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몇 차례 소개한 것처럼 과학자들은 거미 독에서 새로운 약물 후보 물질을 연구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거미가 있고, 한 마리의 거미 독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는 신경이나 다른 세포에 매우 독특하게 작용해서 신약 후보 물질로 주목받는 것들이 있습니다.
퀸즐랜드대학의 네이선 팔판트(Nathan Palpant)를 포함한 호주 과학자들은 호주깔때기그물거미(funnel-web spider)의 독에서 새로운 신약 후보를 찾았습니다. 이 거미는 매우 치명적인 독을 지닌 거미과로 여러 가지 특이한 생물학적 효능을 지닌 탓에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부분은 심장 근육에 피가 공급되지 않은 허혈성 심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겪은 후 다시 피가 통하고 산소가 공급된 후 발생하는 허혈 재관류 손상(Ischemia-reperfusion injury, IRI)입니다.
피가 다시 통하는 데 손상이 온다는 이야기는 이상해 보이지만,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산성화된 세포는 자신이 죽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해 재관류가 된 이후에도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이런 허혈 재관류 손상은 다양한 질환에서 볼 수 있는데, 심장에서는 영구적인 심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큰 문제가 됩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거미 독의 물질 중 하나인 Hi1a 단백질은 심장 세포에 있는 ASIC1a(acid sensing ion channel 1a)을 차단해 이 과정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에서 적용하기 전 단계로 우선 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derived cardiomyocytes, hiPSC-CMs)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포함한 전임상 단계를 거쳐 앞으로 수년 이내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그전에 안전성에 대한 복잡한 검증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독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치명적인 거미 독이 사람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Aussie scientists see life-saving potential in spider venom, medicalxpress
- Meredith A. Redd et al, Therapeutic Inhibition of Acid Sensing Ion Channel 1a Recovers Heart Function After Ischemia-Reperfusion Injury, Circulation (2021). DOI: 10.1161/circulationaha.121.05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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