충전 중 촬영등으로 커버 가능해요. 오히려 빅데이터를 응용한 자동초점의 정확도나 동영상 기능 등은 미러리스 쪽의 발전속도가 훨씬 더 빠를 수 에 없습니다.
제 주변 분들 중 미러리스를 구매하는 입문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DSLR이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데 미러리스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아 구매했다’ 입니다. 사실 이 말을 약간 바꿔서 해석하면 거의 완전하게 맞는 말이 됩니다.
DSLR을 제대로 쓰려면 공부도 많이 하고 알아야 할 게 많은데 미러리스는 그냥 알아서 해주는 대로 찍으면 되니까
이러한 편의성은 결국 친절함이거든요. 물론 어렵고 복잡한 조작 자유자재로 하면서 그것을 자랑하는 분들도 저는 긍정합니다. 그런 분들한테는 마치 수동기어 최고 오토매틱 오노 이런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요. 요즘 차들 보세요. 그 좋은 수동기어 달고 나오는 차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눈을 감고,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1Dx-mk3나 5D mk5의 스펙과 모습을 그려보려면 영 명확한 그림이 나오질 않습니다. 제 상상력이 원체 비루해서 그런가 지금 들어가 있는 부분에서 뭘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 가능할 것이며 그렇게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예를 들면 측거영역 5% 증가, 측거점 개수가 10개쯤 증가…이런 것들이요.
모르긴 해도 업그레이드의 상당 부분은 DSLR스러운 부분보다도 라이브 뷰를 통해 이뤄질 공산이 큽니다. 그건 결국 미러리스적 발전이지 SLR적 발전은 아닐겁니다(…). 반면에 EOS R 등 향후 후속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의 스펙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칸이 많기에 이모저모 생각해볼 바가 많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정리해보자면 현시점에선 어쩌면 최고급 미러리스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DSLR 카메라를 선택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DSLR 카메라의 발전은 거의 끝에 도달해있어요. 현시점에서 더 나아질 만한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미러리스적 기능을 강화시켜 반미러리스인 하이브리드 형태의 극에 도달해있어요. 중급기 성능이나 고급기 성능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가 잘되어 있습니다. 가격 대 성능 비나 편의성도 뛰어납니다.
기다려봤자 더 좋은 DSLR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지금의 DSLR이 진화의 거의 끝이란 이야기입니다. 어차피 DSLR 쓰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과거처럼 후속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서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싸고 좋은 DSLR 카메라 사서 쓰기 가장 좋은 시기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미래는 미러리스의 것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미러리스가 향후 얼마나 더 발전할지 솔직히 감이 안 올 만큼 미러리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DSLR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거나 할 일은 없겠습니다. 다만 2010년 수준의 황금기를 다시금 구가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잠깐. 그건 미러리스 또한 마찬가지… 렌즈 교환형 고급카메라 시장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잠깐 커졌을 뿐, 원래 이렇게까지 큰 시장이 될 분야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점차 줄어드는 시장 속에서 미러리스가 차지하는 파이가 나날이 늘어가겠죠. 이상이, 제가 DSLR 카메라를 현시점에서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문: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