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1년 만에 거둔 성과 맞나요?
작년 유통업계의 최대 핫이슈, 더 현대 서울이 오픈한 지 드디어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어디보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만큼, 성과도 대단했는데요. 누적 매출이 무려 8,005억 원, 오픈 당시 세운 목표를 30%나 초과 달성하며,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가지고 있던 개점 첫해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하였습니다.
더 현대 서울의 행보가 더욱 이목을 끄는 이유는, 3대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이 단 하나도 들어와 있지 않음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명품 브랜드 라인업이 근처 영등포 신세계에 밀리기 때문에,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던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더욱이 또 다른 위험요소였던 터줏대감 IFC몰과의 경쟁도 오히려 시너지로 작용하였는데요. 더 현대 서울 방문객의 10.7%는 IFC몰을 교차 방문하였고, 덕분에 IFC의 방문객은 더 현대 오픈 3개월 후 시점 기준으로 전년 대비 30~4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상호 교차 방문으로 인해 전체 고객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거둔 것이 확실하고요. 이러한 둘의 콜라보로 인해, 작년 여의도의 평일 방문 건 수는 2020년 대비 감소하였지만 주말은 오히려 증가하며, 여의도 상권 자체가 살아났다고 평가될 정도입니다.
고객이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
그렇다면 이렇게 명품 없이도, 매출 신기록을 세우고 정체되어 있던 주변 상권마저 되살린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실 더 현대 서울의 성공은 모든 백화점 업계가 가지고 있던 고민, 고객 고령화에 대한 해답을 최초로 제시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간 백화점은 고객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 왔습니다. 실제로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에서는 10년간 무려 59개의 백화점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위기의식을 느낀 백화점들이 MZ세대를 겨냥하여 매장을 리뉴얼하였지만, 아쉽게도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현대 서울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선 30대 이하 고객의 매출 비중이 절반이 약간 넘는 50.3%에 달합니다. 심지어 구매 고객 수 기준으로는 30대 이하 비중이 58.2%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이 더 현대 서울이 2030세대 공략에 성공한 것은 광역 상권 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더 현대 서울 전체 매출의 54.3%는 10km 이상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나왔는데요. 이들 중 75%가 30대 이하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 현상이 심한 MZ세대가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트렌드의 중심이 된 더 현대 서울을 찾은 것입니다.
과거 백화점 업계가 MZ세대에게 접근하던 방식은 매장 일부를 MZ세대에 맞춰 리뉴얼하거나, 혹은 아예 소형 매장을 2030세대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출점하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온라인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우선 더 현대 서울은 서울 최대 규모의 매장을 온전히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설계하면서, 굳이 오프라인까지 찾아올 만한 이유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휴식 공간 사운드 포레스트나, 복합 문화 공간 ALT.1이 대표적이었고요. 특히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힙한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 성수동, 도산공원과 직접 경쟁하였습니다. 더 현대 서울 점포 그 자체로 핫플레이스가 되어 버린 겁니다.
같은 줄이라도,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더 현대 서울은 1년이 지난 현재도 실시간으로 핫합니다. 지난 2월 25일만 하더라도, 박재범이 만든 소주 브랜드, ‘원소주’의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자마자 대기자만 1,700팀을 넘기면서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올라섰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번 ‘원소주’ 팝업 스토어는 백화점 오픈 전부터 방문객이 몰려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물론 최근 다른 백화점들에서도 오픈 전에 사람이 몰려 줄을 미리 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긴 한데요. 기존 백화점들의 줄이 경제적 이득을 노린 명품 오픈런을 위한 것이라면, 더 현대 서울은 새로운 경험을 위한 기다림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가 오히려 디브랜딩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후자는 오히려 긍정적인 갈망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줄을 선 맛집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듯이, 더 현대 서울은 사람이 몰릴수록 언젠가는 꼭 가야 할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현대 서울의 핫함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일단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우선 이처럼 힙하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곳은 드물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소주’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대중과 만나는 장소로 더 현대 서울을 고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더 현대 서울의 독특한 위상은 앞으로도 엄청난 차별적 경쟁력으로 작용할 겁니다. 이슈가 되는 브랜드가 몰리고, 이들이 입점할수록 더 현대 서울의 브랜드 가치는 올라갈 테니까요. 더욱이 신세계가 IFC몰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신세계가 IFC를 품고 스타필드로 재개장한다면, 경쟁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히려 큰 시너지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성공이 다른 점포, 혹은 다른 경쟁 백화점으로 복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더 현대 서울과 같은 상징성을 가지려면, 규모나 입지 측면에서 여러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마 당분간은 더 현대 서울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백화점이 나오기는 힘들 텐데요.
과연 더 현대 서울이 모두의 예측대로,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를 달성하고 현대백화점을 대표하는 점포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새로 세워나갈 기록들이 기대됩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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