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구에서는 ‘Basketball IQ’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농구판을 읽고 전략을 이해한 뒤 시행하고 대응하는 지능이다. 흔히 NBA에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성공 요건을 일컬을 때, 주전 선수들 곁에 ‘농구 지능’이 높은 벤치 선수들을 채워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전략을 구상해도, 시시각각 대응하는 상대방에 대응하여 활용할 수 있는 IQ를 갖춘 사람은 따로 있다. 아니면 아주 집요한 연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거나.
미국은 타인의 지능에 대한 평가에 매우 예민하다. 그런 나라에서 ‘농구 지능’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이 재미있다. 보통 농구라면 타고난 운동능력이나 기예에 가까운 슈팅 능력 등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기로서 농구를 잘하더라도, ‘Basketball IQ’가 높지 않은 선수는 팀 전략을 고도로 수행하기 몹시 어려워진다. ‘선수 자체가 전술’이라 불리는 괴물이 한두 명 있겠지만, 7판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는 결국 어떻게든 전술적으로 해체되기 쉽다. 그래서 농구 영상을 끝없이 보고, 전략 전술을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얻은 특이한 사람만이 이 IQ를 획득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2.
스타트업에도 스타트업 IQ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싶다. 대기업에서 일머리가 제법 좋았던 사람들도 스타트업 IQ는 부족한 경우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환경은 몹시 빠르게 변화하여, 정확한 일을 부여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일의 핵심’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갈구와 집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가장 적은 업무로 가장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리더쉽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스타트업 IQ’가 아닐까.
물론 선천적으로 스타트업스러움, 독립스러움, 팀웍스러움, 주도스러움을 갈구하여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 모든 게 불편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30대야말로 십여 년에 걸쳐 ‘스타트업 IQ’를 키워내기 좋은 때이고 핵심적인 시기이다. 4~50대가 되면 결국 어떻게든 창업을 하거나 창업에 연루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만나는 성공한 임원들도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할 사람들인 것이다.
얼핏 시간이 넉넉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를 놓친 50대 형님들과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는 이제라도 창업을 고민해야 하는, 너무나 무섭고 무거운 짐만이 남겨져 있다. 얼마나 두렵겠는가? 50대는 정말이지 금방 온다. 30대에 짊어졌으면 십수 년의 시간을 벌었을 일인데 말이다.
3.
나는 NBA를 좋아한다. 특히 선수들과 감독들의 인터뷰를 좋아한다. 그 속에서 그들의 반성, 태도, 해석, 기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프로 중의 프로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공격적이어야 한다.
프로들이 ‘공격적 태도’가 부족해서 경기에서 졌다고 말하면 어쩐지 핑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방이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고 절박했다는 점을 특히 반성한다. 연봉이 400억이어도 덜 절박한 사람이 항상 지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둘째, 평소에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느냐이다.
말해 무엇하겠는가.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없으면, 땀 흘리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땀을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은 다르다. 흘린 땀만큼 인생은 한 걸음 변화한다.
셋째, 일은 끝나지 않는다.
챔피언이 되는 날까지 숙제는 끝나지 않는다. 분명한 목표를 만들고, 팀 전체가 믿고, 하루도 방심하지 않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해가는 정신. 마치 엄청난 부채를 짊어진 사람들처럼 업무를 해치우기 위해 전진하는 기세. 그런 것이 필요하다.
빚이 100억인 사람도 절박하게 살 수 있다. 반대로 연봉이 수백 억인 사람도 그렇게 절박하게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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