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제널드 셀비와 마조리 셀비 부부는 3일에 걸쳐 복권 30만 장을 사들였다. 그들은 왜 이렇게나 많은 복권을 샀을까? 다른 많은 사람처럼 운으로 로또 당첨을 노리고 도박을 한 것일까?
이 부부가 2011년 한 해에만 복권으로 100만 달러(약 10억 원)의 당첨금을 받았다고 신고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고 복권의 확률을 분석해 매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어떻게 로또를 해킹한 것일까?
2003년 제널드는 새로 나온 로또인 윈폴(WinFall)의 안내문을 보았다. 1부터 49까지 숫자 중 6개를 고르고, 6개 숫자를 추첨하는 식이다. 6개 숫자를 맞추면 최대 2백만 달러의 당첨되며, 6개 중 2개 이상의 숫자만 맞춰도 금액은 작지만 당첨금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바로 ‘롤 다운(roll-down)’이라는 특이한 방식이다.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이월되고, 1등 당첨금이 5백만 달러를 넘게 되면 롤 다운이 발생한다. 만약에 이때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은 2등 이하 모든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제널드는 암산으로 확률을 계산해보았다. 6개 숫자 중 3개를 맞춰 5달러의 당첨금을 받을 확률은 1/54. 4개를 맞춰 100달러의 당첨금을 받을 확률은 1/1,500. 롤 다운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권을 사게 되면 다음 회차에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손해보다 수익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롤 다운 발생 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3개 숫자를 맞춘 사람의 당첨금은 5달러가 아니라 50달러, 4개 숫자를 맞춘 사람은 100달러가 아니라 1,000달러를 받게 된다.
제널드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기 시작했다. 롤 다운이 발생한 주에 가상으로 숫자를 고르고, 당첨 번호가 발표되면 당첨금이 얼마인지 계산을 해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진짜 돈이 벌리는 것이다. 다음번 윈폴의 롤 다운이 발생했을 때 제널드는 실제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집에서 북서쪽으로 47마일 떨어진 편의점으로 간 후, 로또 기계를 통해 모든 숫자 조합으로 2,200달러어치의 로또 2,200장을 샀다. 며칠 후, 추첨을 통해 제널드는 2,150달러의 당첨금을 얻었다. 총 50달러의 손해를 본 것이다.
여기서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단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 것이다. 본인이 계산한 통계적 확률을 맞추려면 더 많은 로또를 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번 롤 다운에는 지난번보다 많은 3,400달러어치 복권을 샀다. 이번에는 당첨금이 6,300달러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수익을 거두었다. 용기를 얻은 그는 다음번에는 8,000달러를 베팅했고 15,700달러를 벌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GS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터지’라는 법인을 만들어 기업 형태로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회사에서 하는 사업은 복권을 사는 게 유일했다. 2005년 봄까지 GS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터지는 12차례 롤 다운이 발생한 주에 복권을 샀고 수익은 4만 달러, 8만 달러, 16만 달러로 늘어갔다.
2005년 미시간 주에서는 매출이 떨어지던 윈폴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그들은 메사추세츠 주에서 새롭게 팔기 시작한 캐시 윈폴 복권으로 눈을 돌렸다. 게임의 룰은 약간 달랐지만, 방식은 기본적으로 같았다. 확률도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12만 달러어치의 복권 6만 장을 샀고, 이를 통해 17.8만 달러의 당첨금을 받았다. 이후에는 베팅 금액을 늘렸으며, 6년 후 마지막으로 복권을 샀을 때는 72만 달러를 투자해 99.8만 달러의 당첨금을 받았다. 9년 동안 그들이 거둔 당첨금은 무려 2,700만 달러였으며, 세전 순이익은 775만 달러에 이른다.
그들은 2012년 1월 캐시 윈폴 복권을 사는 것을 마지막으로 베팅을 그만두었으며, GS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터지와 수익을 나누었다. 그런데, 캐시 윈폴을 노린 사람은 셀비 부부만이 아니다. MIT에 재학 중이던 제임스 하비는 기숙사 동료들에게 놀라운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바로 팀을 만들어 복권을 사자는 것이다.
하비는 수학 수업의 학교 과제로 복권 게임에 대해 연구했고, 당시 인기 복권이던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스 중 어느 것이 당첨 확률이 더 높은지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다양한 복권을 분석하던 중, 캐시 윈폴 복권에서 롤 다운이 발생하면 확률적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하비는 며칠 만에 50명의 동료를 모았고, 20달러씩을 거둬 총 1,000달러를 모았다. 그는 이 돈으로 롤 다운이 발생한 캐시 윈폴 복권 500장을 샀다. 이를 통해 MIT의 복권팀은 3,000달러의 당첨금을 받았다. MIT 기숙사의 학생들은 ‘랜덤 스트레터지스 LLC’라는 법인을 설립하였고, 셀비 부부처럼 기계적으로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7년간 4,000만 달러어치의 복권을 구매해 4,800만 달러의 당첨금을 받았다. 무려 800만 달러(약 80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201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운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복권 당첨 결과가 매우 많다. 지난 7년간 메사추세츠 주에 거주하는 클라렌스 존스라는 79세 남성은 10,000장이 넘는 복권에 당첨돼 1,800만 달러 이상의 당첨금을 수령했다. 이 외에도 약 1,700명의 미국인이 600달러가 넘는 당첨금을 50회 이상 받아 갔다.
조안 진서라는 여성은 4차례나 텍사스 복권 1등에 당첨되기도 했다. 그녀가 통계학 박사인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텍사스 복권의 시스템에서 이례적인 현상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된다. 실제로 스탠포드와 MIT에서 공부한 통계학자 모한 스리바스타바에 따르면 2003년 캐나다에서 발행된 특정 즉석복권을 패턴을 예측하면 90% 이상 정확한 숫자를 예측할 수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베팅 중 가장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복권도 데이터를 통해 정복한 이들이 존재한다. 게임의 구조를 알고 확률을 계산했던 그들에게 복권은 도박의 영역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원문: 이현열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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