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퇴사가 트렌드가 된 세상이다. 누구나 퇴사를 꿈꾼다. 그만큼 퇴사를 충동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이 생겼다. 그러나 퇴사는 절대 충동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차근차근 아주 치밀하게 준비해야 퇴사의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퇴사 준비는 언제 해야 할까? 퇴근 후다.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꿈꾸던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고, 퇴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을 수용할 수도 있고, 막상 퇴사하려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일과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이 글은 그럼에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퇴근 후에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소개한다.
왜 퇴사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충동적으로 퇴사한다면 후회할 확률이 훨씬 높다. 왜 퇴사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한 후 뚜렷한 목표 의식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일단 백지 종이와 펜을 준비하자. 그리고 종이를 반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퇴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적고 다른 한쪽에는 ‘퇴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적어보자. 떠오르는 모든 것을 막 적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별의별 이유가 다 나온다. 정리된 종이를 보면 지금 상태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인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 퇴근 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그럼에도 퇴사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 이제 확신이 생긴 것이다. 계획만 세우면 된다.
계획 세우기
만약 계획이 없다면 퇴근 후 유혹의 손길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 배고프니깐 저녁을 먹어야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을지 집에서 먹을지 결정해야 한다.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 날은 하루 일과가 끝난다. 집에서 먹는다면 혼자 저녁을 준비하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잘 시간이다.
씻고 노곤함에 취해 잠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다 보면 어느덧 잠이 들고 눈 뜨면 다음 날 아침이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퇴근 후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걸. 하지만 또 반복된다. 의지는 있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에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육받았기 때문에 능숙하게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을 치기 위해 고요한 독서실 한켠에서 수능 디데이 계산하며 국·영·수 과목별로 계획을 세웠다. 대학교 때는 수많은 회사채용 정보를 뒤져가며 서류 전형, 필기 전형, 면접 전형 일정은 언제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달력에 체크하며 계획했다. 누구보다도 계획은 잘 세운다.
직장인은 학생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저녁 6시 퇴근 후 씻고 저녁 먹고 빨리 시작해도 저녁 8시다. 그때부터 하면 4시간을 채우기 힘들다. 이 말인즉 하루 일과 중 온전히 퇴사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도 고작 4시간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 정하기
계획을 세웠으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막상 실천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해진 시간에 빠지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있으려면 상당한 절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인고의 시간을 참아 퇴근 후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루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기존에 가진 습관을 버리고 즐기던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퇴근 후 일은 오롯이 내 의지에 의해 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남의 일을 했다면 퇴근 후에야 비로소 나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을 굳건히 먹고 포기할 것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친구와의 술 약속,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SNS 하기, 게임하기, 이성 친구와의 데이트 등은 우선순위에서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은 없다.
업무에 신경 끄기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 업무가 지워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일을 할 때 처리하지 못하고 나온 것들, 끙끙 싸맨 것들, 퇴근하기 전에 적고 나온 내일 할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회사에서 하는 일을 퇴근 후에도 신경을 쓰면 다른 일들은 전혀 할 수가 없다. 요즘 잘나가는 책인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에 이런 글이 있다.
신경 끄기란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난에 신경 쓰지 않으려면 다른 무언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항상 신경 쓸 무언가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이 우리 뇌 구조는 항상 신경 쓸 무언가를 탐색한다. 굳이 퇴근 후까지 업무로 인해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뺏길 순 없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지금 이 순간, 퇴사 준비에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들 만나기
회사생활을 시작하면 직장동료 이외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매우 힘들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에 치여 퇴근하다 보면 그냥 혼자 있고 싶고 가장 그리운 것은 방의 침대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고 회사 안에만 고립되다 보면 퇴사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
퇴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계속 가져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나와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새로운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의도치 않게 새로운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다. 둘째, 인적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퇴사 후 이직을 꿈꾼다면 절대 인적 네트워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외부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영업의 기본은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 아니겠는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좋은 매물이 지금 시장에 나왔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 좋다.
명상하기
아직 명상이라는 행위에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주위 사람들에게 명상을 권하면 눈감고 멍 때리기 혹은 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한 번쯤 해보라고 권한다. 실천해보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퇴사를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꼬박꼬박 월마다 내 통장에 들어오는 소중한 월급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들어오자마자 귀신같이 빼가는 카드 명세서 감당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떠오르는 나를 괴롭히는 상사 얼굴, 잊고 지냈던 내 꿈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얼굴들 등등 퇴근 후 책상에 앉아있기만 해도 수만 가지 잡념이 떠올라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명상만 한 것이 없다. 잡념을 지우기 위해 머리에 휴식을 주는 것일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3분, 5분 짧은 시간이라도 좋다. 퇴근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의 명상이 생산성을 훨씬 향상 시켜 줄 것이다.
그래도 내일을 준비하기
아무리 싫어도 내일은 온다. 내일이면 출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내일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도록 전날 저녁의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퇴사 준비를 한다고 퇴근 후에 잠도 안 자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생체리듬이 망가져 다음 날 회사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스스로도 금방 지쳐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심연으로 빠져든다.
퇴사 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기 직전까지 본인이 맡은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유지한다. 즉 퇴사 준비를 할 때 본인이 맡은 업무에 지장이 주지 않겠다는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시간이다. 사람이 가장 개운하게 잘 수 있는 적정시간은 7시간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최소 7시간은 잘 수 있도록 퇴근 후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퇴근 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여러 군데 입사 지원서를 넣었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퇴근 후에 깨작깨작 준비하며 회사 일이랑 병행해서 결과가 안 좋은 것인지 의심하기도 하고, 입사 지원에 100% 힘을 쏟으면 지금보다 훨씬 잘 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경험상 퇴사 준비를 하지 않고 나가면 돈이라는 괴물 때문에 오히려 조바심이 생겨 만족스럽지 못한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과정을 즐기며, 결과는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퇴사를 먼저 하지 않았으니 우리에겐 돈줄이 있고 조급함을 느낄 필요 없다. 더 빨리 가기 위해 허겁지겁 자신을 채찍질하는 대신,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 속도를 스스로 정하면서 이루는 바를 달성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