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 3월 9일 오후 7시 30분,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의 장면은 향후 민주당의 앞날을 예고해준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0.6%p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이어 JTBC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여기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0.7%p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방송 3사와 JTBC 출구조사는 아주 짧은 시간 차이로 발표됐는데, 민주당은 마치 (보기에 따라)0.6%p 패배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최종 선거 결과는 0.7%p 격차로 이재명 후보가 패배했다. 이재명 후보는 1,600만 표를 넘게 받았다.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민주당 출신 대통령 후보가 받은 최다 득표다. 득표율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 문재인 후보가 48.0%를 받았는데, 이번에 이재명 후보는 47.8%를 받았다.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고작’ 0.7%p밖에 안 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혁신이란 개념의 본질 자체가 현재를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현재를 부정하는 것, 현재를 극복하는 것,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에 만족하는 혁신은 둥근 삼각형 같은 이야기다. 민주당은 ‘고작’ 0.7%p밖에 안 졌기에, 민주당의 혁신 역시 ‘고작’ 0.7%만큼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
이번 대선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 것 중에는 ‘보수의 유권자 혁명’이 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으로 오세훈, 7월 당 대표로 이준석, 11월 대선후보로는 윤석열을 선택했다.
오세훈은 누구인가? 10년 전에 끝난 정치인이라고 생각됐다. 이준석은 누구인가? 종편에나 출연하는 서른 여섯 살 짜리, 원외 청년 정치인에 불과했다. 윤석열은 누구인가? 박근혜와 이명박을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오세훈, 이준석, 윤석열의 조합, 그러니까 ‘오-이-윤 조합’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 첫째, 오-이-윤은 3명 모두 비박(非朴)이다. 다르게 말하면 비주류 세력이었다.
- 둘째, 오-이-윤은 3명 모두 원외 인사다.
- 셋째, 오-이-윤은 3명 모두 탄핵을 찬성한 사람이다.
오-이-윤 3명 모두 비박-원외-탄핵 찬성 인사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힘의 아이덴티티는 ‘친박당’이었다. 친박당을 아이덴티티로 하는 국힘은 2016년 총선 패배,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선 패배, 2020년 총선 패배의 역사적인 4연패를 했다. 이후 친박당, 국힘당은 죽었는데, 살아있는 정당이 됐다. 죽었는데 살아있는 것을 우리는 좀비라고 부른다. 즉, 국힘당은 ‘좀비당’이 됐다.
국힘당이 좀비당이 되자, 보수 유권자들은 좀비가 아닌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좀비가 아닌 사람은 친박-원내-탄핵 반대 세력 중에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보수 유권자의 집단지성이 찾아낸 사람이 바로 오-이-윤이었다.
3.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와 총선의 경우, 선거 승패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여당이 집권 초반에 패배한 적이 거의 없고, 집권 여당이 집권 후반에 승리한 적 역시 거의 없다. 아주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2012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승리했던 경우다. (박근혜는 정말 대단한 정치인이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의 사이클을 기준으로 볼 때, 2022년 6월 지방선거는 민주당에게 매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77%였는데,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였다. 역대 투표율을 비교해봐도,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에 비해 15~20%p 낮은 게 일반적이다. 2024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 임기 40%가 지날 때 치러지는 선거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사이클 이론에 입각해서 볼 때, 윤석열 정부가 6 : 4의 구도로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임기가 40%밖에 안 지났으니, 중간심판론의 설득력 역시 40%밖에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집권 초반/후반 사이클 이론에 의하면, 결국 2022년 지방선거도 민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많고, 2024년 총선은 6:4의 구도로 국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향신문 기사가 말해주고 있듯이 현재 민주당의 다수 분위기는 ‘고작’ 0.7%p 격차로 패배한 것에 안도하고, 안주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국힘의 보수 혁명은 역설적으로 국힘이 ‘좀비당’이 됐기 때문에 성립되었다. 국힘이 ‘좀비당’이 되지 않았다면 보수의 혁명은 없었을 것이고, 보수의 정권교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에게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좀비당도 되지 못하는 경우다. 그나마 좀비당이 될 때 혁신의 동력이 생기는데, 좀비당이 되지 못하면 혁신의 동력도 안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멀쩡한 ‘사람당’이 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마치 반인반수(半人半獸)처럼 절반은 사람, 절반은 좀비 상태가 되는 경우다. 민주당이 0.7%p 격차에 안주하며 0.7%만큼만 혁신하려고 할 때, 민주당은 ‘반인 반좀당’이 될 것이다.
정치 사이클이 예정하고 있는 것처럼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2024년 4월 총선 모두 ‘무난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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