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버는 2017년 코믹스브이라는 이름으로 VR웹툰을 소재로 창업한 회사로서 요즘 뜨는 핫한 키워드인 메타버스의 중심에 있는 회사입니다. 메타버스 키워드가 뜨니까 VR 웹툰에서 갈아탄 것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우여곡절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추진 하던 사업들이 고꾸라지며 전환하고 시작했던 사업들이 오히려 저희에게는 기회가 되었고, 메타버스 기업의 포지션이 되게 된 계기가 되긴 했었죠.
아무튼 너도나도 메타버스 뜬다 하니 하나같이 다 우리가 진짜 메타버스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메타버스는 개소리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전설적인 개발자인 존 카맥 님도 비판에 나섰습니다.
나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저도 그동안 지켜본 바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메타버스는 개소리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일부는 맞습니다. 적어도 아래와 같은 취지의 메타버스라면 말입니다. 아래 사례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코로나19의 땜빵 메타버스, 높으신 분들께 있어 보여야 해요
첫 번째는 코로나19 팬더믹 사태의 대안으로서 메타버스를 말할 때, 즉 메타버스를 오프라인의 행사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활용할 때 입니다. 이 경우 예산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다른 곳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하던 대로 하고 싶다 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죠.
이런 행사의 특징들은 우선 공급 주도적이라는 겁니다. 이는 보여주기식의 실적을 위한 행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보도자료 한 번 나가고 영상 하나 잘 찍어서 유튜브에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온라인 콘텐츠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계획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특히 이때 참석하시는 높으신 분들의 의견도 중요하고요. 높으신 분들의 아바타는 그 분의 사진을 넣고 얼굴을 닮게 해달라는 등… 그래픽 품질에만 리소스를 올인하여 게이밍 PC에서만 돌아가는 수준의 메타버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콘텐츠는 없습니다. 최적화 몰라요. 그래픽 만드는데 돈을 다 썼거든요. 사실 제일 비싸고 중요한 건 SW이죠. 그런데 그래픽 만드느라 SW 만들 돈이 없네요?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메타버스를 다루는 저희도 이런 요구사항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공공기관 출신으로서 이해는 하겠는데, 행사 참석자나 소비자에게는 Bullshit입니다. 마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온라인에서 듣고자 하는 상황과 마찬가지죠. 온라인 서비스의 특징은 간결함이고, 이를 위해선 목적한 바의 콘텐츠를 짧고 강렬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참여자가 즐거워야 하는데, 애시당초 사진이 목적이었으니 동원된 느낌이 들죠. 압니다. 그럴 필요가 있는 행사들도 있다는 거. 일단 이건 넘어가죠. 사실 오프라인으로 했던 그런 식의 행사가 그저 온라인으로 플랫폼만 이동한 거라 신기할 건 없습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의 젊은이들 공간에 어르신들이 모여봐야 젊은이들이 그 공간이나 그 행사를 재밌어 할 리는 없겠죠. 그러니 볼거리 또한 없을 겁니다. 그 볼거리는 처음부터 인터넷에 잘 안 들어오시는 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한 거였으니까요. 때문에 메타버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메타버스는 일단 논외로 합시다.
2. 상상의 나래와 현실. 무제한 공간에 무제한 사용자가 실시간 인터렉션 요구
두 번째는 상상의 나래와 현실 사이의 괴리입니다. 아마도 전설적 개발자 존 카맥이 비판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개발자라면 머리를 쥐어 뜯을만한 요구 사항들입니다.
현재 화상회의로 동시 접속 가능한 사용자 수는 30에서 최대 70명 수준입니다. 물론 이 영상도 Full HD급이 아니죠. 실시간으로 음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봤을 때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30대의 PC나 모바일에서 음성 신호를 받아 타이밍을 맞춰 다른 30대의 PC나 모바일에 데이터를 내려줘야 하니까요. 이에 반해 오픈형 온라인 게임은 엄청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온라인 게임은 주로 채팅으로만 대화하고 게임 캐릭터의 이동은 좌표만 받아서 동기화하기 때문에 주고받는 데이터가 매우 작습니다.
메타버스는 최소한의 음성, 혹은 메타와 같은 최신 메타버스들은 VR HMD의 Full immersive를 동기화 하기 때문에 그 인원수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방을 하나 만들어서 32명 이내에서 FPS게임을 하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그래서 온라인 FPS게임은 실시간 음성채팅이 됩니다.
즉, 오디오로 대화할 수 있는 메타버스들은 대부분 인원수 제한이 화상회의보다 작기 마련입니다. 게더타운의 경우에는 가까운 거리의 인원수를 제한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죠.
메타버스 기업에게 오프라인의 행사 대체를 목적으로 수백 명을 요구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게임의 경우엔 구역별로 묶는다든지의 많은 트릭을 써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거고 혹은 채널을 아예 분리합니다. (현재 빌리버는 게임처럼 채널 형태로 풀어보려고 고민 중에 있습니다.)
