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출시 1개월만에 수익률 4%를 올린 불릴레오
리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무슨 일을 하는 누구십니까?
천영록(두물머리 대표): 연금자문 서비스 불리오와 스팟형 투자 전략 앱 불릴레오를 운영하는 두물머리 대표 천영록입니다. 현재 약 1,000억 원을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로 운용합니다. 유료 고객은 5,000명가량 되고요. 최근 『부의 확장』이라는 책의 저자가 되기도 했고, 구독자 8만 명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리: 불릴레오에 관해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천영록: 불릴레오 앱을 보면 ‘경제위기를 기회로’가 있지요? ‘경제위기를 기회로’는 평소에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다가 경제위기가 오면 돈을 많이 버는 컨셉의 펀드입니다. 경제위기의 여러 시그널을 주시하다가 금, 달러 등 방어자산으로 확 돌아섭니다. 평소에는 안전자산인 금융위기가 일어날 경우 20% 이상의 고수익 자산으로 돌변하는 거죠.
리: 또 다른 전략으로는 뭐가 있지요?
천영록: ‘기술주 대첩’은 요즘 기술주 많이 오르니, 이 추세를 타고 가자는 컨셉의 펀드입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상승장에 올라타되, 흐름이 끊기는 추세가 생기면 빠져나오는 방식이지요. 반면 ‘배당의 민족’ 같은 펀드는 가장 안전한 미국 배당주들에 투자해 배당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리: 음? 일반 펀드와는 뭐가 다른 거죠?
천영록: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일반인은 낯설겠지만, 자산가들이나 대형 기관들은 이렇게 정교한 사전 준비를 해둔 전략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돈 많은 분이 제게 돈을 맡기고 싶다고 해요. 제가 시장을 보다가 감이 딱 오면 전화를 하죠. “형님, 이번에 미국 기술주가 급등할 것 같은데, 100억 정도 맡기시면 3개월 동안 7% 먹고 빠지겠습니다. 잃어봐야 3%로 리스크 관리할 테니 돈 좀 쏴주십쇼” 하는 거죠.
리: 수익률은 좋나요?
천영록: 아직 출시된 지 1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기간 ‘경제위기를 기회로’는 4.5%, ‘배당의 민족’은 2.9%, ‘기술주 대첩’은 3.94%를 기록 중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26% 올랐고요. 물론 이런 고수익을 계속 낼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Part 2. 돈 많은 사람은 특정 기간 시나리오로 돈을 번다
리: 수익률 꽤 높은데 겸손을…
천영록: 『행운에 속지 마라』는 책도 있듯, 특정 구간에 우연히 수익이 좋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솔직히 ‘배당의 민족’의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우연이 훨씬 큽니다. 다만 ‘경제위기를 기회로’와 ‘기술주 대첩’도 기대 이상이긴 하지만, 이렇게 될 확률을 계산했다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합리적 추정’이 먹힌 것이죠.
리: 합리적 추정이 뭐죠? 백테스트가 가능한 건가요?
천영록: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다만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통해 수익 가능성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거죠. 한국에도 대선 테마주가 있잖아요? 오를만한 종목들을 합리적으로 추려내고 활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근데 일반인이 테마주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해요. 그걸 저희가 합리적인 선에서 고수익 저손실로 관리하려는 겁니다.
리: 의외로 되게 단순하네요?
천영록: 실전에서는 매우 디테일한 논리를 짜겠지만, 사모펀드는 일반 공모 펀드와 달리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타이밍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투자 기간’이에요. 예를 들어 트럼프 재선 여부에 따라 투자하는 종목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딱 그 사건이 펼쳐질 확률이 높은 기간만 베팅하고 빠지는 거죠. 불릴레오도 트럼프 재선 성공과 실패 시나리오를 준비 중입니다. 반대로 일반 펀드는 이런 ‘타이밍’이 없기에 시장 대응이 힘듭니다.
리: 시장 대응이라 함은?
