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관심 순위에서 한참 밀려나긴 했지만, 사실 에이즈(AIDS) 역시 20세기 페스트로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바이러스 전염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3,60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기간이 길어서 그렇지 사실 사망자로 보면 코로나19보다 더 많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진 이유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덕분에 장기 생존이 가능해지면서 사망자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즈 전파 차단을 위한 피임 기구 사용과 적극적인 진단, ART 치료로 인한 바이러스 수치 감소 등 여러 가지 노력도 선진국에서 에이즈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현재 HIV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이 차지하고 있고 아직도 연간 77만 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더 이상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유행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가 등장해도 에이즈 자체를 완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HIV 바이러스가 인간 DNA와 결합해 장기간 숨어 있다가 계속해서 조금씩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숨어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HIV 감염자들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합니다.
당연히 과학자들은 에이즈 완치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유일한 성공 케이스는 골수 이식을 앞둔 에이즈 환자에서 CCR5 수용체 돌연변이가 있는 골수를 이식한 경우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라 지금까지 2번 밖에 성공 사례가 없습니다.
UCLA의 조셀린 킴이 이끄는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새로운 에이즈 완치 방법을 테스트했습니다. 연구팀의 치료 전략은 ‘킥 앤 킬(kick and kill)’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자고 있는 바이러스를 발로 차 깨운 후 죽이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2017년 선행 연구에서 SUW133 라는 물질을 이용해 숨어서 쉬고 있는 바이러스 DNA를 자극했습니다. 그러면 바이러스 증식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고 추가 감염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감염된 세포의 25% 정도만 제거됐습니다.
그 후 연구팀은 사람 같은 면역 시스템을 지닌 쥐에 SUW133,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면역 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natural killer cell)를 투입해 전체 쥐의 40%에서 HIV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를 혼용하는 것보다 세 가지를 동시 투입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사람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긴 어렵지만, 평생 약을 먹고 남들 앞에 이야기 하기 힘든 질병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 40% 정도의 확률이라도 완치가 가능하다면 획기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연구 결과를 기대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자료
- 「Latency reversal plus natural killer cells diminish HIV reservoir in vivo」, Nature Communications
- 「Refined “kick and kill” strategy eliminates HIV in infected mice」, New At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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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미지 출처: New At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