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인사권자들은 좋은 팀원에 대해 대개 생각이 비슷할 것 같다. 몇 가지를 공유해드릴테니 커리어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당구나 골프를 칠 때, 혹은 함께 게임을 할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아마도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명이 함께 즐거울 수 있도록 얼마나 세세한 ‘배려’를 하는지가 드러난다는 뜻 아닐까 싶다. 모든 게임에서 ‘우리는 함께 즐겁기 위해 모여있다’는 목적성을 기억한다면, 자잘한 이슈들이 생길 때도 상호 배려를 하고 게임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예컨대 중간에 게임이 중단되어도 짜증을 부리기 이전에 ‘그래도 오늘 재밌었다 그치?’라며 주위의 기분을 먼저 신경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막판 역전을 당해도 ‘짜릿한 게임이었어! 다음번엔 이기고 말 거야’라고 하는 것과 ‘빌어먹을, 더러운 게임 때문에 기분 더럽네’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다. 그냥 자기 혼자 즐겁자고 혼자의 흥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 같은 사람과 함께라면 수백 판의 게임을 해도, 내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도, 결과적으로 모두의 ‘즐거움’이 남는다. 후자 같은 사람과 있으면 어찌 됐건 수백 판의 게임을 하기 전에 아마 서로 갈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배려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거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경험, 열정과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삶의 목적을 잊지 않으려는 깊은 성숙도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대단하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어울려 노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혼자 즐겁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란 한계가 분명하다. 예정된 이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려심과 팀워크도 하나의 중대한 실력으로 본다. 즉 팀워크가 부족한데 실력은 출중하다, 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 생각한다. 주니어들한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니어일수록 이 점이 더 중요하다. 혹은 이러한 이치를 모른 채 시니어 생활을 한다는 것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 걸 이력과 인상에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첫째, 웃는 낯이다.
어느 선배께서 사람을 뽑을 때 ‘웃는 낯을 뽑으면 크게 당황할 일이 없다’고 했는데, 상당히 공감한다. 웃는 낯을 가진 인재들도 나중에 얼굴을 붉힐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얼굴을 붉히는 듯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향후 다가올 수많은 트러블이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회사는 항상 트러블이 있다. 그 트러블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확대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쨌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웃는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면, 평소 주위 사람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지 않겠는가. 특히 웃는 낯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굳이 인간적인 팀워크까지 신경 쓸 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게도 그런 표정으로 다가서진 않았을 것이다. 그저 공적인 자리가 사적인 자리만큼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프로페셔널하다는 게 오만상 찌푸리며 심각한 척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웃음만 날리는 사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이 웃고 지냈는지가 드러나는 인상을 크게 선호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사람을 써보니 아주 중요한 요소로 드러난다. 내 기분 좋자고 웃는 낯을 보자는 게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기분이 좋으면 더 좋은 일이 발생하더라는 것이다.
둘째, 이력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온 경험이다.
가장 나쁜 모습은 회사에 들어갔다가 중소형 규모의 갈등을 겪었고, 자기 나름대로 주장하다가 자기 나름대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자기 나름대로 화가 나서 멋지게 때려치우고 나온 것을 끝없이 반복해온 사람이다. 모든 이력이 6개월 수준으로 매우 짧다면 이런 케이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는 크고 작은 갈등이 끝없이 반복되는 곳이다. 이력이 좋은 사람도 이력이 나쁜 사람도 모두 토가 나올 정도의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해본 경험이야 말로 이력이다. 극복의 결여가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한두 번은 회피하거나 손절했을 수도 있다. 서너 번도 좋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극복해본 적 없다면 앞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어렵다. 특히 시니어라면야.
이직이 많은 사람이 받는 부정적인 시선을 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나도 첫 3년간 팀을 네 번 옮겼다. 잦은 이직으로 이력서가 엉망이 되었다는 점을 잘 인지했다. 대신 네 번째 팀에서 4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다. 이직이 많다는 것이 부정적인 요소만은 아니다. 꿈을 찾아 움직였다는 흔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되는 대로 때려치우고 돈 많이 준다고 하면 되는 대로 취업했다가 또 새로운 갈등이 생기니 반전이라며 때려치우길 반복한다면? 애초에 자신의 팀워크가 문제이거나, 회사를 보는 눈이 엉망이거나, 갈 데가 그런 곳밖에 없었다는 증거가 되기 쉽다. 이직할 때는 정말 모든 걸 걸고 고민해야 한다. 혹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지금까지 자신의 팀워크를 후회해서 이번 이직에야말로 바뀌어 보겠다는 사람은, 대개 안 바뀌더라. 바뀐 흔적을 가지고 온 사람을 찾아라.
그렇다. 사람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남들이 알아준다.
셋째는 개인의 성과에 대한 설명이다.