천영록: 일반 펀드는 지금 딱 필요한 아이디어를 단기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계속 전략을 들고 가잖아요. 반면 헤지펀드와 불릴레오는 시나리오에 기반해 한정된 시간 동안 투자를 합니다. 예로 불릴레오의 ‘경제위기를 기회로’는 2년을 권장합니다. ‘기술주 대첩’은 언제 빠질지 모르니,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끝날 수도 있어야 하고요.
Part 3. 공모 펀드가 시장 평균수익률도 내지 못하는 이유
리: 펀드 매니저들도 다 프로인데, 그들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자신감은 어디서 옵니까.
천영록: 펀드매니저의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 매니저들은 실적 압박 때문에 통찰을 활용할 수 있는 장기 투자를 거의 할 수가 없습니다. 엄청 단기, 보통 3개월 만에 수익률을 올려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을 사도 3개월 동안 오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런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결국 장기적으로 주가지수만도 못한 수익이 발생합니다.
리: 그렇죠. 주식이 언제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천영록: 그래서 추세 추종을 넘어 군중 추종을 하게 됩니다. 그냥 핫한 걸 사는 거죠. 예로 앞으로 3개월 바이오 오를 것 같은 분위기면, 잘 몰라도 바이오를 사게 됩니다. 펀드매니저는 당연히 일반인보다 주식을 훨씬 잘하지만, 자기 실력을 발휘할 시스템이 없습니다.
리: 그러면 그 펀드는 어떻게 되나요?
천영록: 까놓고 말해서 거의 버려집니다. 여의도 가면 주니어가 펀드 80개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년 넘은 펀드인데 수익률도 엉망이고 포트폴리오도 잘 모르니 알아서 하라는 거죠. 보고서도 복붙 형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게 현실의 펀드입니다.
리: 펀드 운영이 잘 되면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좋은 펀드매니저가 계속 신경 쓰고…
천영록: 모든 펀드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있다고 해당 펀드를 계속 관리하지도 않습니다. 4–5년 지나면 또 다른 펀드를 맡거나 이직하겠죠. 하지만 펀드매니저 역량과 무관하게, 고객들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피터 린치가 월스트리트 최고의 펀드매니저였잖아요. 연평균 29% 수익을 냈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 고객 중 돈을 잃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리: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천영록: 우리가 펀드에 많이 가입하는 시점은 보통 주식이 엄청 오를 때입니다. 2000년대 중반 대학생도 펀드 하나씩 들 정도였잖아요. 주가가 오르니까 증권사들도 엄청 마케팅하죠. 그런 시기에 가입하면, 펀드매니저가 피터 린치가 아니라 그 누구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오를 때마다 펀드는 더 팔리니, 꼭지 찍고 빠질 때까지 계속 판매량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대다수 투자자는 꼭지에 들어가고 손실이 날 수밖에요.
리: 펀드매니저가 장이 안 좋을 걸 알아도, 금융사에서는 펀드 가입은 시켜야 하니 발생하는 문제군요.
천영록: 네. 피터 린치가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자산 배분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있었다면, 고객 돈을 채권으로 바꿔놨거나, 추가금을 받지 않거나, 돈을 빼라고 권유했겠죠. 그래서 부자들은 일반 펀드보다 사모펀드를 선호하지요. 불릴레오는 일반인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를 만든 최초의 서비스이고요.
리: 사모펀드 강조하시는데, 요즘 환매 안 된다고 말이 많지 않나요?
천영록: 그건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상장 전 주식이나 부동산은 ‘골동품’ 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유동성이 낮기에 싸게 사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 팔릴지 모르기에 갑자기 팔려면 가치가 떨어지죠. 하지만 고액자산가가 아니라면 환금성이 매우 중요하기에, 불릴레오는 언제든 돈을 뺄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유동성이 높은 주식과 채권 위주로도 충분히 좋은 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Part 4. 입사 1년 만에 해고된 트레이너, 영업 본부에서 삶을 바꾸다
리: 님은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겁니까?
