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현대에서 일할 때 회사를 이전하여 출퇴근 시간이 왕복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났다. 용인 연구소에서 종로구 계동 사옥은 왕복 100km 거리였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동료들은 용인 연구소 근처에 살고 있어 대부분 왕복 20km 내외의 출퇴근 거리가 5배로 늘어났다.
미혼인 직원들은 이사를 했고, 기혼자들은 멀고 긴 출퇴근 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회사에서 일체의 금전적 지원이나 출근시간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불편함은 있었지만 회사 이전에 불만이 있는 직원도 없었고, 퇴직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
기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회사를 이전하는 기업을 종종 보게 된다. 구미에서 군포로 이전한 회사도 있었고, 안양에서 천안으로 이전한 회사도 있었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광명으로 이전하는 회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구미에서 군포로 이전한 회사는 직원들에게 월 50만 원의 주거 지원비를 지원했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직원들을 위해 월 2회 KTX 왕복 교통비를 1년간 지원했다.
- 안양에서 천안으로 이전한 회사는 1년간 셔틀버스를 운행하였고, 임대나 매매 시 회사가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다.
- 인천에서 광명으로 이전하는 회사는 어떻게 지원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현대와 2번의 3개 기업들은 사무실 이전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1번 사례는 대기업이고 2번 사례는 중소기업(제조업) 사례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급여나 복지가 충분하지 못하다. 대신에 지역적으로 같은 권역에 집과 회사가 있어 거리가 가깝다. 출퇴근 시간이나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회사를 이전할 경우 숙련된 직원이 이탈하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직원의 이탈은 기업 입장에서 대단히 큰 손실이다.
3.
회사 이전을 할 때 중소기업이 저지르는 실책이 있다. 정보를 너무 늦게 주거나, 친절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먼 거리로 회사를 이전하는 것은 직원들의 삶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대처할 시간까지 촉박하게 만들어 불편함을 더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1개월 전에는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직원들에 따라서는 이사를 해야 해서 주거비가 크게 들어가거나 차량을 구입해서 차량 구입비나 유류비, 주차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교통비가 늘어나기도 한다. 충분하지 못한 급여와 복지에 추가 비용은 상당한 불만 요인이 된다. 이것을 그냥 방치하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회사 이전으로 인해 출퇴근 시간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비용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제대로 상황을 이해하게끔 도와야 한다. 직원들의 출퇴근 환경을 조사해 실태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4.
직원들이 이사를 한다고 임대나 구입 비용을 지원할 수는 없다. 차를 구입한다고 차량 구입비를 지원할 수는 없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직원들 입장에서야 추가되는 비용 모두를 회사가 지원해 주면 좋겠지만 모든 비용을 지원하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추가되는 비용 전액을 요구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대부분 직원들은 회사와 직원이 일정 부분 씩 부담하는 의견을 낸다.
기간도 마찬가지다. 무한대로 지원할 수는 없다. 주거비의 경우 1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가족 전체가 이사를 하는 것은 큰 비용과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세를 연장하게 되는데 정해진 기한인 1년이 금방 지나가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통비 지원의 경우 1년 정도가 적당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5.
회사 이전에 따른 지원과 배려는 원칙이 있는 게 좋다. 기업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DEI 원칙을 적용하면 좋다.
- D는 Divercity(다양성)의 앞 글자이다. 회사 이전 시 직원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주거비 지원, 교통비 지원, 시간 배려 등.
- E는 Equity(공정성)의 앞 글자다. 주거비는 큰 비용이고 차량 지원비는 중간 정도, 대중교통비는 적은 비용이다. 차등으로 지원하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 I는 Inclusion(포용성)의 앞 글자다. 미혼의 1인 세대 직원은 이사를 해야 한다. 임대료, 이사비 등 목돈이 많이 든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이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차량 구입비나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들게 된다. 대신 시간적인 문제가 크게 발생한다.
위의 DEI 원칙을 기준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 일정액의 교통비를 공통으로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이 좋다. 10~30만 원 사이 정도에서 맞추자.
- 이사를 하는 직원에게는 중개수수료와 이사비를 1회 지원하는 것이 좋다.
- 어린 자녀의 육아를 책임지는 직원을 위해 시차 출근제를 도입하여 배려하는 것이 좋다.
- 이외에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적극적으로 반영하자.
원문: 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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