무제한의 공간과 무제한의 인터렉션은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게 한 공간에서의 모든 사람들의 인터렉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제한은 ‘하나의 콘텐츠를 무제한의 이용자가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또한 거리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함께 즐길 수 있죠. 이 무제한의 의미는 바로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의 무제한과 같은 겁니다. 사실 메타버스의 상당수 속성은 그저 인터넷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잘 떠올려보시면 한자리에서 인터렉션 할 수 있는 사람 수는 기껏 해봐야 10명 내외입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면 차라리 영상 하나 잘 편집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 메타버스 급해요. 반드시 하셔야 해요. 곧 마감됩니다.
저는 메타버스를 다루지만 메타버스가 급하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메타버스가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보다 긴 호흡에 가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큰 차원에서 조직과 사회의 디지털 변화의 일환으로 봐야 합니다. 단기간에 일어날 일도 아니기에 무슨 행사하나 했다고 메타버스 했네 할 수 없는 겁니다.
또한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과 사람의 변화입니다. 아마도 4차산업혁명, 메타버스 자격증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구원증을 파는 사이비라고 생각됩니다. 죄송하지만 해당 영역에 구원증 따위는 없습니다.
진정한 메타버스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변화이며 지금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건 메타버스를 배워야 하는 건 어린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정의한 메타버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메타버스란 그동안 별개로 여겨지던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가 상호 영향을 미치며 결합되어가는 사회현상이나 완전히 결합된 인류의 근 미래 사회를 말한다.
하지만, 이러면 너무 구체성이 없고 먼 얘기니 조금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바로 빌리버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추가적인 키워드를 두 개 더 제시해보겠습니다.
뉴 아날로그 서비스 – 아날로그의 경험이라고 여겨지던 것 마저 디지털로 전환한 서비스
차세대 웹 (WebXR, WebRTC, Web3, 5G, VR/AR Device)
먼저 ‘뉴 아날로그 서비스’입니다. 무언가를 만지고 느끼던 감각은 사실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경험의 서비스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과 공연 등이었죠. 이러한 서비스는 반드시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던 아날로그의 경험이 디지털로 재구성 되고, 이를 전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코로나19의 대체 서비스가 되겠죠.
두 번째, 차세대 인터넷 기술입니다. 이는 좀 더 기술적인 이야기인데요. ‘메타버스는 인터넷’이라고 정의했다면, 이는 미래의 인터넷 기술을 의미합니다. 먼저 기술 스택을 기준으로 좀 말씀드리면 먼저 프론트엔드 보이는 기술은 WebXR기술이 있습니다. 이는 웹에서 3D 환경을 구성하는 웹 표준 기술입니다. 저희 빌리버가 메인으로 밀고 있는 기술로 모질라의 허브나(빌리버는 이를 기반으로 신기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버벨라의 Frame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3D 환경의 사용자를 연결하는 기술로는 서버와 프론트에 걸쳐있는 것이 있는데, 실시간으로 다수의 사용자가 동기화 된 음성·모션·비디오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WebRTC기술입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Zoom, 게더타운이 이러한 기술로 되어있습니다. 코로나 팬더믹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술이죠. RTC에는 WebSocket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러한 가상 환경에서 재화를 정의하고, 저장하고, 교환할 수 있는 분산웹기술입니다. Web3라고도 하고요. 이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코인, NFT, DID, 토큰지갑, IPFS등이 있습니다. 빌리버도 VR 웹툰으로 NFT를 만든 아트 전시관 V space를 WebXR로 만들었는데요. 해외에서는 벌써 해당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oncyber.io)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위해서는 안정된 네트워크인 5G 등의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로 합니다. 디바이스는 VR/AR과 같은 차세대 기기가 등장할 것이고요. 물론 이러한 환경이 원활하게 펼쳐지는 게 당장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미 가능한 시점에 왔으며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이 대부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전통적인 SW와 인터넷 기술에서 발전한 겁니다. 메타버스로 가고 싶은데 무얼 공부하냐 하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기존의 기술들을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하는 게 사실 메타버스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SW와 IT의 역량 없이 메타버스만 갑자기 더 잘하겠다거나, 혹은 메타버스만 잘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메타버스라는 소재는 뜰 수 있겠지만, 메타버스를 잘하려면 기존의 기술은 원래 잘해야 합니다. ‘메타버스가 개소리다’라고 말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기존 기술의 무시나 혹은 부실한 기술 위에 허황된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장황하게 설명드렸는데, 요약하자면, 일부의 메타버스는 개소리 맞습니다. 온전한 메타버스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메타버스의 미래는 존재하며 생각보다 기술 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며 놀랄 만큼 발전하고 있습니다. 빌리버도 더 재밌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건 비밀입니다.
원문: 숲속얘기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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