천영록: 대학 다닐 때 공부는 안 하고 힙합과 재즈에 빠졌어요. 동아리 만들어서 종일 곡만 썼죠. 우리 CTO도 그때 만났고요. 근데 좀 중2병이 있어서, 음악으로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꾸자는 꿈을 꿨어요.
리: …….
천영록: 아마추어 실력이라 꿈은 꿈이었고… 그러다 조지 소로스를 알게 됐어요. 가장 자본주의적 방법,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면서, 가장 자본주의스럽지 않은 민간재단을 만드는데 돈을 쓰는 거예요. 개처럼 번 돈을 정승처럼 사회 변화에 투자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지수선물 옵션에 투자했어요. 첫 투자는 수강료란 말처럼 돈은 다 까먹었지만, 덕택에 키움증권 선물옵션 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리: 그래서 돈 좀 벌었나요?
천영록: 아뇨. 많이 배우긴 했지만, 1년 반 만에 짤렸습니다.
리: 아니, 신입을 뭐 자르고 그래요…….
천영록: 트레이더는 프로야구 선수와 비슷해요. 못하면 바로 경기 못 뛰고 계약 말소당하죠. 잘릴 때 법인 브로커 해볼 생각 없냐고 하는데 엄청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신입사원이니 브로커가 뭔지도 모를 때인데, 흔히 트레이딩 룸에서 잘 안 되면 ‘브로커 하라’고 해요. 마치 “너는 야구에 재능 없는데, 구단 총무직 자리 났으니 가봐라”, 이런 느낌이었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정말 좌절감이 느껴졌습니다…
리: 그래서 걍 회사를 떠났나요?
천영록: 아니오. 법인 영업 본부장님을 뵙고 생각이 하루 만에 바뀌었습니다. 지금 키움자산운용 김성훈 대표님이신데, 뵙자마자 “야, 천 대리.”라 하기에, “대리 아니라 사원입니다.”라고 했죠. 그러자 “그게 뭐가 중요해, 천 대리? 트레이딩은 운도 필요한 건데 법인 영업은 종합예술이야.”라고 하는 거예요.
리: 그게 뭔 소리죠?
천영록: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으로 영업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로 영업하고, 정해진 룰 없이 인사이트를 발휘하면 되는 거야. 여기에 여의도의 모든 네트워크와 기회가 있어. 형이 2년은 줄게, 돈 한 푼도 안 벌어도 좋으니 여기서 배우고 네트워크를 쌓으며 날개를 펼쳐봐.”라고 하시더군요. 그분의 에너지와 비전, 아랫사람을 다루는 자세에 감명했어요. 영업에 자질은 없었지만 정말 열심히 뛰며 배웠습니다. 키움의 급성장기에 열정 넘치는 본부 형님들께 삶의 자세를 많이 배웠습니다.
Part 5. 고액자산가가 아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까지
리: 아무튼 잘 나갔던 시절 자랑은 그만하고, 그래서 어떻게…
천영록: 이후는 더 잘나갔습니다(…) KTB증권에서 다시 트레이더 생활을 했죠. 이번에는 그동안 배워온 것을 잘 활용해서 성과가 좋았어요. 트레이딩이 좀 복잡해서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연 15% 정도 수익을 냈죠. 제 인센티브로 후배들의 비용을 커버하면서 후배들도 많이 키웠습니다. 인센티브가 높아서 한 분기에 2억도 받아본 것 같습니다.
리: 크으…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군요.
천영록: 제 꿈이 중산층 진입이었는데 이뤄낸 거죠. 성과를 잘 낸다면 그 이상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트레이더는 고객이 없잖아요? 회사에서 준 돈을 굴리는 게 전부니까… 고객 갑질이 제일 짜증 난다고들 하는데, 영업할 때처럼 고객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돈과 별개로 내 업을 하는 이유를 느끼고 싶었죠. 돈 더 번다고 기뻐할 사람은 와이프뿐이었어요.