웃는 낯도 아니고 이직도 불필요하게 잦았다면, 그 개인의 성과를 이해해보고 싶다. 열심히 한 것? 똑똑한 이야기를 한 것? 이런 것 말고, 정말 회사에게 임팩트를 미친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인터뷰어가 이해할 수 없는 성과여도 좋다. 잘 정리된 논리, 회사가 크게 인정한 맥락이 느껴지는 성과면 좋은 자랑거리다.
예를 들어, 천재적인 방법으로 엄청난 기획안을 제공했고 스스로 평하기를 대단한 업적이었지만, 회사 윗분들이 (싸우느라/멍청이들이어서/나만 미워해서/바빠서/적자여서)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해보자. 엄청났다는 것은 본인의 주장에 불과하게 된다. 그것도 주위를 전혀 설득시키지 못한 주장 말이다. 이런 주장은 쉽게 믿음이 안 간다.
반대로,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예산을 더 투입했고 팀원을 보강해줬고 자신만의 매트릭이나 수치가 팍팍 찍혔으며, 결국 회사가 표창이라도 줬다고 쳐보자. 얼마나 실제 실력이 대단했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지만, 최소한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이 인정했다는 흔적이다.
한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경영진까지 설득시켰다면 대단한 일이다. 그건 무조건 인정한다. 반대로 경영진이 등신 같아서 설득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다. 등신 같았으면 반대로 더 설득하기 쉬웠을 개연성도 있잖은가. 뭐가 됐건 흔하디 흔한 이야기다. 머리는 좋았는데 학업 분위기가 좋지 않아 시험을 잘 못 쳤다는 정도의 이야기다.
네 번째는 좋은 팀과 일해봤는지이다.
성과를 내본 팀, 팀워크를 맞춰본 팀과 일해본 사람은 평생 머릿속에 강렬한 롤모델과 원리 원칙을 인식하게 된다. 좋은 팀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실력을 떠나서 좋은 팀에서 일해본 것만으로도 높게 쳐줄 수 있다. 좋은 팀을 스스로 고를 선구안이 있었던 덕일 수도 있고, 순수한 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퍼포먼스가 차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직할 때 이런 점도 잘 생각해보자. 돈이 전부가 아니다.
다섯 번째는 설득의 자세다.
동문서답을 하는 사람은 해당 질문에 대해 자신의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다. 평소의 고민이 별로 없었다는 것 아닐까. 콘텐츠가 많은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다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있는 그대로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므로 질문이 오는 대로 대충 대답한다. 알아서 좀 알아봐 달라는 자세다. 자신을 타인에게 설득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말을 잘한다고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말을 더듬거리더라도, 자신의 어젠다가 분명하고, 원하는 바가 분명하고, 열망이 분명하여 적극적이라면 가슴속에 횃불이 있는 사람이다. 가슴속에 횃불이 없는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아 스타트업을 차리는 것일 텐데 이런 쿨한 자세의 인력을 모시고 일하고 싶진 않다.
설득의 자세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한두 번 이야기하다가 금세 포기하고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 탓을 하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갖게 되는 유혹이다. 그런데 설득은 집요함과 깊은 배려와 고민을 필요로 한다. 그런 게 느껴지는 사람을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필연성이다.
이 사람이 이 회사에 일하고 싶은 어떤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 그 동기를 채우기에 우리 회사 우리 산업이어야만 하는 개연성이나 필연성이 보이는가? 그런 동기가 있다면야 오랫동안 후회 없이 일할 것이다. 그런 동기가 없이 단순히 돈이나 즐거움만을 추구했다면, 금방 지루해질 것이다.
동기는 사람마다 참 다르다. 아주 간단한 동기여도 좋다. 강력하고 배타적이기만 하면 된다. 그런 동기는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아주 높은 개인적 만족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행복한 사람과 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물론 위의 이야기들은 매우 비정형적이고, 예외도 존재한다. 하지만 좋은 인재는 위의 여섯 가지 중에 서너 가지에는 해당하기 마련이다. 좋은 팀도 못 만났고 웃는 인상도 아니었지만 필연성과 설득력이 매우 뛰어났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백 번이 넘는 면접을 진행하면서 이런 분들을 뽑으려고 노력해왔다.
때로는 급한 대로 나름 타협해서 인력을 뽑기도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성과의 문제를 떠나서, 서로가 불행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성과도 좋지 않았다. 더 나아가 조직적 차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많이 지불하게 되었다.
오늘도 내일도 타협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겠지만, 장기적으로 행복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나와의 관계를 떠나 팀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웃고 떠들며 열정에 빠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고 싶다. 그런데 인생과 커리어도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 문제를 푸는 자세부터가 많은 힌트를 주는 것 같다. 답은 팀워크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개인으로서나 조직으로서나.
원문: 천대표의 무형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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