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어느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이 당일 현장에서 취소되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수원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교육이 취소되어 바로 현업에 배치되어 근무를 했다.
정확히 2개월 만에 다시 신입사원 교육이 시작되었다. 첫 교육이라 이들이 현업에서 배우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적으로 신입사원들의 말과 행동, 태도는 당황스러웠다. 회사에 대한 로얄티나 조직구성원으로서 태도가 부족했다. 일반적인 청년 세대가 그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차이가 없었다. 선배나 상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동료가 아닌 일반적인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나는 이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을 여러 해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반응과 태도는 처음이었다.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은 강사 입장에서 정말 즐겁고 보람 있는 교육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누구나 아는 네임밸류 있는 회사의 구성원이 되고 높은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교육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던 기업의 부정적 모습이 아니라 긍정적 모습을 배우고 조직 구성원으로 소속감을 가지게 되는 자리다.
여기에 현업에 투입되었을 때 알아야 할 지식과 기술과 태도를 배우기 때문에 흥미롭기도 하고 실제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외부자인 청년이 내부자인 직원으로 모드 체인지(mode change)가 되기 때문에 교육의 성과도 확실한 교육이다. 이렇게 준비가 된 상태에서 현업에 가면 선배와 상사들에게 환영받고 쉽게 연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신입사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2주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협업에 투입되었다. 구체적으로 3가지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입되었다.
1. 가치관
사람들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자연스럽게 ‘이윤 창출’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영리조직으로서 돈을 버는 목적을 미션, 경영이념과 같은 이름으로 그 회사만의 독특한 가치와 세상에 기여하는 바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단지 돈을 많이 벌자는 얘기만 하지 않는다. 돈을 벌되 어떤 큰 목표를 가지고 무엇을 이룰 것인지를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조건 돈을 벌라고도 하지 않는다. 어떤 일하는 원칙과 기준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게 된다.
2. 행동규범
기업은 가정과도 다르고 학교와 다르고, 또래 커뮤니티와도 다른 행동규범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가 있고 상사가 있고 동료가 있고 협업 부서가 있다. 신입사원으로서 다양한 레벨과 특성을 가진 조직과 사람을 대하는 행동규범이 있다. 출퇴근 시간 예절, 인사 예절 등 기본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좀 더 잘하면 사랑받고 인정받는 행동이 있다.
신입사원들은 기업 조직의 색다른 행동을 배우는 재미가 있고, 이런 행동을 배워 회사에서 자신의 행동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3. 일하는 방식
기업에서는 다양한 업무 활동이 존재한다. 회의, 보고, 협업, 근태, 휴가, 문서작성 등 일반적인 업무 활동도 있고 그 회사만의 고유의 일하는 방식도 있다. 신입사원들도 대학에서 회의, 보고, 문서작성 등 경험을 해 본 것이 있지만 기업에서의 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사전에 이런 활동을 배우고 익힘을 통해 일반인과 직장인의 차이가 생긴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업에 투입된 후과가 컸다. 2개월 사이에 퇴직한 직원이 다수 발생했다. 퇴직하지 않고 신입사원 교육에 들어온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현업에서 일한 2개월 동안 조직과 동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까지 했다.
업무를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시키더라”
“신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부담스러웠다”
“잡무가 많다”
“보고서와 메일 작성이 어려웠다”
“상명하복 분위기가 힘들었다”
“일이 없이 사무실에 있는 게 눈치가 보였다”
코로나19로 신입사원 교육 없이 현업에 투입되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현실이 되었다. 이 신입사원들이 선배들처럼 사전에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현업에 투입되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운이 나쁘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 이제라도 대처를 해야 될 일었다.
모든 신규 입사자에게 교육이 필요한 이유
이 문제는 신입사원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력 신규 입사자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팀장이나 임원 승진자도 마찬가지다. 팀원과 팀장은 역할이 다르다. 팀장과 임원도 역할이 다르다. 역할이 달라지면 모드 체인지가 필요하다. 준비가 된 리더와 준비되지 않은 리더는 다르다.
1월부터 4월까지 거의 모든 오프라인 교육이 중단되었다. 준비 없이 힘겹게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리더들이 있을 수 있다. 교육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지만,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준비는 시켜줘야 한다.
역할인 바뀐 직원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언택트(untact, 비대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온라인 활용’이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역할 변화에 의한 모드 체인지가 필요한 교육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가치관과 조직문화는 온라인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원문: 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