리: 와이프님이 제일 중요할 것 같긴 한데(…)
천영록: 또 그런 것도 있죠. 개미들은 맨날 손실만 보는데, 언제까지 돈 있는 사람만을 위해 일해야 하나… 고액자산가가 아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 지인들이 주식 물어보면 그냥 투자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차피 그곳은 훈련받은 인력들이 소수 자산가의 돈으로 돈을 버는 시장이니까요. 근데 그렇게 말해도 다 투자하고 손절하더라고요. 내가 이걸 어떻게 바꿀 순 없을까 생각한 거죠.
리: 그냥 직접 조언해주고 굴려주면 안 되나요?
천영록: 돈 굴려달라는 사람이 5명만 넘어도 관리가 힘들더라고요. 다들 상황이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돈을 일찍 빼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늦더라도 크게 한 방 먹으면 되고… 그런데 점점 많은 사람들을 상담해주다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런 분들을 묶어서, 지인뿐 아니라, 누구든지 맞춤형으로 쓸 수 있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말이 되더군요.
리: 그렇게 보면, 불릴레오는 일반인을 위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로 볼 수도 있겠군요.
천영록: 맞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트레이드 본부, 사모펀드라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헤지펀드나 사모나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애초에 돈 많은 사람만 차릴 수 있고, 돈이 많아야 들어갈 수 있죠. 불릴레오는 개개인이 적은 돈을 가지고 스팟성 펀드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고액 자산가들만 누리던 전문가들이 설계한 시나리오에 투자할 수 있죠.
리: 그러면 펀드매니저들은 굶게 되는 건가요?
천영록: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사에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다 고객에게 진짜 도움 되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해요. 그들의 실력이면 얼마든 금융 시장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투자 전략을 만들 수 있죠. 그러나 구조상 투자 전략을 유연하게 쓰기 매우 힘들죠. 불릴레오 같은 서비스들이 본격화된다면, 좋은 투자 전략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이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Part 6. 고위험 자산이야말로 고수에게 맡겨야 한다
리: 해외에는 이런 서비스들이 좀 있나요?
천영록: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에서 굳이 유사한 걸 찾으면 소셜 트레이딩이에요. MTS에 고수가 포트폴리오 올려둔 걸 일반인이 연동하면, 고수가 사고팔 때 개인 계좌도 같이 거래가 이뤄지죠. 국내에선 이런 작업조차도 일임으로 분류되어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30만 명의 일임 자산관리사가 존재하는데 말이죠.
리: 그러면 그거랑 불릴레오 차이는 뭔가요?
천영록: 포트폴리오 1만 개가 있는데 누가 고수인지 알 길이 없잖아요. 또한, 어떻게 투자할지도 모르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돈을 맡기는 건 너무 불안하잖아요. 불릴레오는 전문가들이 검증한 시나리오만 올리는 곳이고, 무엇보다 ‘합리성’을 중시합니다. 애초에 ‘기술주 대첩’, ‘배당의 민족’ 등 어떤 기간 동안 어떻게 투자할 것이라는 걸 명확하게 밝히죠.
리: 근데 님, 예전에는 안정적 수익률을 강조하더니, 불릴레오는 좀 위험 상품군도 있어 보이는데요…
천영록: 저희가 기존 운영하던 불리오 펀드의 연수익률이 5% 정도 돼요. 장기적으로는 8% 정도에 수렴하면서 상당히 안정성을 유지할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이 전략 하나만 사용해도 재테크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꾸 지인들 전화가 와요. “천 대표, 돈 더 넣을 테니 수익률 확 높일 수 없어?”, 위험하니 안된다고만 했죠.
리: 크으… 시대의 마지막 양심…
천영록: 그런데 어차피 위험자산에 투자할 사람은 이미 어떻게든 투자하더라고요. 그럴 거면 뭐라도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는 게 우리가 이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500% 먹겠다고 코인 몰빵해서 돈 날리지 말고, 연 20% 기회라도 상대적으로 더 전문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잡으란 거죠.
