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주변에 가족, 동료, 직원, 지인 중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나요?
- 피해자 유형: 만나면 하소연만 해서 지치게 하는 사람. 어떤 조언을 해주어도 그다지 듣지 않고 실패를 반복하거나, 세상에 대한 불만만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박해자 유형: 항상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사람. 뒷담화와 가스라이팅이 곳곳에 배어 있고, 자주 악플을 달며, 상대의 장점보다는 결점을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구원자 유형: 도움을 주긴 하는데, 그 도움이 도리어 불편한 사람. 일을 더 키우기도 합니다. ‘나를 도와주는’ 것보다는 자신이 ‘도와주는 행위를 한다’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함과 즐거움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전염되어 불만이 쌓이고,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나요?
만약 여러분이 이런 경험을 해 보았다면(혹은 이런 경험을 상대에게 주고 있다면), 이들은(나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런 모습을 늘 한결같이 보이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은 ‘인정받고 싶다, 존재감을 갖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합니다. 욕구 이론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이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욕구 중에는 ‘인정 욕구’가 있습니다.
생리적 욕구는 안전의 욕구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남은 주요 욕구는 애정과 공감이며, 그 안에는 ‘타인에게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우리들에게 이 욕구가 매우 크다는 것은, 우리가 집단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무시당하면 큰 상처를 입는다는 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친구가 내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님이 나를 챙겨주지 않거나, 내가 열심히 준비한 자료가 하찮게 대해질 때 우리는 큰 슬픔과 좌절, 분노를 느끼곤 하지요.
종종 뉴스에서는 무시를 당했다거나 반말을 들어서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나오곤 합니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강렬한 좌절을 일으키고, 그것이 분노로 치환되어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인정 욕구의 특성
인정 욕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으며, 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나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빛에서 인정 욕구를 충족할 수도 있고, 상대가 내 말을 끊으면서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을 통해 박탈당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정 정도의 인정 욕구를 충족해야 하고, 여기에는 충분한 강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초만 ‘너는 멋져’라며 인정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그 시간과 크기는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런저런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정 욕구는 애정 어린 인정 자극 혹은 부정적 인정 자극으로 충족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관심을 충분히 받는 행위입니다. 후자는 피해자가 되거나, 박해자가 되거나, 구원자가 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긍정적인 방식과 부정적인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부정적인 자극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는 사람들
앞서 말한 세 모습은 부정적인 인정 자극을 통해 인정(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피해자는 자신이 불쌍하고 부족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봐달라는 태도로 상대방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 박해자는 상대방을 박해하면서 자신의 권능과 존재감을 인지하게 되고
- 구원자는 누군가를 도우면서 상대에게 선하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을 얻고 싶어 합니다.
이들은 인정 욕구가 늘 부족한 반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채우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행동을 통해서라도 채우려 합니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타인을 괴롭히거나 악플을 달거나 불쌍한 척을 하는 것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들을 측은하게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으며,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해서 늘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왜 불편하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왜 이들은 긍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 할까요? 이는 과거의 양육 태도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인정을 받기보다는, 폭력적인 형태의 부정적인 방식으로 인정을 받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자극에만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일례로 자신의 의견이 쉽게 반영이 되지 않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늘 떼를 쓰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야만 말을 부모님이 들어주셨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고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살다 보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다가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경우에는, 이 거절로 인해 발생하는 실망과 슬픔을 마주하고 해소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거절에 대한 불안이 아주 큽니다. 그래서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피해자 코스프레나 악플러가 되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내밀하게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부류도 있습니다. 내가 믿고 깊은 마음을 준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신뢰를 저버렸을 때,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인정 욕구는 남아 있기 때문에, 의미 없고 불편한 행동을 하면서 관심을 얻어내게 됩니다. 이런 행동 양식 또한 양육 태도와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피해자, 가해자, 구원자’가 되는 걸까요? 이들은 각각 어떤 동기를 갖고 행동하며, 어떤 대화 양상을 보일까요? 이는 「너무나 달콤한 피해자 코스프레」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원문: 멘디쌤 조명국의 브런치
참고
- 『나는 왜 네가 힘들까』(크리스텔 프티콜랭 저, 이세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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