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회장님도 넷플릭스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디즈니가 아니라 메타버스라고 하고, 엔비디아 회장님도 ‘메타버스 이즈 커밍’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메타버스는 초월·변화라는 뜻을 가진 단어 ‘meta’와 세계·우주라는 뜻을 가진 ‘universe’가 결합된 용어로, 단순한 가상세계를 넘어 아바타를 통해 소셜 활동까지 포함된 세계를 의미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스들이다 보니 ‘덕력’이 차오르는 용어의 조합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엔비디아 회장님이 언급한 만큼 웃고 넘길 소스들이 아니다. 이제는 진지하게 현실로 구현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주위에서 메타버스는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업계는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새로 데뷔시킨 걸그룹 에스파를 4명의 실제 인물과 4명의 아바타로 구성했다. 실제 인물들은 현실 세계에서, 아바타는 가상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설정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를 가상 세계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에서 열었다. 무려 4,6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팬들이 몰렸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공연을 했고 그 결과 1,230만 명이 몰렸다. 방탄소년단 또한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캐릭터가 <Dynamite>의 안무를 출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 분야에서는 <마인크래프트>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도드라진다. <마인크래프트>는 캐릭터(아바타)를 만들고 블록을 활용해 건물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게임이다. 다른 캐릭터와 교류하면서 게임 내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한다.
<동물의 숲>도 이와 비슷하다. 게임 내에서 일을 하고 집을 사고 물건을 사는 등 현실 세계와 동일한 가상의 세계를 만든다. 이 게임으로 인해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까지 동이 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동물의 숲>을 활용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로고를 간판이나 티셔츠에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밀레니얼 유저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홍보했다.
지금은 메타버스 초기 단계라 엔터테인먼트, 게임 업계 정도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야가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특히 콘텐츠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메타버스의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왜 이토록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일까?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세상이 바뀔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의 모든 행위들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미리 사업 방향을 잡아 두었던 기업들은 날개를 단 듯이 성장했고, 오프라인에 머물고 있던 사업들도 부랴부랴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젠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O2O를 넘어 현실 세계의 다양한 활동들이 가상세계에서 대체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재미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들은 새해 첫날 일출을 게임에서 본다는 농담을 던지곤 했다. 유저들은 새해 첫날 일출이 장관인 서부 몰락 지대로 가서 아침 6시 21분에 뜨는 해를 함께 감상하며 이곳에 온 다른 유저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대면 모임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이 시국에는 더 이상 농담거리가 아니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가상세계에서 학교를 만들어 졸업식을 열거나 교실까지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소비자들이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콘텐츠 기업들은 가상세계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여 가치를 창출할지 생각을 해야 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나 가상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들이 콘텐츠 기업에겐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일 것이다.
MZ 세대가 열광하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층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MZ 세대다.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밈(Meme)들과 콘텐츠들은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진다. 그래서 이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콘텐츠 기업들은 MZ 세대에게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에서 MZ 세대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담은 아바타를 만들어 현실 세계에서 하는 모든 것들을 가상세계로 구현해낸다. 다른 아바타들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셜 네트워킹을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어른들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MZ세대들은 가상세계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성장 과정부터 디지털 기기와 익숙해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지나, 태어날 때부터 여러 개의 가상세계를 오가며 생활하는 ‘메타버스 네이티브 세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래서 콘텐츠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생각하고 미래를 구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의 대체자, 메타버스
예전에도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고 싸이월드에 미니미라는 아바타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트렌드의 변화에 뒤처진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것과 지금 위세를 떨치고 있는 메타버스 콘텐츠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모바일 디바이스와 소셜 미디어의 발전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의 노래를 들으려면, 싸이월드 미니미 아바타 의상을 교환하려면 내 방 한구석에 있는 데스크톱 앞으로 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 전원을 켜야만 했다. 그러나 이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메타버스에 접속하여 콘텐츠를 즐기며 다른 유저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란트 아난드가 저술한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함정은 언제나 콘텐츠 자체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힘보다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사용자 연결의 힘이 훨씬 강력하다고도 설명했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 간 연결성이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금 메타버스가 성장하게 된 이유도,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연결성 때문일 것이다.
연결성을 통해 유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에서 유저가 만든 건축물은 고유의 창작물로 간주한다. 아예 저작권이 게임 측이 아닌 유저에게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안에서 창작물이 저작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곧 경제활동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유저들은 재미와 흥미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가상세계를 활용한다. 그만큼 투자되는 시간과 노동력도 많아질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가 재생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 소비자는 콘텐츠 공급자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것이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제약사항을 없애고 유저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경제활동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메타버스와 매우 유사한 과정이다. 그러나 웹과 앱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수준의 인터넷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제 5G와 클라우드 그리고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과 초연결성이 바탕이 된 새로운 세계, 메타버스의 도래를 예상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실현될 수 있다. 콘텐츠 기업이 더욱더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제는 콘텐츠 기업을 넘어 모든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 세계와의 연결성이다. MZ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대가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메타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이면서 실시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인터넷의 발전 과정만 보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어떤 콘텐츠로 채울지, 그 안에서 유저들이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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