리: 그렇죠. 솔직히 일반인들은 10%만 떨어지면 멘붕이죠.
천영록: 더 큰 문제는 바닥 찍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거예요.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건, 제가 보기엔 장기적으론 모두 마이너스로 이어집니다. 온갖 ‘돈 깨 먹는 본능’에 다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확증 편향, 과도한 레버리지, 공포 본능 등…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상식이 투자에선 마이너스가 발생하는 요소들입니다.
리: 그렇죠. 그래서 저도 많이 깨져 봤고…
천영록: 그러면 멱살 쥐고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겠다는 거죠. 어차피 위험하게 할 거면 잘하는 곳에 맡기는 게 낫다는 거죠. 위험한 것도 솔직히 잘 분산시키고 칼손절 하고, 잘 이끌어줘서 많이 먹고 나오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독이 아닌 약이 돼요. 그게 저희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Part 7. TV가 아닌 유튜브로 힘이 넘어갔듯, 금융도 서민에게 열려야
리: 지금이야 불릴레오 수익률이 쩔지만, 하나씩 손실 보는 곳도 나오지 않을까요?
천영록: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1개의 시나리오에 몰빵하길 권하진 않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분산 투자해서 수익률의 밸런스를 관리하는 게 좋죠. 좋은 헤지펀드는 개별 아이디어도 좋지만, 다양한 아이디어에 분산투자를 잘해요. 이를 머니 매니지먼트라 부르는데요. 좋은 아이디어 하나에 몰빵하는 사람보다, 여러 아이디어를 잘 섞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리: 근데 지금 시나리오가 그렇게 다양하진 않은데…
천영록: 빠른 속도로 시나리오를 계속 보강합니다. 더불어 외부에서 서드파티와 협력하며 또 다른 전략을 만들도록 지원할 참이에요. 다양한 스팟형 펀드의 플랫폼이 되는 거죠. 이미 외부 자산운용사와 이야기하고, 개인 중에서도 사짜 슈퍼개미가 아닌 여의도 고수로 유명한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께서도 전략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50개 정도는 등록될 거예요.
리: 고수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헤지펀드의 플랫폼이 되는 거군요.
천영록: 네. 그래서 불릴레오는 모든 금융사와 협력하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다른 경쟁사들이 만든 알고리즘의 불릴레오 입점도 환영해요. 자산운용사들, 금융계 초고수들이 제공하는 시나리오에 일반인이 올라타라는 거죠. 일반인이 주식으로 돈을 못 버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투자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를 불릴레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리: 금융사 보수적인데 가능할까요?
천영록: 네. 결국 시대의 흐름은 금융과 기술과 연결이라 생각해요. 불릴레오가 기술을 통해 일반인과 시나리오 펀드를 연결했잖아요. 또 기존의 자산운용사도 불릴레오와 연결될 거고요. 이렇게 금융 서비스를 하나하나 API 단위처럼 만들어 연결 가능성을 높이면, 고스란히 고객 편의성으로 연결될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글로벌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누적 30억을 투자받았으며, 추가로 투자를 받으려 준비 중입니다.
리: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천영록: 요즘 유튜브 보면 이제 콘텐츠를 방송국이 아닌 민중이 만듭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권력인 돈은 여전히 일부가 독점하죠. 민중의 권리와 생각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면,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투자 역시 풍요로워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투자를 원하는 중산층과 서민들도 가진 사람처럼 투자를 할 수 있는 게 제 사명입니다. 그렇게 금융인으로 한 획을 긋고 싶네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천영록: 한국 프로게이머, K팝, 웹툰 작가가 세계 최고로 인정받잖아요. 저는 한국 금융인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골드만삭스, JP 모건 같은 회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거죠. 한국 디지털 기술이 익숙하고 IT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 금융이 아닌 핀테크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규제가 워낙 철저해서 오히려 훈련이 잘되어 있는 영역도 있고요. 이를 위해 먼저, 불릴레오부터 고객들이 상상도 못 한 수준의 대만족을 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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