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요 기업 CEO가 발표한 신년사를 보면 경영 방향성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변화(혁신 포함)와 도약(도전 포함)이었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대부분 언급했고 조직적 측면에서는 일하는 방식 개선, 조직문화라는 언급이 빠짐없이 나왔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일하는 방식 개선과 조직문화 이슈는 계속 강화되는 추세이나, 2020년에는 대부분 기업 신년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기업의 경영지원부문이나 HR부서는 이 과제를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과제와 이슈 중에 무엇을 실행해야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까?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개선은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을 하는데 정작 실행부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 워크스마트, 수평적 조직문화, 자율과 책임, 세대 간 이해와 소통, 협업, 핵심 가치 내재화, 가치관경영… 활동의 레벨과 연결고리를 명확하게 모르니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기 쉽다. 혹시라도 경영자나 직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답답해진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요?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2020년 1월 한 달, 조직문화 부서와의 대화를 통해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봤다.
조직문화란?
조직문화 이론의 전설 MIT 경영대학원 에드거 샤인 교수가 제시했던 조직문화 모델을 재구성했다. 조직문화란 조직이 가진 기본적 가정이나 전제, 가치관, 행동규범, 일하는 방식이 조직과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어 ‘행동과 분위기’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각 요소는 레벨이 있다. 깊숙한 곳, 중간, 표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의 조직문화 발현)
조직문화 개선이란?
조직과 직원의 행동과 분위기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때 그것을 바람직하게 바꾸어 가는 것이다. 방법은 표면, 중간, 깊숙한 곳 순으로 조직문화 활동을 전개한다. 제도만 바꿀 수도 있고, 구조와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할 수도 있고, 리더십을 바꾸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도 안 되거나 다른 이슈가 있다면 직원들의 행동규범을 통해 바꿀 수도 있고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면 미션, 비전과 목표, 핵심 가치를 통해 바꿀 수도 있다.
조직문화 개선은 3가지 레벨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할 수 있다. 즉 일하는 방식, 소통, 협업, 행동규범/약속 수립, 미션/비전과 목표/핵심 가치 수립 또는 내재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상황에 맞게 무엇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면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5가지 원칙을 제시해 본다.
1.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조직문화 활동은 기본이 되는 상시 활동이다. 과거에는 이벤트처럼 진행했다면 현재는 상시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 조직문화 활동을 전개하기 쉬울 때는 사고가 터졌을 때다. 조직문화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일상적 상황에서 조직문화 활동을 하려면 결재권자나 직원들의 조직 내부에서 어떠한 문제 제기나 반대를 받기 쉽다. 그러다 보면 ‘무슨 문제가 터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고, 이것이 직원들에게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당연히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연간 조직문화 활동을 포스터 형태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일하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가치관으로 할 것인지는 회사의 상황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 개선은 대부분 기업에서 문제 제기가 없는 조직문화 활동이다. 근로시간 단축, 세대 차이 등 이슈가 분명한 긴급한 사항이다. 워크 다이어트를 시작으로 그라운드룰, 업무프로세스 재정립 등 깊이를 더해가면 된다. 가치관은 조직문화 개선의 강력한 수단이다.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이다. 근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갑자기 시작할 수가 없다.
다만 2020년은 이전에 수립한 비전이 마무리되는 시기이고 2020년이라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비전과 목표 수립은 자연스러운 주제가 될 수 있다.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미션 내재화(풀무원), 비전 내재화(LG화학), 핵심 가치 내재화(광동제약)를 진행할 수 있다.
3. 조직문화 부서는 책임성을 갖고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 개선 또는 가치관 수립이나 내재화를 진행하는 경우 조직문화 부서는 높은 책임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조직문화 활동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 분위기를 만드는 전문적인 직무다. 조직문화 담당자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직원들에 비해서는 높은 전문성을 가졌다.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가고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 조직문화 담당자는 알지만 직원들과 리더들은 잘 모른다. 조직문화 활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조직문화 부서가 책임성을 가지고 지속성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조직과 직원들은 미궁에 빠진다.
4. 조직과 직원들에게 분명하고 바람직한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많은 기업의 신년사는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절박함이 있었다.
- 결과보다 과정 중시
- 이익보다 품질 우선
하지만 이런 멋진 메시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영자, 리더, 직원 누구도 수용하기 어려운 얘기다. 과정은 좋지만 결과가 나쁜 것을 용인할 수 있는가? 품질은 좋은데 손해가 크다면 용인할 수 있는가? 기업은 결과가 나쁘고 이익을 못 내는 것을 용인해서도 수용할 수도 없다. 구성원을 헷갈리게 만드는 부적절한 메시지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옳다.
- 결과만큼 과정 중시
- 이익만큼 품질 우선
기업은 구성원에게 분명하고 바람직한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5. 조직문화 개선은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나, 조직문화 활동을 하다 보면 직원들의 호응도 크지만 그 내용이 업무 부담을 덜 지려 하고 일을 적게 하려는 의견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소통과 협력도 리더와 상대방의 양보를 바라는 양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자칫 “이런 활동을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종종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민망함을 가질 경우도 있다.
방향성을 놓치면 안 된다. 조직문화 개선의 목적은 조직의 성과 창출이다. 여기서 성과란 단지 실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미션과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성과 창출이라는 방향성을 놓치면 조직문화 부서가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다.
마치며
새해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조직이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5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