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선수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다승, 방어율 등 투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전 영역에서 메이저 리거 최고봉에 올라 있다. 급기야 5월에는 한국 야구 역사의 전설인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리그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다(양대 리그 중 내셔널 리그). 미국 메이저 리그 30개 구단에 평균 5명의 선발투수가 있으니 최소한 150명 중에 1등이다.
류현진은 야구에 관해 무엇이든 빠르게 습득하고 구현해 내는 ‘야구 지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류현진은 타고난 능력치 때문인지 특이한 점이 있다. 키 190센치미터, 몸무게 113킬로그램의 육중한 몸을 가졌다. 게다가 흡연하는 세계적 투수라니… ‘유리 몸’으로 불리며 부상으로 어깨 수술을 받고 2년여 공백이 있었던 선수의 기적 같은 변신이다.
류현진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기는 어깨 수술 전까지는 철저히 ‘감’에 의해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첩 선수’가 되어 이닝을 마칠 때마다 타자의 특성을 기록하고 다음 이닝에 만날 타자의 데이터를 본다고 한다. 아예 게임에 들어서기 전에 게임 전체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미 짜놓은 계획대로 투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암기력이 좋은지 몰랐다. 이런 숨겨진 재능이 있다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류현진의 투구 스타일은 감과 힘에 의존했다. 1회 첫 타자는 무조건 강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기를 죽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류현진 경기는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려 있었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고 1회에 실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강속구를 잘 치는 1회 첫 타자에게 느린 커브로 볼을 던진다.
2013년에 미국 메이저 리그에 데뷔해 7년 차를 맞은 FA 자유계약 선수, 선수 생명을 건 어깨 수술, 2년간의 재활을 겪은 한풀 꺾인 선수의 놀라운 변신이다. 2030 시절 박찬호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이제 4050이 되어 류현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다시금 전성기를 꿈꾼다.
‘자기개발’이 맞나요? ‘자기계발’이 맞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분의 실익이 없는 비슷한 말로 본다. ‘개발’은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의 뜻이 있고 ‘계발’은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개발’은 ‘발달시키는 것’이고 ‘계발’은 ‘일깨우는 것’으로 둘 다 자기를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하다. 나는 ‘자기개발’과 ‘자기계발’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역량개발’과 ‘자기계발’이 맞다고 본다.
‘역량개발’은 개인이 조직의 성과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식, 기술, 태도를 발달시키는 것을 말한다. 영업팀 직원은 제품에 대한 지식이나 프리젠테이션 스킬, 고객에 대한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같은 태도를 발달시켜야 한다. 영업팀 직원이 영어 공부를 하겠다거나 드론을 움직이는 기술을 배우겠다는 것은 ‘역량개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영어 공부를 하고 드론 기술과 같은 것을 배우면 자신감이 생기고 인생의 만족감이 생겨 회사의 성과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너무 난해하다. 한 마디로 의미 없는 얘기다.
반면에 ‘자기계발’은 나의 성장과 관련 있는 개념이다. 사람과 인생에 깊이 있는 성찰과 지혜를 얻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거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운동을 배우거나, 여유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것, 더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우는 것은 조직의 성과와는 관계가 없는 내 성공, 내 행복을 위한 활동이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태도를 배우다 보면 이런 것이 인생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너무 난해하다. 이 또한 의미 없는 얘기다.
결국 ‘역량개발’과 ‘자기계발’의 전제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누구의 성과를 위한 것이냐’가 기본 전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역량개발’과 ‘자기계발’은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조직에게는 역량개발’이, ‘개인에게는 자기계발’이 적합한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앞에 소개한 류현진의 놀라운 변신과 발전은 ‘자기계발’이 아니라 ‘역량개발’ 사례다. 여러 기업에서 “직원들에 대한 ‘자기계발’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를 한다. 해석하면 “직원들이 각자 추구하는 행복을 위해 회사가 지원해 회사의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논리적이지 못한 활동을 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회사의 ‘자기계발 지원’은 복지 영역이다. ‘역량개발’ 영역에서 다뤄지면 안 된다.
자기계발은 자기의 행복을 위해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우고 발전시키는 활동’이다. 2030세대, 4050세대, 시니어세대 누구나 필요하고 중요한 활동이다. 자기계발의 전제는 자기가 추구하는 성공이나 행복이라는 목적이 분명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많은 4050세대는 조직에서 역량을 발휘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할 수 있기 바란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바란다. 과정에서 조직의 성과를 책임져야 하고 후배직원을 육성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가족 부양의 책임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고 책임을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전환하는 마음 관리도 필요하다.
자기계발은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생겼다. 오로지 일과 직장이 전부인 시대는 이미 아니다.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만으로 저녁 시간을 모두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행복을 이루기 위한 자기계발 계획은 필수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자기계발은 의미와 재미가 모두 있어야 한다. 자기계발은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할 것이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을 하면 좋겠다.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중장비 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배우는 사람도 있다. 이런 배움이 즐겁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즐거움은 행복의 기본이니까.
하지만 미래에 어떻게 활용하고 활용될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일단 준비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즐겁지도 않은 공부를 하는 것은 비추천이다. 활용도도 막연하고 자기가 추구하는 인생의 행복과 관련성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은 공부를 하느니, 현재 회사 직무를 더 넓게 또는 깊게 배워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량개발’을 하는 게 낫다. 굳이 현재 직장 이후를 위해 대비하려면 같은 분야든, 같은 직종이든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좋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워 세상에서 경쟁하고 승부를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기계발도 성과적이어야 한다. 이종의 것을 새롭게 배우는 것을 ‘산토끼’를 잡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
자기계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다. 4050세대는 지금까지 회사와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위해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일도 중요하지만 잘 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평소에 배우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통해 리프레시하는 것,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